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icro UX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석균 Jul 29. 2017

우리가 자기계발서를 사는 이유

#13. 자기계발서의 제목에 숨겨진 넛지

서점에 가면 이상하게만큼 자기계발 서적이 많다. 그리고 가장 잘 보이는 데에 있다.

물론 자기계발서에 대한 관심은 과거부터 높았고, 모두가 성공을 하고 행복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기본적인

인간의 욕구에 맞춰서 자기계발서의 판매율은 다른 분야의 서적보다 높다. 

베스트셀러 중 대부분은 자기계발서다. 내용도 다양하다. 미움받을 용기를 가지라는 책, 깨어 있으라는

한 스님의 메시지, 지지 말라는 청춘 시기를 보내라는 한 일본인 작가의 책까지...


그렇다면 우리는 도대체 왜 자기계발서를 구매하는가? 남들이 사서 읽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 나 자신도

저 책을 사겠다고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책을 통해 나 자신의 잘못된 습관을 바꾸고 싶어서? 물론, 그것들도

여러분이 자기계발서를 사는 큰 이유 중 하나겠지만 조금 더 원론적으로 들어가 보면, 자기계발서는 다른 책에

비해 '할 수 있다'는 넛지들을 우리에게 강조하며 우리 지갑에 있는 돈을 투자하게 만든다. 그것이 앞서 얘기한

두 이야기보다 먼저 일어났고, 제일 본질적으로 우리가 자기계발서를 사는 이유이다.


오늘은 자기계발서의 제목을 통해 출판사와 작가들이 숨겨 놓은 넛지를 파악하도록 해 보자.

(필자도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고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자기계발서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것은 아니다!)


자기계발서를 보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자기계발 시간이 없어서이다

자기계발서를 보는 근원적인 이유는 자기를 계발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현대인들이 나 자신을 돌아볼 

여가시간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자기계발서에 나오는 내용들은 당신이 충분한 경험을 하고

자신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한다면 스스로 끌어낼 수 있는 요소들이다. 

즉, 지금 상황에서 만약 당신이 스스로 깨친 것들이 자기계발서의 내용과 일치하다면, 지금 당장 

출판 계획서를 써서 출판사에 가서 미팅을 가지고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을 낼 것을 제의하라. 


현대인들은 일에 치여 살거나,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사실 자신만의 시간을 가진다는 것이 쉽진 않다.

생각해 보자, 학교가 끝나고, 직장에서 퇴근을 하고 가는 길에 자기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지치고

힘든 일인가!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사색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자기관리는 해야 하지만, 자기관리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사람들은 짧은 시간에 자기계발의 욕구를

충족해 주는 수단을 찾게 되었다. 다양한 공간들과 교육프로그램 등이 나 자신을 찾는 것을 도와주었다.

누구나 성공을 할 수 있다고 강연하는 자리에 가서 강연을 듣고, 실제로 나 자신에 대해 캔버스를 그리며

나의 본질에 대해 깨닫는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효과적인 수단은 전 세계의 유명하고

성공한 인물들이 주장하는 바를 앉아서, 혹은 누워서도 볼 수 있는 것. 바로 자기계발서였다.

이러한 흐름 때문에 자기계발서의 매출은 엄청나게 늘었다. 실제로 베스트셀러 기록을 세운 도서는 대개

문학이나 자기계발/행복 등이 많은 이유도 이러한 이유 중 하나이다. 자기계발서를 구매하는 이유는

자기계발이 아니라 자기계발을 할 시간이 없어서 구매한다니. 굉장히 역설적이다.


책의 내용 대신 책의 제목을 바꾸다

자기계발서의 판매를 늘리기 위해선 단순히 '성공하는 방법'이라는 단순한 용어로는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곤란했을 것이다. 물론 성공하는 방법이라고 해도 그 책을 살 사람은 있겠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성공하는 방법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언저 그 자리를 뺏길지 모르는 일이었다.

출판사와 작가들은 책의 판매를 위해 고민했다. 책의 내용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하고

책의 위치를 바꿔볼까 하는 고민도 있었지만 그것은 생각보다 서평이 올라오기 전까진, 즉 고객이 직접

후기를 올리기 전까지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들은 앞서 이야기한 부분처럼 자기계발의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간파하고, 책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지금은 자기계발서가 원하는 부분처럼 되어 있지는 않지만, 그 책을 읽으면 곧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줄 수 있는 책의 핵심 메시지를 설정하고, 그리고 그에 맞춰 그들은 책의 제목

'~를 소개합니다'에서 '~가 되어라'의 프레임으로 바꿔 버린다. 즉, 책의 내용을 본질적으로 바꾸지 않고

책을 제일 먼저 접하게 되는 제목 부분의 패러다임을 바꿈으로써 사람들이 더 많이 책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넛지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단적인 예를 한 번 들어 보겠다.

첫 번째 책. 이 책의 제목은 사람들에게 '동사형 인간이 되어라!' 라는 메세지를 강조하고 있다.

책의 제목을 통해, 혹은 책을 통해 사람들은 동사형 인간이 무엇인지에 대해 간접적으로 체험할 것이다.

그 과정을 얻기 위해 사람들은 책을 구매한다.


두 번째 책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스펙보단 스토리를 쌓아라!' 라는 메세지를 강조한다.

책의 제목을 통해 사람들은 스펙이 스토리에게 패배하는 경험을 보게 될 것이고 자기 자신도

책의 제목처럼 되기 위해 책을 구매한다. 만약 스토리의 중요성이라고 이야기한다면 책의 판매율은

해당 제목보다 더 떨어질 것이다.


책의 내용이 어쨌든간에, 책의 제목을 '~가 되어라' 라는 프레임으로 바꾸자 책의 판매율은 급상승하여

마침내 전통적인 강자였던 문학을 뛰어넘어 버렸다. 이 상황은 사람들의 자기계발 시간 부족과 더불어

자기계발서를 읽으면 자기계발서처럼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은근한 넛지로 인해 일어난 일이라 볼 수 있다.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좋은 습관이며 권장할 만한 습관이다.

하지만, 자기계발서의 핵심은 실천이다. 100권의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보다

1권의 자기계발서를 읽고 실천하는 것이 진정한 성공에 이르는 길이라 생각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