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리젠티즘(presenteeism)"
" present + ism = 출석하다와 상태, 중독 의미를 지닌 접미사가 붙어져 만들어진 신조어"
학교에 다닐 적에 감기에 걸려도 마스크를 끼고 불굴의 의지로 등교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책상 위에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버티는 게 덕인 거처럼 느껴지던 때였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짝꿍은 감기에 걸려 이마에 띠를 두르고 엄마 등에 업혀와서 그대로 자리에 두었다가 하교시간에 와서 다시 그대로 업혀가던 불쌍한 친구의 모습이 생각이 떠오릅니다.
수업 시간 내내 곡소리를 내던 짝꿍의 교과서를 넘겨주던 당시에는 친구를 불쌍하기보다는 학생의 자세는 원래 이렇다는 인식이 더 강했습니다. 그래서 말도 안 되는 이런 상황이 이상하다는 걸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그런 사회 분위기 덕에 저는 졸업식 때 6년 개근상을 받았습니다.
사람은 언제나 아픕니다. 청춘도, 중년도, 아이도, 우리 모두가 마음뿐이 아닌 육체도 항상 아픕니다. 팬데믹 시대 이전에도 감기는 우릴 괴롭히던 병입니다. 약 200여 종의 바이러스가 기침, 재채기, 콧물, 발열, 몸살을 일으켜서 정상적인 생활을 못하게 하는 이 병의 치료약은 '아세트아미노펜'은 해열진통제입니다. 이것은 통증을 완화하고 열을 낮추는 역할을 하는 감기약의 주된 성분입니다. 이 약을 먹으면 몸에 불편한 증상이 완화시켜줍니다. 근육통, 인후통, 두통으로 나의 무게를 잠시 잊게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일종의 몸의 고통을 잊기 위해 마취제를 맞고 회사를 출근하기 위해 먹는 것이 바로 감기약입니다. 엄마 등에 업혀서 억지로 책상에 앉아 있던 친구는 약이라는 등에 업혀 오늘도 회사에 출근하고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합니다. "프리젠티즘"이라는 단어처럼, 몸이 아파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직장인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그렇게 완성되었습니다.
커피 흥분제?
한국인은 연간 350잔이 넘는 커피를 마십니다. 출근길에 한잔, 점심식사 이후에 한잔으로 피로를 회복합니다. 커피의 기원을 살펴보면 이 검은색 물이 어떤 성분으로 현대인에게 도움을 주는지 알 수가 있습니다. 커피 열매를 따먹은 염소들이 흥분하고, 날뛰는걸 이상하게 생각한 목동들이 이 열매를 따서 끓여먹어 보니 기운이 솟아나는 물이 기원이라고 합니다.
커피는 사실 흥분제입니다. 주요 성분인 카페인은 식물성 알칼로이드에 속하는 흥분제의 일종으로 대뇌피질의 감각 중추를 흥분시키는 작용을 합니다. 다시 말하면 충분히 휴식을 취하지 못한 현대인이 이른 아침에 깨어나 몸과 마음이 지쳐 있는 상태를 흥분제로 일깨워주는 역할을 합니다. 즉 우린 매일 아침 일어나 육체를 카페인으로 채찍질하며 직장으로 출근하는 것입니다.
희생이란 출근
" 육체의 자유의 존엄성이 박탈당해는 이 끔찍한 출근을 왜 해야 하는 걸까요? "
현대를 일군 기업인 고 정주영 회장은 새벽에 일어나 "해가 안 뜨냐"라고 푸념하고는 했다고 합니다. 새벽 5시에 자녀들과 식사를 하고 6시에 출근길에 나섰다고 합니다. 출근 소감을 묻는 사람들에게는 "항상 소풍 가는 기분으로 출근한다"라고 말하곤 했다고 합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이 작은 나라에서 일류 기업에서 일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성공한 사람들은 육체의 유혹을 정신력으로 이기는 습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회는 이러한 직장인들의 희생이 모여서 움직이게 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편리함은 삶 속에서 내가 원하는 또 다른 즐거움을, 창작을 취미생활을 인간처럼 설 수 있게 합니다. 지금 제가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이유도 프로그램을 만든 개발자부터, 글쓰기 강사, 책을 만들고 편집하는 출판사, 노트북을 만든 제조업자들의 희생의 결과입니다.
만약에 모두가 희생하지 않고 자신의 안위와 육체의 유혹대로 살아간다면 오늘을 살아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코로나 19 사태를 맞아 환자를 위해 전력하는 의료진의 희생이 아니었다면 안전한 나라가 되었을지 궁금합니다. 누군가의 희생이 오늘을 만듭니다.
제가 담당하는 도서 시스템의 작은 부분이 모여 좋은 책을 만나기 위한 어린아이 손에 닿아 훌륭한 인물이 되어 또 다른 희생으로 누군가를 위해 살아가는 선순환을 기대하며 다른 누군가를 위해
"그래서 나는 오늘도 출근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