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글쓰기를 처방해드립니다.

걱정을 치유하는 표현적 글쓰기

by 고코더

글쓰기와 실타래

실타래

글쓰기를 비유할 때 저는 '실타래'를 이야기합니다. 여기서 실타래란 실을 쉽게 풀 수 있도록 둘둘 말아 놓은 실뭉텡이를 말합니다. 실타래는 뜨개질바늘에 연결하면 장갑이나 목도리등을 만들 수도 있고 구멍 난 옷을 꿰맬 수 도 있습니다. 실타래는 마음을 읽는 능력이 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바느질을 하면 실타래에 얽힌 실은 술술 잘 풀려나옵니다. 장갑이나 목도리가 다 만들어질 때까지 오랜 시간 엉키지 않습니다. 하지만 급한 마음으로 실을 다룰 때 실타래는 복잡한 마음처럼 엉켜버립니다. 엉켜버린 실타래를 푸는 방법은 골치가 아픕니다. 마음 같아서는 싹둑 잘라내어 다시 시작하고 싶지만 엉켜버린 실을 풀기 위해서는 실의 끝부터 엉킨 부분을 천천히 조금씩 찾아야 합니다. 그렇게 실을 따라 하나, 둘 얽힌 부분을 풀어내다 보면 실타래는 다시 술술 잘 풀리게 됩니다. 이런 엉킨 실을 풀어내는 과정이 저는 글쓰기와 비슷하다고 생각 듭니다. 글쓰기는 엉킨 실타래의 끝을 찾아 하나씩 막힌 부분을 풀어가는 과정입니다. 생각은 실타래입니다. 펜은 엉킨 부분을 풀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글쓰기는 우리의 생각과 걱정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우리의 생각도 술술 풀릴 수 있게 인도해 줍니다.


저는 걱정이 몰려올 때 펜을 듭니다. 현재 내가 겪고 있는 걱정들에 대해 표현적 글쓰기를 합니다. 표현적 글쓰기란 자아와 밀접한 연관을 갖는 글로서 자아를 드러내는 글을 의미합니다. 이런 글쓰기의 목적은 스스로에게 온전히 숨김없이 솔직해지고 마음을 활짝 열게 하는 데 있습니다. '글쓰기치료(Writing to Heal)'의 저자 제임스 펜네이커 박사는 "만약 당신이 표현하는 글쓰기를 통해 당신의 머릿속에서 이러한 걱정을 제거한다면 어떤 일을 더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하였습니다. 걱정을 제거하는 표현적 글쓰기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표현적 글쓰기

글쓰기

글쓰기가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쓰는 것 자체가 두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표현적 글쓰기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오로지 나를 위한 글쓰기입니다. 제임스 페니베이커(James W. Pennebaker)의 '표현적 글쓰기(expressive writing)'에서는 표현적 글쓰기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표현적 글쓰기를 위해서는 자신이 보기에 아무리 안 좋은 부분과 결함이 있더라도 그 검열관을 해고하고 무엇이든지 마음 놓고 쓸 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쉽게 말해 자유롭게 쓰라는 것입니다. 엉터리 문법으로 문장이 어색해도 맞춤법이 틀리고 오타가 나도 괜찮다는 것입니다.


제가 첫 경험한 표현적 글쓰기는 실패였습니다. 오히려 걱정이 가중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안 좋은 기억들의 실체를 꺼내놓고 마주하니 걱정을 재확인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처한 걱정과 마주하는 게 익숙해지면서 오히려 걱정에 대해 무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마치 중요한 일이 아닌 것처럼 말이죠. 그리고 표현적 글쓰기가 주는 가장 좋았던 점은 글 쓰는 시간에만 걱정을 생각하고 끝나면 영화 상영이 끝나듯 필름이 뚝 끊어지는 체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체험으로 표현적 글쓰기는 저에게는 진통제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두통이 몰려오면 타이레놀을 먹어 통증을 완화하는 것처럼 표현적 글쓰기 또한 심리적 외상이 있을 때 사용 가능한 상비약입니다. 만약 머릿속에 떠나지 않는 생각이나 고민이 생긴다면 표현적 글쓰기를 통해 응급처치가 가능합니다.



펜은 약보다 강하다


그리고 글쓰기는 마음뿐만 아니라 육체의 통증 또한 응급처치가 가능합니다. "펜은 약보다 강하다(The pen is mightier than the pill)" 1990년 영국 '가디언'지에 실린 기사 제목입니다. 조슈아 스미스(Joshua Smyth)가 이끈 연구팀은 글쓰기의 치료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천식과 관절염 환자들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 경험에 관해 3일간 연속해서 20분씩 글쓰기를 하도록 했습니다. 동시에 나머지 통제집단 환자들에게는 그저 일상의 계획을 적어보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스트레스에 관해 글로 썼던 실험집단의 천식환자들은 20%의 폐 기능 향상을 보였습니다. 관절염 환자들은 3분의 1 수준 이하로 통증 완화를 나타냈다고 합니다. 반면, 일상 계획만 적었던 통제집단에서는 아무 변화가 없었다고 합니다. 이렇듯 표현적 글쓰기를 통해 마음과 육체를 치료할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아래 내용은 '치유의 글쓰기'라는 책에서 글쓰기의 효과를 정리한 내용입니다. 참고해보시길 바랍니다.


