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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석균 Jul 09. 2017

공짜 후기(Review)

#3. 후기 공모전에 숨겨진 넛지

후기 공모전에 우리는 왜 참여하는가.

지난 밤, 우연히 온라인 커뮤니티에 들어가 이 글 저 글을 보다가 후기를 남기면

제일 우수한 후기를 선정하여 30만원 상당의 상금을 지급한다는 글을 보았다.

제법 큰 액수에 놀라 사이트를 접속해 보니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후기 공모전에 참가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평소 독립시행과 확률을 신봉하다시피 했던 나는

더 이상 미련을 가지지 않고 사이트를 나왔다. 만약 내가 확률을 잘 몰랐다면 나도 아마

몇 시간을 투자해서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머리를 잔뜩 숙이며 컴퓨터의 화면에만 눈을 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기업은 '후기' 를 굳이 공모전까지 열면서, 그것도 여섯 자리 수의 상금까지 걸고 하려는 걸까.

사람들이 후기를 쓰는 시간은 기껏해야 2분에서 3분일 텐데.

그리고 특정한 사실을 알던 순간, 나는 멍한 표정으로 그 사이트를 바라봤어야만 했다. 꽤 충격이었다.


오늘 이야기할 내용은 후기 공모전 속에 숨겨진 어마어마한 선택설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 글을 본다면, 후기 공모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후기(Review), 입소문의 힘

미팩토리의 돼지코팩 리뷰

후기란 무엇인가? 후기란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한 후 남기는 평가이다. 이 평가는 제품을 사용한 고객이

생생하게 사용의 과정을 전달함으로써, 후속 사용자나 잠재 고객을 끌여들여 물건을 더 사게 하거나

아예 사지 않게 하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왜냐 하면 사람들은 경험하지 못한 사실에 대해서, 타인의 의견을

하나의 기준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후기가 중요한 이유는 그 자체가 대중의 참여지표를 나타내고, 대중이 직접 홍보하는 모델로써 기업이

엄청난 비용을 들여 마케팅메세지를 전달하려고 하지 않아도 스스로 제품의 홍보자가 되기 때문에

기하급수적인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중에는 바이럴마케팅이라는 이름 하에

엄청난 권수의 책들이 서점을 돌아다니는 우리를 유혹하고 있다.


소셜 미디어 시대, 그리고 무한한 연결의 시대에서 타인의 피드백과 후기는 엄청난 효과를 불러온다.

실제로 미팩토리의 '돼지코팩'은 SNS를 통한 후기로 인해 매출이 급성장하는 효과를 누렸고,

뜻밖의 서평 하나로 인해 책 하나가 불티나게 팔리는 경우도 더러 있다.

반대로 나쁜 평가 하나로 인해 대다수의 대중이 돌아서는 경우도 충분히 많다. 최근 발생하고 있는

총각네 야채 가게와 관련된 논란이나, 가격을 20000원대로 올려 대중들이 완전히 돌아선 사례들도

후기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에 대해 보여주는 예시들이다.


2분 걸리는 후기를 쓰지 않는 이유가 귀찮아서일까?

후기를 작성할 땐 보통 글자제한이 150자에서 500자 이내이기 때문에, 약 2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24시간 중에서 2분이라고 하면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인 것 같다. 하지만 사람들은 후기라는 것에 대해

굉장히 시간이 아까운 것이라고 판단하고 평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후기를 쓰지 않는 제일 큰 그 이유는 '귀찮아서' 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간혹 누군가 '후기를 쓰는 것은 24시간 중에 2분만 투자하면 되는 일인데, 그게 그렇게 아깝단 말인가?'

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지만,  내가 왜 누구를 좋자고 2분을 투자해야 하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귀찮음이 생긴다고 생각하면서 그래서 자연스럽게 우리는 후기 항목을 지나치게 된다.


그렇다면 후기를 쓰는 사람들은 전부 부지런한 사람들인가? 반대로,

후기를 쓰지 않는 사람들은 전부 부지런하지 않은 사람들인가? 당연히 아닐 것이다.

무엇인가 다른 이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귀찮음으로는 후기를 쓰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반대로 생각해 보기로 했다. 왜 우리는 후기를 작성하려고 하는 것일까?

그러다가 문득, 나는 흥미로운 하나의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후기를 쓰는 이유 ; 할인 인센티브, 그리고 불만


지금부터 반대로 생각해 보자. 즉 우리가 후기를 쓰지 않는 이유가 아닌 후기를 쓰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자.


