나에게 핵 예쁜 언니가 생겼다
나는 이탈리아가 좋다.
바르셀로나 여행하는 이야기를 쓴다면서 왠 이탈리아가 여기서 튀어나와?라고 하겠지만, 이탈리아를 빼고는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가 없다.
이탈리아 사람들의 흥이 좋았고, 우리나라 사람들과 은근히 심성이 비슷한 것, 운전대만 잡으면 분노의 질주의 빈 디젤로 변신하는 것조차도 신기하고 좋았다.
하여, 이탈리아어를 배우기로 작정했다. 이탈리아어 수업에 등록했는데, 무늬만 수업이다. 일주일에 한 번인데 이걸로 이탈리아어가 늘면 이상한 거다. 이것 말고,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이래 가지고는 해가 다 가도록 숫자와 요일만 배우다 끝나겠다.
머리를 굴리고 굴리고 굴려 생각해 낸 방법은 인터넷에서 같이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친구를 찾는 것이었다.
너무 위험하진 않을까?
아, 내 개인정보만 안 알려주면 됐지, 뭐가 문제임?라고 내 머리 GPT가 말을 해 준다. 그래서 카톡에서 이탈리아사람들이 한국어를 공부하는 그룹을 찾아냈다.
운을 띄워본다.
나는 한국인이고, 이탈리아어를 배우는 중인데 같이 이탈리아어를 연습할 친구를 찾고 있어. 나는 한국어를 알려줄 수 있어.라고.
사람은 실패를 맛보면서 배우는 거다. 첫판은 어느 이상한 끈적끈적한 이탈리안 청년에게 걸려서 너무 들이대는 통에 아웃! (내가 너의 엄마 친구 뻘일걸? 이모라고 불러라, 인마)
그래서 두 번째 시도는 카톡그룹보다는 좀 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내가 직접 친구를 선택할 수 있는 페이스북 그룹에서 다시 찾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남자는 무조건 아웃이다. 나는 집에 있는 베짱이 하나만으로도 할 일이 차고 넘친다. 나에게 질척거릴 확률이 1이라도 있으면 아웃!
나는 한국인이고, 이탈리아어를 배우는 중인데 같이 이탈리아어를 연습할 친구를 찾고 있어. 나는 한국어를 알려줄 수 있어.라고 다시 글을 올렸다. 역시, 한류가 최고입니다요. 수많은 댓글과 환영인사가 달렸다. 페이스북이니 당연히 얼굴 사진도 함께 볼 수 있었다.
쭈우우우우우욱 스크롤하는데 거기 어떤 엄청난 미녀의 사진이 딱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남자들이 모르는 것이 있다. 여자들도 똑같이 여쁜여자가 좋다. 이왕 친구 하려면 예쁜 여자가 좋지, 못 생긴 여자가 더 좋을 리는 없다. (아 물론 마음이 중요하긴 하지. 예쁜데 사이코면 바로 아웃이다.)
지체 없이 그녀에게 페이스북 메신저로 메시지를 보냈다.
안녕. 나는 벨기에에 사는 한국인이야. 하지만 한국어가 모국어라서 한국어 배우는 걸 도와줄 수 있어. 넌 날 도와주고, 난 널 도와주고, 상부상조 어때?
쿨한 그녀는 좋아!라고 대답했고 그날부터 우리는 매일 서로 안부를 묻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녀는 나보다 몇 살 위 언니였고, 로마에 살고 있었다. 언니가 도와준 덕분에 나의 이탈리아어 실력은 무럭무럭 자랐고, 비록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수업이지만 나는 선생님의 최애 학생이 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몇 달 뒤 나는 로마에 갔다. 드디어 그녀를 만났다. 모니카 벨루치를 닮은 언니를 실제로 만나다니!
내가 사는 벨기에에서 로마에 가는 것, 혹은 바르셀로나에 가는 것은 쉽게 말해 서울사람이 부산에 놀러 가는 격이다. 저렴한 날짜로 예약을 한다면 저가항공으로 12만 원 정도에 유럽의 다른 도시를 왕복으로 다녀올 수 있다. 유럽 내에서 비행기 여행 시, easyjet, ryanair, wizzair, vueling, brussels airlines, transavia 등의 저가 항공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톡으로만 대화를 해서 어색할 줄 알았는데, 전혀요! 우리는 마치 오래된 동네 언니와 동생처럼 처럼 죽이 척척 맞았다. 얼굴도 예쁜데 성격까지 털털하고 게다가 웃기기까지 하다. 오 마이갓. 나는 친구복이 흘러넘치는구나!
처음 본 이후로 언니는 나에게 영어를 한마디도 쓰지 않고, 고집 있고 일관되게 이탈리아어만을 사용해 주었고 (언니는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영어를 할 수 있다. 못해서 안 하는 것이 아니다), 그 덕분에 나는 이탈리아에 간 3일 내내 이탈리아어만 사용하고 돌아왔다. 종종 머리가 빠개질 것 같은 두통은 덤이고요. 나의 이탈리아어는 언니 덕에 수직상승을 했다. (특히나 못해도 일단 씨부리고 보는 능력이!)
처음 본 나를 위해 휴가까지 내고 같이 이곳저곳 돌아다녀 주고, 로마의 핫플레이스에도 방문을 했다. 이것이야 말로 트루 이탤리언 호스피탈리티?
그 후로도 우리는 함께 여러 곳을 죽이 착착 맞아서 다녀왔다.
뒤셀도르프, 앤트워프, 브뤼헤, 나폴리, 서울, 경주, 부산.
먹을 것 앞에서 빠꾸 없는 두 여자,
한 성깔 하는 두 여자,
극 외향형인 두 여자,
호기심 만빵이라 궁금한 건 해 봐야 하는 두 여자,
그리고 이번에는 함께 바르셀로나를 간다.
고추장과 피자가 만나 고추장피자가 되어 바르셀로나를 간다.
2월 7일부터- 10일까지의 3박 4일의 여정이다.
과연 어떤 일들이 우리에게 펼쳐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