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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인들이 기피하는 여행지, 파리

파리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유럽인들

by 고추장와플
반짝이는 에펠탑과 유유히 흐르는 세느강이 있는 사랑과 낭만의 도시, 파리.


파리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과연 대다수의 유럽인들에게 이러한 이미지가 유효할까.


지구 반대편에서 여행 온 여행자들에게는 로마에 가도, 파리에 가도, 비엔나나 리스본에 가도 관광객이 많은 것은 비슷비슷하고, 고물가와 불친절도 어느 정도는 비슷하다 느낄 것이다. 그렇다면 유럽에서 사는 유럽인들은 파리를 어떻게 생각할까? 의외로 파리라면 질색하는 유럽인들이 아주 많이 있다. 심지어 프랑스인들 마저도 파리라면 고개를 젓는다. 도대체 왜일까?


유럽의 타국가에서 파리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첫 이미지는 낭만도, 미식도, 반짝이는 에펠탑도 아니다. 바로 파리지엔의 거만함과 불친절이다. 파리지엔 특유의 시니컬함과 물가는 사실 타 국가의 유럽인들에게는 파리를 피해야 할 곳으로 생각하는 이유다. 이는 파리가 아닌 타 도시에 사는 프랑스인들에게도 마찬가지인데, 파리지엔 악센트가 아니면 시골사람 취급한다는 말을 프랑스인 지인에게서 듣기도 했다.


파리는 세계 패션의 중심지이자, 유럽의 역사의 중심지였으니 자부심이 넘쳐날 만도 하지만, 다른 유럽인들에게는 그 자부심이 거만함으로 비칠 수도 있을 것 같다.


나의 여행파트너, 이탈리아인인 벨루치언니와 파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단 말을 들었다. 그래도 파리인데, 한 번은 가 봐야지 라며 설득 끝에 가기 싫다는 사람을 파리로 불러들였다. 벨루치 언니뿐만 아니라, 내 주변에 파리에 열광하는 유럽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나는 지금까지 파리에 5번을 방문했다.


파리에 대한 유럽인들의 고정관념은 어느 정도는 맞고 어느 정도는 틀리다 생각한다. 물가가 엄청나게 비싼 것은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람들이 다소 불친절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들은 어디를 가고,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에 따라 달라진다. 어디를 가든, 사람 사는 곳이 다 매한가지다. 다른 사람 등쳐먹는 나쁜 놈도 있고, 도움이 필요한 여행자에게 손길을 내미는 좋은 사람도 있다. 일반 주민들이 가는 카페나 레스토랑은 저렴하고, 관광객이 득실거리는 곳은 가격이 비싸다.


이런 거만한 파리지엔들과 비싼 물가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파리를 가지 않기에는, 파리는 너무 매력적인 도시다.


파리에는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예술작품들이 전시된 뮤지엄들이 넘쳐난다. 파리에 뮤지엄이 넘쳐나는 이유 중 하나는, 프랑스혁명 이후 "국가소유의 예술품은 국민의 것이다"라는 생각이 널리 퍼졌기 때문이며, 또한 나폴레옹이 전 유럽을 돌며 전리품으로 각국에서 예술작품을 가져와 시민들의 계몽과 문화적 소양을 높이겠다는 목적으로 뮤지엄을 많이 개관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당시 상당수의 전리품들은 주로 루브르에 전시되어 있다. 각종 콘서트를 화려했던 영광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연회장, 공연장에서 즐길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베트남과 같은 프랑스의 식민지역사로 현재의 파리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 음식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대다수의 유럽인들이 혀를 내두르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파리는 매력적인 도시가 맞다. 이탈리아 자부심이 넘치는 벨루치언니와 함께 그래도 아름다운 파리, 이 도시를 잘 탐험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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