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icro UX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석균 Jul 26. 2017

광역버스가 빨간색인 이유

#11. 광역버스 색깔의 넛지

살다 보면 서울에서 경기도로 가거나 경기도에서 서울로 갈 일이 분명히 생긴다.


그럴 때 우리는 어떤 버스를 타고 가야 할지 고민한다. 돈을 덜 내고 환승을 2번 하느냐, 아니면 돈을 조금 더

내더라도 빨간 버스를 타고 한 방에 가느냐에 대해. 나는 목적지에 가더라도 편하게 가는 것을 선호하여 초록색

버스보단 빨간 버스를 타는 선택을 하며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버스를 타면서 갑자기 궁금증이 생겼다. 왜 광역버스는 빨간색일까? 분명 단순히 색깔이 예뻐서 먼 거리를

이동하면서 편리함을 느낄 수 있는 버스에 빨간색을 칠한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인터넷을

뒤적거렸지만, 내가 원하는 확실한 이유는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이유를 알아보며

사람들에게 그 이유를 다른 관점에서 알려줘야겠다고 다짐했다. 색깔의 의미뿐만 아니라 분명 또 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에 버스의 색깔을 달리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오늘, 그 결과물을 여러분에게 보여주기 위해

이 글을 쓴다. 여러분이 무의식적으로 타는 빨간 버스에는 두 가지 흥미로운 넛지들이 숨어 있었다.

지금부터 그 두 가지 넛지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달리기를 한다면 누가 이길까요 ; 우리는 자극성에 민감하다

두 사람이 달리기 경주를 한다. 여러분이 생각했을 땐 누가 더 목적지에 빨리 도착할 것 같은가?

마음속으로 생각해 봐라. 둘의 능력은 모두 똑같다. 달리기 능력이나 지구력 등등이 똑같다.


사실 이 질문의 해답은 '똑같이 도착한다' 다. 왜냐하면 필자가 이미 능력이 똑같다고 이야기했기 때문.

하지만 모씨(MOCI)를 통해 익명의 사람들에게 질문한 결과, 108명 중 86명이 빨간색 옷을 입은 사람이

더 빨리 도착할 것이라고 했다. (물론 정답을 이야기한 사람은 1명뿐이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빨간색을 시각적으로 마주했을 때 드는 직관적인 느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직관적인 느낌을

중요시하는 이유는 우리가 색깔을 보고 저 색깔을 보면 저런 느낌이 들겠지?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

우리가 컬러리스트가 아닌 이상 우리가 색깔을 보고 색깔의 의미에 대해 심도 깊게 논의하지는 않는다.


빨간색을 보면 직관적으로 느끼는 것은 '생명력이 있다, 정열적이다, 마음이 따뜻해 보인다, 자극적이다,

급해 보인다' 등등이 있다. 사람마다 직관이 모두 다르고 느끼는 것은 전부 다르지만 중요한 것은

빨간색은 매우 자극적인 색깔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빨간색을 자극적인 색깔이라고 느끼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지만, 우리가 신체적으로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나오는 피를 생각해 보자. 피는 빨간색이다.

즉 우리가 자극적인 상황에 놓였을 때 마주하는 색깔이 빨간색이기 때문에, 우리의 경험적인 사고에

맞춰 봤을 때 빨간색이라는 색상은 자연스러운 색상이 아닌 특정한 자극을 주었을 때에 나오는

색깔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앞서 이야기했던 빨간색과 초록색 옷을 입은 사람의 경주 대결을 예측했던 모의실험에서도 드러나듯

우리는 자극을 받으면 자극을 받은 방향, 즉 여기서는 빨간색이라는 자극을 받아 자연스럽게

앞뒤 상황을 재지 않고 빨간색 옷을 입은 사람이 빠를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빨간색이 사람들에게 어떠한 기능을 하든 간에, 필자는 모의실험을 통해 빨간색이 사람들의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광역버스가 빨간색인 이유 ; 빨간색을 봤기 때문에 빨간색을 선택하는 것이다

광역버스가 빨간색인 이유는 선택을 다른 색깔의 버스가 아닌 빨간 버스를 타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더 이상 복잡한 이유를 들고 싶진 않다. 단순히 눈에 뜨이기 때문에 우리가 자극성에 기반한 선택을

한다는 것을 이용한 전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지금부터 보는 과정은 직행좌석버스가 빨간색으로

바뀌었을 때, 직행좌석버스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질문을 통해 나타낸 것이다.



우리가 가려고 하는 목적지가 있다. 초록색 버스를 타나 빨간색 버스를 타나 목적지 앞에 도착하는 건

동일한데, 그때 마침 버스정류장에 두 개의 버스가 같이 오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첫 번째 질문, 어느 버스가 더 눈에 뜨이는가? 빨간색인가, 연두색인가?

순서가 어찌 됐건(빨간색이 앞이든, 초록색이 앞이든) 우리 눈에 확실하게 자극적으로 보이는 색은

빨간색이다. 따라서 빨간색 버스와 초록색 버스가 동시에 올 땐 빨간색이 더 눈에 뜨일 것이다.

앞서 말했듯 사람들이 목적지에 더 빠르게 도달하는 것을 원할 때

사람들은 자극적인 빨간색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빨간색을 선택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빨간색 버스를 선택하는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빨간색 버스를 타는 사람들에게 운임요금을 받아야 할 때,. 여기서 두 번째 질문.


두 번째 질문, 1000원을 받을 것인가, 2000원을 받을 것인가?

기업이나 공공의 입장에서 생각하자. 시민들은 1000원을 선호하겠지만 버스를 운영하는 사람들이라면

똑같은 상황에서 2000원을 받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이다.


빨간색 버스의 운임이 2000원으로 결정됐다. 그런데 중요한 건 사람들이 돈을 더 냈을 때 그에 기대하는

서비스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내가 1000원을 더 냈으니 시간을 단축시켜야 한다는 것이나

버스에서 서서 가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 의자 자체가 편안함을 주어야 한다거나 해야 사람들이 그 버스를

애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이 두 가지가 지켜지지 않으면 버스요금이 높은 건 의미가 없다.

따라서 빨간 버스는 모든 정류장에 서지 않고, 사람들이 많은 정류장에만 정차한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많이 타기를 바라는 것도 있지만 시간 면에서 높은 가격을 지불한 사람들에게 확실하게

빨간 버스의 이점을 살려 추후에도 사람들이 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전략 중 하나이다.

즉, 빨간 버스는 그것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하여금 시간과 편리함에 대한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다음에도 그 버스를 타는 것을 선택하게 하기 위한, 직행좌석버스를 타게 하기 위해 버스노선을 바꾸는

그런 행위가 아닌 자연스러운 넛지 현상이다.




빨간 버스가 만약 초록색이나 파란색이었다고 상상해 보자. 물론 버스의 매출은 알 수 없겠지만

적어도 정류장에서 빨간 버스만큼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버스노선 자체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빨간 버스는 어쩌면 사람들이 자극으로 인해 자극에 기반한 선택을 하는 것을

적절히 활용한 넛지 전략이 아닐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