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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는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식문화 관계

카트린 드 메디치 후손들의 자존심

by 고추장와플

드디어 호텔에 도착하여 나의 여행메이트인 이탈리아인 벨루치 언니를 만났다. 몇 달 만에 만나서 더더욱 반갑다.


Ciao, Come stai, sorellina?

안녕, 동생!!! 잘 있었어?


Ciao, Unni! Tutto bene. Hai fame? Non ho mangiato niente.

안녕, 언니!(나는 그녀를 언니라 부른다)응, 잘 지냈지. 언니, 배 안 고파? 나 아무것도 안 먹었어.


노빠꾸 상여자답게, 본론부터 말한다. 몇 달 만에 처음 보는데 첫마디가 "나 배고파."라니. 사실 어제저녁을 마지막으로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시간은 벌써 정오를 향해 가고 있었다. 이탈리아어를 좀 더 연습하고 왔었어야 했다. 한 두어 시간은 렉 걸린 것처럼 버벅댈 터이나, 좀 있으면 나아지겠지.


호텔은 12시가 지나니 우리에게 체크인을 먼저 할 수 있게 해 주었고, 우리는 함께 밥을 먹으러 나갔다.


Cosa vuoi mangiare? Vuoi provare il cibo francese?

뭐 먹고 싶어? 프랑스 음식 먹어 볼래?


Ma noooo, non mi interessa.

아니 싫어, 관심 없는데?


이게 뭔 소리인가. 파리에 오기 싫다는 사람을 꼬셔서 오게 만들기는 했지만은 파리에 와서 프랑스 음식을 안 먹고 싶다니. 그럼 이탈리아음식을 먹고 싶냐 물었더니, 여기까지 와서 왜 이탈리아음식을 먹어?라고 대답하는 그녀. 그녀는 왜 이러는 걸까? 프랑스에 무슨 감정 있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다 이유가 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식문화의 관계에 대해 한국에 계신 여러분들이 이해하기 쉽게 적어보도록 하겠다.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유럽 미식의 양대 산맥으로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난 나라들이다. 하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은 프랑스 식문화를 "마케팅빨이 다인 그저 그런 음식"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너희가 특별한 게 뭐 있어? 라 생각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지금부터 고추장 와플이 정말 간단하게, 아주 쉽게 설명해해 드리겠다.


1533년, 이탈리아의 피렌체의 그 이름도 유명한 메디치 가문의 카트린 드 메디치는 프랑스 왕자 앙리 2세와 결혼을 한다. 왕자비였으나 앙리 2세의 형아가 갑작스레 죽어 왕이 되어 생각지도 못하게 프랑스의 왕비가 된다.

Catherine de Médicis 프랑스어

Caterina de Medici 이탈리아어

Catherine de' Medici 영어

이하 가장 잘 알려진 이름인 영어식 이름 카트린 드 메디치를 사용하겠다.


지구 반대편의 조선에서는 퇴계이황 슨상님이 문과에 급제하여 공직활동을 시작한 시기이다. 나는 다른 나라 역사를 배울 때 한국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찾아본다. 그렇게 해야 어느 시기인지 감이 오기 때문이다.

재벌가에서 프랑스 왕자비로 시집 온 카트린 드 메디치

아무튼, 메디치 가문은 현재로 말할 것 같으면 삼성가와 같은 재벌가이다. 이탈리아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가문이며 르네상스를 꽃피울 수 있게 후원을 하고 수많은 예술가를 양성하였다. 그런 끝내주는 가문에서 시집을 가는데, 숟가락 하나만 달랑 들고 갔을 리는 없다( 사실 그녀가 시집올 때 메디치가는 파산상태였으나 그녀의 삼촌이 무려 교황님 +_+, 클레멘스 7세가 꼬불쳐 둔 비자금으로 시집을 왔다). 카트린 드 메디치는 요리사부터 시작해, 유모, 심지어 정원사까지 데리고 프랑스로 시집을 갔다. 그런데! 프랑스로 시집을 간 카트린 드 메디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당시 프랑스인들은 손으로 음식을 먹었고, 사냥한 야생동물의 고기를 후추를 때려 넣어 인간이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맵고, 강한 향신료 범벅로 요리하였다. 이 당시, 프랑스 귀족들에게 육두구, 후추와 같은 향신료는 부의 상징이었고, "야 나 좀 봐봐. 나 잘 살거든? 그래서 후추 이렇게 때려 부어 먹는다? 맛있겠지?" 라며 인도인지 프랑스인지 구분도 가지 않게 손으로 촵촵을 하고 있었을 때다. 향신료범벅은 그 당시 프랑스 귀족들의 푸드 트렌드였다.


