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하는 방법
*영화 스탠바이, 웬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귀하의 시나리오는 우승작들에 포함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낙심하지는 마십시오"
"멈추지 말고"
"이야기 들려주기를 그치지 마십시오."
"훗날 다른 작품으로 만나기를 바랍니다. "
"그때 까지"
"장수와 번영을.."
- 영화 스탠바이, 웬디(Please Stand By) 中 -
자폐증을 앓고 있는 소녀 '웬디', 그녀의 꿈은 작가입니다. 티브이에서 스타트랙 시나리오 공모전 광고를 보게 된 그녀는 자신의 꿈을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밤낮으로 열심히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작품을 완성합니다. 하지만 마감날은 다가오고 우편으로 제출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곧 태어날 조카에게 떳떳한 이모이고 싶던 웬디는 처음으로 세상이란 공간으로 모험을 나서게 됩니다. 바로 LA에 있는 '파라마운트 픽처스'를 향한 여행이 시작됩니다.
불편함으로 둘러 쌓인 그곳은 웬디에게 전혀 친절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를 귀찮아하는 사람들, 바가지를 씌우는 점원, 친구라고 생각했던 낯선 사람은 전재산과 아끼는 아이팟까지 훔쳐 달아납니다. 교통사고까지 당해가며,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그곳 "파라마운트 픽처스" 또한 역시 친절함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녀에게 규정을 들먹이며 멀리서 온 그녀를 쫓아내지만, 처음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기지를 발휘하여 원고를 제출하게 됩니다. 그렇게 작가를 위한 여정은 마무리가 됩니다.
하지만 영화 속 보편적인 스토리와 달리 그녀의 작품은 당선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낙선된 그녀에게 도착한 메시지는 작가가 대할 삶에 대한 태도를 말합니다. "이야기 들려주기를 그치지 마십시오." 작가는 책이 출갈 될 때, 온갖 판타지를 꿈꿉니다. 유명 예능 프로에 출연하면 어떻게 나를 소개할까?, 어떤 내용의 인터뷰가 올까?, 10만 권 정도 팔리면 인세가 얼마지?, 하지만 보통의 책들은 1쇄에서 머물게 됩니다. 저 역시도 이번 출간한 "오늘도, 우리는 코딩을 합니다." 또한 아직은 초판 발행으로 만족해야 할 듯합니다. 그래도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책을 쓰는 과정은 모험과 다르지 않습니다. 가끔은 앉자마자 글감이 떠올라 몇 십장의 워드가 술술 넘어가는 날도 있지만, 대부분의 날들은 개인적인 일들과 회사에서 시달린 스트레스로 인해 한 글자도 쓰기 어려운 날들이 훨씬 많습니다. 창작의 세계 또한 웬디가 만난 그곳과 마찬가지로 작가에게 전혀 친절하지 않았습니다. 글쓰기란 문이 열리고 닫히는 시간은 누군가 열어주기 전까지는 노크하고, 긁어대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웬디가 만난 세상의 불친절함이 그녀를 작가로 만들어 주었듯이, 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작가의 본연의 태도를 만들어 줍니다. 작가는 책을 출간하는 목표가 있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이야기를 그치지 않는 것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가 베스트셀러가 되고, 유명한 사람이 되는 것은 운이 좋아서,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나야 할 수도 있지만 작가의 성공은 그 문이 열릴 때까지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 것입니다.
얼마 전 전업투자자의 성공을 조명한 다큐멘터리가 방영되었습니다. 한 출연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번 달 또한 1억을 벌었어요." 달마다 1억을 투자로 버는 성공한 삶의 주인공이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성공이란 절대적 잣대가 됩니다. 하지만 작가의 성공 또한 역시 돈일까요? 속세를 떠난 종교인의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야기를 전하는 그 과정만으로도 성공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낙심하지 말고, 불친절한 세상에서
훗날 좋은 작품이란 문이 열릴 때까지
멈추지 않는 태도 그것이
작가의 태도가 아닐까요?
PS.
두 번째 종이책이 3차 원고 마감에 들어갔습니다. 곧 차기작으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