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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석균 Oct 12. 2017

우리가 몰랐던 화장품점

#40. 화장품점에 숨겨진 넛지 전략

길을 걷다 보면, 반드시 한 번씩 마주치는 것들이 있다. 하나는 편의점, 하나는 카페, 그리고 또 하나는

바로, 화장품점이다.


화장품은 이제 단순히 화장품 그 자체로써의 가치보다는, 미(美)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한데 모이는

구심점의 역할을 한다. 과거 여성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되었던 화장품은 이제 자연스럽게 남성에게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 열풍의 중심에는 화장품점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장품점은 어떻게 우리 곁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되었을까? 사실 우리 곁으로 화장품점이 들어왔다기보단,

우리가 화장품점에서 많이 소비했기 때문에 우리 곁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그렇다면, 화장품점에도 일종의 소비를 유도하는 장치들이 숨어 있지 않을까? 오늘은 화장품점에서 소비를 

유도하는 몇 가지 넛지들을 찾아 여러분에게 소개하려 한다. 우리는 이 공간에서 어떤 선택설계에 의해 소비를 

하고 있는가? 지금부터 그 작은 몇 가지 비밀들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해 보자.


쇼핑바구니를 놓자 ; 꽉 채워야 성이 풀리는 인간의 본능

화장품점 입구에 들어서면, 대부분 오른쪽에 작은 철제 쇼핑바구니가 있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집는 이 쇼핑바구니는 쇼핑의 편의를 위해 비치된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이 철제 바구니는

바구니 안을 '꽉' 채워야 한다는 인식을 심도록 돕는 요소 중 하나이다.


인간은 비어있는 무엇인가를 봤을 때, 이를 채우려고 하는 본능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다. 다음 사진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는지 이야기해 보라.

실제 익명 어플에 질문을 한 결과 병을 본 대다수의 사람들은, 페트병에 물을 채우겠다고 이야기했다.

즉, 인간의 '채우고자 하는 욕구'가 발현된 것이다.


우리는 쇼핑 바구니를 무의식적으로 챙겨 들고 쇼핑을 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 우리는 필요한 것만

사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손에 들고 있는 이 쇼핑 바구니를 무의식적으로 꽉 채워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화장품점은 쇼핑 바구니를 보통 화장품의 크기보다 크게 만들어

많은 화장품을 담을 수 있도록 만든다. 


틴트 바르기, 향수 뿌려보기, 아이라이너 발라 보기 ; 소유 효과

화장품점에서 대표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제품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입술에 바르는 틴트다.


남성들은 잘 구분하지 못하지만, 여성들은 색에 굉장히 민감한 경향이 있다. 틴트는 이러한 경향을 반영해

12가지에서 20가지의 미묘하게 다른 색상을 제공한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틴트는 종류가 많을 뿐더러 

실제로 견본품을 놓아둠으로써 실제로 여성들이 입술에 틴트를 발라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렇다면 견본품을 놓아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나, 색깔이 다양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골라야 하는 선택지의 수가 넓어진다. 선택지의 수가 많아질수록

고객은 선택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소비를 포기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직접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여, 고객들이 자신이 선호하는 찾도록 하여 소비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둘, 체험이라는 과정을 통해 내게 맞는 색깔을 찾게 되면, 고정적으로 해당 색깔을 '자신의 색깔' 로 인식해

해당 화장품점 브랜드의 제품을 지속적으로 구매할 있게 된다. 즉, 해당 제품에서만큼은 고정 고객을 

확보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대부분의 틴트 제품은 체험을 할 수 있다.


결국, '틴트'는 당신에게 맞는 색을 찾도록 하여 그것을 '소유'하도록 유도하는 넛지 전략이라 볼 수 있다.

또한 틴트와 비슷하게 체험해볼 수 있는 제품들 대부분이 앞선 것과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향수 제품,

아이라이너 등이 해당된다.


마스크팩, 기능성 제품은 안쪽에 ; 상대적 필요성을 높여라

화장품점에서는 마스크팩을 판매한다. 화장을 하다 보면 피부에 트러블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마스크팩은 화장품점의 안쪽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왜 그런

것일까? 이는 화장품점에 방문하는 소비자들의 사용자경험(UX)을 통해 바라보면 이해가 빠르다.


보통 매장의 사용자경험은 매장에 들어와서 계산대에서 물건을 구매하기까지의 과정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화장품점의 계산대의 위치는 매장의 안쪽이라는 것이다. 즉, 사람들은 문에 들어와서부터 

계산대에 가기까지, 앞으로 가거나 옆으로 가게 된다.


매장의 앞에는 향수, 틴트 등 화장품의 필수적인 요소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 곳에서 쇼핑을 마치고

다음 칸으로 가게 되면, 마스크팩이나 기능성 제품 등 피부개선을 위한 제품들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화장품을 바르게 되면 피부건강이 그렇게 좋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결국 만약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지만 선택의 순간에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마스크팩이나

기능성 제품을 보게 된다면 마스크팩이나 기능성제품 자체가 고객들에게 강렬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즉, 이 제품은 반드시 필요한 제품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래서

화장품을 구매하면서 마스크팩을 구매하는 경우가 강하다. 결국 화장품을 선택하도록 유도한 뒤 화장품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제품을 진열함으로써 상대적으로 그 필요성이 커지도록 만든다. 상대적인 위치가

결국 우리에게 제품 구매라는 선택을 유도한 셈이다.


정말 필요해서 산 것인가?

화장품점에서는 당신이 산 것에 대해 신중히 체크할 필요가 있다. 왜냐 하면 화장품의 무게가 생각보다

무겁지 않기 때문에 거추장스럽다는 인식을 잘 주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 화장품점에 가서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사 들고 나오는 이유는, 화장품점이 자신들의 제품을 비치할 때 상대적으로

필요하게끔 만들기 위한 것이다. 다시 말해, 고객 동선을 상대적으로 비교할 수 있도록 설계하여

절대적인 필요성보다는 앞서 구매하려고 하는 제품, 앞서 본 제품과 철저하게 연결시켜 구매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넛지로 인해 소비자들은 더 많이 소비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필요한 것만을 구매하는 과정이 쉬운 과정은 아니다. 하지만, 합리적인 소비를 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당신이 정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인지 고려해 볼 필요성은 있을 것이다.




오늘도 화장품을 구매하기 위해 매장에 들린 당신, 혹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구매한 것은 아닌가? 당신의 쇼핑바구니를 살펴보라. 당신은 생각보다 유혹 앞에서

나약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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