띠로리! 카트린 드 메디치는 충격을 받았다. '이런 미개한 것들을 봤나', 라며 그녀는 프랑스에 향신료를 들이붓지 않 섬세하게 기존의 식재료의 풍미를 살리며 닭고기와 부드러운 송아지 요리를 중심으로 하는 요리들을 프랑스 귀족사회에 소개했으며 포크 사용법도 알려주었다. 이는 프랑스 식문화를 통째로 바꾸어 놓는 계기가 되었으며 오늘날 프랑스 요리의 기반이 되었다.


우리가 프랑스 디저트의 최고봉으로 여기는 마카롱도 사실은 이탈리아에서 기원한다. 카트린 드 메디치가 시집을 와 이탈리아의 몬드 머랭쿠키의 일종이었던 amaretto(아마레또)를 소개했고 이것이 프랑스 마카롱의 기원이다.

이놈이 마카롱의 조상이다


https://www.italiangourmet.it/macarons-storia-di-una-leggenda-della-pasticceria-francese/


프랑스 마카롱의 기원을 자부심 있게 소개한 이탈리아의 한 미식웹진. 이탈리아어지만 궁금한 분들은 챗 지피티로 돌려도 요즘엔 해석이 기가막힘.


우리가 아는 프랑스 마카롱은 색상이 아름답고 두 개를 겹쳐 그 사이에 크림이나 잼을 바르는 데 이것은 19세기 후반에서야 나타났다.

프랑스 마카롱의 시초 라듀레 과자점
이것이 프랑스의 색깔 고운 마카롱. 그러나 24개가 11만원. 마, 치아라


그래서 이탈리아 사람들은 "인마, 우리 음식이 너네 음식의 조상이야."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자 여기까지 속성으로 알아보는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식문화 관계가 되겠다. 그래서 결국 물었다. 이탈리아 음식도, 프랑스 음식도 안 먹겠다면 무얼 먹겠냐고. 이탈리아인 그녀가 파리에 와서 첫 끼로 먹고 싶다고 고른 음식은 바로 한국음식이었다. . 구글 검색으로 근방의 한식당을 알아보니 빙고! 멀지 않은 곳에 평점 좋은 식당이 있었다. 그렇게 나는 프랑스 파리까지 와서 몽마르트의 한식당에서 한식을 먹었다.


그런데, 맛이 너무 좋다. 게다가 한국인 직원분께서 친절하게도 계속 김치도 리필해 주시고 런치메뉴는 15유로에 만두와 새우튀김 중 택 1, 메인메뉴는 제육. 불고기. 비빔밥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 반찬도 풍성하고 카트린 드 메디치고 프랑스 미식이고 간에 나에게는 한식이 만만세다!

몽마르트 언덕 위의 한식당 고마워. 혹시라도 가성비 높은 파리의 한식당을 찾으신다면 강추다.


https://g.co/kgs/g7kqcn1


이렇게 나는 파리까지 와서 벨루치언니덕에 배부르게 제육볶음을 촵촵하였고 와인의 나라에 왔으니 와인도 신나게 마시고, 그렇게 나가려는데 갑자기 술기운이 올라서인지 더워 죽을 것 같다.


오늘의 파리 날씨는 32도. 이렇게 타들어가는 더운 날 낮술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는 다음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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