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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석균 Sep 16. 2017

배달음식 전단지의 비밀

#34. 배달음식 전단지에 숨겨진 넛지 전략

'점심은 짜장면 시켜서 먹을까요?'


신나는 점심 시간, 직장의 점심 시간은 여유로울 것 같으면서 여유롭지 않다.

점심 시간, 2시에 회의가 있어 회의를 준비해야 되기 때문에 간단하게 배달음식으로 점심을 해결하기로

한다. 문득 어디가 맛있는지 알아보다 누군가 붙이고 간 게시판의 배달음식 전단지를 마주하고 팀원들의

주문을 모두 받은 뒤 배달음식점에 전화해 주문을 한다.


그런데, 저 배달음식 전단지를 누가 붙였나? 음... 아마 내가 붙인 건 아니고 누군가 오픈을 했다고 말하면서

저 메뉴 전단지를 붙인 것 같다. 음... 근데 왜 나는 아까 하던 정보검색을 뒤로 하고 어느 순간 이 전단지를

보면서 주문을 하고 있는 것인가? 분명 무시하면서 지나쳤던 것 같은데 말이다. 아무튼, 어쨌든 오늘은 누군가

붙이고 가는 이 배달음식 전단지에 숨겨진 선택설계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선택한다는 것에 대해

선택한다는 것은 사실 매우 큰 스트레스를 수반한다. 왜냐 하면 사람들은 선택을 하는 순간 선택하지 않은

또다른 선택지에 대해 미련을 가지기 때문이다.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은 욕망을 채우지 못해

우리는 선택이라는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 선택하는 것을 선호하고, 선호하지 않는가?

택의 기준은 다음 가지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선택지의 수가 많은가, 혹은 적은가?

선택의 기준이 분명한가?

우선, 선택지의 수가 많은지, 적은지에 따라 우리가 선택의 과정을 좋아할지, 싫어할지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동네 마트에서 라면과 밥 중 하나를 고르는 상황과, 대형 마트에서 라면, 밥, 순대, 치킨,

요구르트, 과자 중 하나를 고르는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은 선택지의 수가 적은 것보다

많은 것이다. 그 이유는 선택지의 수가 적으면 적을수록 선택하지 않은 기회비용을 분명하게 책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택지의 수가 많아진다면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기회비용은 복잡해진다.

복잡해진다는 것은 더 많은 이성적인 사고를 요구하여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그러나, 선택지가 많고 적은 것이 선택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택지의 양이

아니라, 선택의 기준이 명확한지에 대한 것이 사실 선택의 선호를 가늠한다.

다음은 선택을 해야 하는 두 가지 상황을 명시했다.


A : 선택의 기준 딱히 없음 - 짜장면이 맛있는 가나반점 vs 짬뽕이 맛있는 다라반점

B : 선택의 기준=짬뽕 - 짜장면이 맛있는 가나반점 vs 짬뽕이 맛있는 다라반점


A와 B에서 선택해야 하는 것은 가나반점과 다라반점 중 어디를 가야 할 지에 대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A에서는 어떤 매장을 선택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 즉 이 과정에서는 선택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반면 B에서는 선택의 기준이 분명하여 대략적으로 B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선택에서

기준은 선택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기능을 하고, 기준 자체가 선택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결국 선택은

선택의 질뿐만 아니라 선택의 과정에서 수반되는 스트레스를 경감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기준 ; 닻내림 효과(Anchoring)

이렇듯 선택에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선택을 빠르게 도울 뿐만 아니라 선택에 있어 하나의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기준이 가져오는 효과를 심리학적 용어로 '앵커링 효과' 라고 한다.


앵커링 효과란 협상 테이블에서 처음 언급된 조건에 얽매여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효과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최초 습득한 정보에 몰입하여, 새로운 정보를 수용하지 않거나, 이를 부분적으로 수정하는(Anchoring and Adjustment)행동의 특성을 일컫는 말이다.

앵커링 효과는 사회의 다양한 곳에 쓰이고 있다. 예를 들어 물건의 정가를 표시하는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이 정가를 기준으로 판단하게 하여 할인된 가격이 싸다라는 인식을 심게 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사람들은 만약 기준이 되는 앵커링을 제시하면, 사람들의 사고는 자연스럽게 앵커링에 맞춰지게 된다.


선택을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B라는 옵션에서 다라반점을 선택했던 기준은 무엇인가? 바로

짬뽕이라는 앵커링이었다. 즉, 선택의 기준이었던 '짬뽕'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가나반점보다 다라반점이

더 매력적으로, 더 빠르게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로 판단되었을 것이다. 인간을 합리적으로 가정하는

경제학에서는 가나반점에서 얻을 수 있는 편익과 다라반점에서의 편익을 모두 고려하여 선택을 하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우리는 합리적으로 사고할 시간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앵커링에 영향을 받는 것이다.


전단지는 일종의 앵커링이다.

다시 회사의 점심 시간으로 들어와 보자. 당신은 현재 식당을 선택해야 한다. 맛있는 점심을 위해

당신은 배달 시간, 맛에 대한 사람들의 주변 평가, 위치 등 주변의 모든 편익을 고려하여 다양한 선택지

중 최고의 선택지를 골라야 한다. 하지만, '배달 가능한 집' 이란 추상적인 기준을 가지고 식당을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우선 회사 인근 식당 곳곳에 전화해서 배달 가능 여부를 물어보는 것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며 또다른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또한 배달을 했을 때 맛이 없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맛도 조사를

해야 하는데 사람은 또 취향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통일되지 않고 애하다.


이럴 때 전단지는 하나의 앵커링으로써 기능한다. 즉 '배달이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전단지로 인해

사람들이 다른 대안들을 합리적으로 고려하기보다, 전단지를 붙인 곳에 주문을 해 버리는 것이다.

결국 인간이 실질적으로 다양한 대안의 특성을 고려하여 무엇인가를 선택하는 것은 현실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단지가 효과를 발휘하는 이유는, 전단지로 인해 선택에 걸리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특정한 기준 없이 선택하는 과정을 사람들은 귀찮게 생각하는데, 전단지는 이러한 면에서

선택의 스트레스를 줄여줄 수 있는 도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전단지는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준으로 한 특정한 닻을 내려 사람들이

되도록 다른 곳이 아닌 전단지에 있는 선택지를 선택하도록 유도한다.




선택이라는 과정은 스트레스를 수반하는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눈 앞의 것들을 보고 선택을 한다. 배달음식이야 빠르게 먹으면 되지만 인생의 어느 순간에서는

특정한 닻으로 인해 폭좁게 생각하는 상황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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