1. 마음의 상처에 관한 글쓰기는 면역 기능을 향상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질병으로 인해 의사를 찾는 시간이 줄어들었으며 학교와 일터에서 능률이 향상되었다.

2. 마음의 상처에 과한 글쓰기를 하고 있는 동안이나 그 후에는 혈압, 근육 긴장, 피부 트러블이 현저히 감소된다. 글쓰기로 자신의 문제를 고백하는 동안 건강문제에 대한 자각이 높아지는 것이다.

3. 스트레스, 고혈압, 만성질환, 천식, 류머티즘성관절염, 암 환자들이 글쓰기를 실천할 때 육체적인 증상이 감소되는 것을 경험한다.

4. 내면의 비밀이나 고통에 따른 만성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환자는 글쓰기를 통해 어느 정도 긍정적인 변화와 치유를 경험한다.

5. 글쓰기는 사회적인 관계를 고양시킨다. 타인에게 미칠 결과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비밀스러운 사거를 털어놓는 일이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6. 긍정적인 감정이 높아지고 문제 해결의 기술이 강화되고 향상됨으로써 사회적인 유대가 개선된다.

7. 비교적 낙천적인 여성들은 우울증 상태가 약화됨으로써 긍정적인 미래에 대해 쓰게 되고, 우울증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노력을 더 많이 하게 된다.

8. 글쓰기는 하나의 감정 상태에서 다른 감정 상태로 매우 신속하게 이동하도록 해준다. 예를 들어, 불안하거나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이 글쓰기 이후에 편안하게 된다.

9. 글쓰기는 기억력을 향상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친다. 스트레스가 쌓이는 인생사가 생각의 체계를 방해한다면 글쓰기는 그것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게 한당.

10. 부정적인 생활 중에서도 미래지향적인 점을 발견하고 과거의 상처에 집착하지 않게 됨으로써 개인적인 성장에 도움을 준다.

11. 인생의 목표에 관해 글을 씀으로써 더 행복해질 수 있고, 이로써 통증을 덜 느끼게 된다.

- 김권수, 『치유의 글쓰기』, 홍익출판사 (2008) -



디지털 표현적 글쓰기

옷장

제가 만든 디지털 표현적 글쓰기 방법을 소개해드겠습니다. 디지털 세상에 어울리는 방법으로 각색을 했습니다. 우선 책상에 앉아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려놓습니다. 그리고 노트 프로그램을 실행시킵니다. 참고로 손 글씨가 불편하지 않는 분들은 종이와 펜으로 하셔도 무방 합니다. 그리고 유튜브에서 "조용한 배경 음악"이란 키워드로 검색을 합니다. 수많은 음악 중에 플레이 시간이 1시간 이상인 곡 중에서 튀는 멜로디가 없는 잔잔한 음악을 선곡합니다. 그리고 음량의 크기는 들릴 듯 말 듯 작게 볼륨을 맞춥니다. 이제 엉클어진 머릿속을 시각화할 차례입니다. 걱정들을 옷이라고 생각하고 걱정을 없애줄 공간을 옷장이라고 상상합니다. 흩어진 옷을 아주 천천히 하나하나 접어서 옷장에 집어넣는 상상을 하면서 다. 크게 한숨을 쉬고 이제 표현적 글쓰기를 하는 시간에 접어듭니다.

컴퓨터 노트 프로그램에 새 노트를 실행합니다. 그리고 걱정거리들을 한 장에 하나씩 제목에 적습니다. 즉 10개의 걱정이 있다면 10개의 새 노트 파일이 생성돼야 합니다. 손 글씨로 하신다면 10장의 종이가 필요로 할 것입니다. 이제 정리를 할 차례입니다. 방금 써놓은 걱정은 제목이라고 했습니다. 이제 본문에 한 장에 하나씩 걱정들에 대해 느껴지는 대로 구체적으로 적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문법, 맞춤법, 오타 등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적습니다. 그렇게 10장이 완성되면 쓴 글들을 한 장씩 읽어보며 걱정과 마주합니다. 충분히 마주했다면 한데 모을 차례입니다. 노트 프로그램에 카테고리를 오늘 날짜로 생성합니다. 그리고 10개의 노트를 모아놓습니다. 손글씨로 글쓰기를 하신 분은 클립이나 스테이플러로 종이를 가지런히 모아 집습니다. 그리고 맨 앞장에는 오늘 날짜를 쓰면 됩니다. 이렇게 오늘의 걱정거리가 정리되었습니다. 마치 어질러진 방에 옷들을 모두 정리하여 옷장에 집어넣어 방이 깨끗해진 것처럼 우리의 마음도 정리된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 출처

- 표현적 글쓰기, 제임스 W. 페니베이커, 존 F 에반스.

- 임옥희, 『치유의 글쓰기』, 홍익출판사 (2008)

- https://brunch.co.kr/@cyyoun01/19

- https://ildaro.com/sub_read.html?uid=7287%C2%A7ion=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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