보통 후기를 쓰면 할인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쇼핑몰 내에서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함으로써

다음 구매 시 추가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선택설계를 진행한 것이다. 대개 사람들은 제품과 서비스에 너무나

큰 감동을 받은 경우를 제외하고, 긍정적 피드백을 남길 때 대개 인센티브란 기제가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반대로 후기를 남기는 이유 중 하나는 제품과 서비스가 내 요구사항에 전혀 맞지 않을 때,

우리는 후기를 통해 '사람들아. 이 물건 사지 마세요. 진짜 쓰레기같다니까요!' 라는 메세지를 던져

자신에게 불이익을 준 사람들에게 일종의 페널티를 부여하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실제로 제품 자체의

매출은 줄어들곤 한다. 댓글 하나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들고 일어서는 불상사가 생기는 것이다.


지극히 극단적인 경우(광고를 위해 일부러 좋은 글만 쓴다거나, 악의적인 목적으로 비방을 한다거나)를 빼고

우리가 자발적으로 후기를 남기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긍정적 후기에 집중했을 때에는 제품에 진짜 감동받거나

제품 자체에 큰 감명은 없지만 나름대로 사용하는 이들이 할인 인센티브를 챙기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긍정적 후기를 위해 ; 인센티브를 극대화하자

바로 여기서, 오늘 강조하고자 하는 넛지가 등장한다.


후기가 큰 힘을 발휘함에 따라, 기업들은 어떻게 하면 제품과 서비스의 후기를 효과적으로 관리할지에 대해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의 동료들이 후기 하나로 인해 억만장자에 들어서거나, 혹은 쪽박을 차고

빚쟁이로 전락하는 것을 눈 앞에서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다. 무릇 인간은 성공사례와 실패사례가 있을 때

더더욱 그 능력이 발전하는 법이다.


기존의 인센티브 제도가 가진 문제점은 분명했다. 인센티브만을 목적으로 인해 후기를 대충 남겨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 되는 데이터가 쌓이고 있었고, 후기를 쓰는 과정을 간소화하기 위해 별표제도를 운영했지만

이 또한 실질적으로 제품의 이미지를 수립하는 데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들은 또 하나의

돌파구가 필요했다. 기존의 제품을 바꾸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최소의 예산으로 최대의 효과를 누리는

효율적인 넛지 정책이 그들에겐 절실했다.


그들은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후기를 쓰는 것을 '경연대회' 처럼 열어버리면 어떨까?

복권을 사는 사람들의 심리처럼, 그런 심리를 이용해서 후기를 받아보는 것은 어떨까?

그들은 거센 사막 속 오아시스를 발견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단언컨대.


그들은 200원에서 1000원밖에 하지 않는 할인 인센티브(그마저도 사용 기간이 있지만) 대신

인센티브의 본질을 상금으로 교환해 버린다. 즉, 우수한 후기를 쓰는 고객들을 선정하여 우리가 준비한

상금과 상품을 보내 주겠다는 일종의 약속을 해 버리는 것이다.


후기를 쓰지 않던 사람들은, 자신들도 상품과 상금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괴기한 콘테스트의

일원이 되어 후기를 쓰는 데 온갖 미사여구에 기승전결까지 지켜가면서 참여했다. 전략은 대성공이었다.

기업은 별다른 노력 없이 양질의 후기를 받아내는 데에 성공했다.

단지 인센티브의 방법을 바꿨을 뿐인데 말이다.

그들은 인센티브를 모두에게 주는 재화가 아닌 인센티브에 희소성을 부여하는 넛지를 통해

후기를 통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희소성 부여하기

이렇듯 희소성이라는 기제는 사람들에게 특별함이라는 감정을 제공하며 우리들의

자발적인 행동을 유발하고 있다. 그대가 만일 마케팅 담당자라면, 똑같은 서비스에

희소성을 부여해 보아라. 똑같을 것 없는 서비스이지만 서비스에 대한 반응은 이전과

확연하게 차이가 날 것이다.


실제로 1000만원짜리 1명을 뽑는 공모전을 할 것인지, 혹은 1만원을 모두에게 주는 공모전을

할 것인지 250명에게 물어봤던 적이 있다.

앞을 대답한 사람은 무려 231명에 달했다. 1000만원이라는 희소성이 엄청난 활동의 기제로 변해 버린 것이다. 당신이 그걸 딸 확률은

아주 지극히 낮은 데도 말이다. 우리는 희소성이 낮은 물건과 서비스보다 희소성이 높은 것들에 대해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 그래서 그런 것이다. 사람들이 후기공모전에 참여했던 이유도

자신만의 희소성을 얻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인식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희소성과 마주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활용한 사례들은 수없이 많다.


인식하는 자가 이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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