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와 티스토리의 차이
퍼즐을 즐기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과정을 즐기는 것입니다. 퍼즐은 인생을 비유할 때 좋은 주제입니다. 누구나 태어나면서 퍼즐판 위에 놓이게 됩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각자의 조각을 획득하고 만들어갑니다. 그리고 그 조각들을 이용해 인생이라는 게임을 완성 해내갑니다. 우리의 인생처럼 퍼즐을 맞추어 가는 과정은 재밌습니다. 잘못된 조각들을 걸러내고 알맞은 틈새에 조각을 끼어넣다 보면 하나둘씩 그려지는 완성품의 숨은 모습을 찾아가는 재미가 바로 퍼즐이라는 게임입니다.
두 번째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요즘은 명화가 퍼즐로 맞추어 갈 수 있는 제품들이 많습니다. 저는 최근에 고흐 작품인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명작을 퍼즐로 구매하였습니다. 그리고 밤새도록 조각을 맞춘 후에는 같이 동봉되어 있던 액자에 조심스럽게 넣고 방에 걸어두었습니다. 인쇄된 종이 포스터를 사는 것보다 직접 그림을 그리듯 퍼즐을 맞추어 완성하여 데코레이션으로 사용하는 것도 완성된 퍼즐을 즐기는 방법입니다.
기술서와 에세이가 정답을 다루는 차이
저는 글을 많이 쓰는 개발자입니다. 티스토리에 장만한 온라인의 공간은 코딩과 IT 정보를 다루는 "기술 블로그"입니다. 그리고 브런치에서는 지금처럼 구독자 여러분들에게 "에세이"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티스토리와 브런치, 기술서와 에세이라는 곳을 오르내리면서 느껴지는 가장 큰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정답을 다루는 방법입니다.
기술서는 정답을 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컴퓨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개발자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장난입니다. 하지만 정말로 전산은 거짓이 없습니다. 항상 정답을 말합니다. 마치 퀴즈 대회처럼 말이죠. 덕분에 티스토리의 구독자 분들의 질문도 언제나 정답을 향합니다. "고코더님 배열은 어떻게 구현해야 하나요?"라는 문의가 온다면 내 생각을 말하는 게 아닌 정답을 말해주고 이를 설명하고 직접 시현해주는 게 중요합니다. 이처럼 기술서에는 해결이 중요하고 정답을 얻어 가는 방문자를 위한 답을 주는 글쓰기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틀린 정답을 말하는 실수는 용납하지 않는 글쓰기입니다.
하지만 에세이는 정답을 말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말콤 글래드 티모시는 글쓰기를 퍼즐로 비유하였습니다. 궁금함을 독자가 풀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나와 똑같은 의문점을 가지게 하는 걸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가장 형편없는 글쓰기는 내 생각을 끊임없이 늘어놓는 것이라고 표현합니다. 기술서를 쓰던 개발자가 브런치에서 에세이를 쓸데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여운이 남게 만들 수 있을지 독자들이 답할 수 있는 의문을 남기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카페에 가면 온갖 잡화로 복잡하게 꾸며놓은 아주 정성스러운 공간보다는 최소한의 인테리어로 꾸며놓은 곳을 좋아합니다. 일명 이런 스타일을 일컬어 모던함이라고 합니다. 이런 깔끔함의 최대의 장점은 내 느낌을 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숨겨놓고 상상을 하게 만드는 건 매력적인 공간의 비밀입니다. 이성 관계도 비슷한 거 같습니다. 에세이는 굳이 정답을 말하기 위해 복잡하게 늘어놓은 설명이 쓰인 글보다는 독자들로 하여금 생각의 공간을 주는 글쓰기는 에세이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방법입니다.
기술서와 에세이의 시차
티스토리와 브런치를 써 내려가면서 느꼈던 가장 큰 온도차는 정답을 다루는 것이었습니다. IT 지식을 찾으러 온 방문자에게는 "명확한 정답"을, 새로운 시야와 느낌을 원하는 에세이를 찾아온 방문자에게는 "새로운 생각"의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방법은 다르지만 "에세이와 코딩은 독자를 위한 글쓰기라는 것"입니다.
"정답이 아닌 생각의 공간을 주는 코딩이 바로 에세이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