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은 언제나 맛있습니다. 그리고 시대에 따라 라면은 다양한 추억을 만들어 왔습니다. 어머니는 어린 시절 큰오빠가 아껴먹던 라면을 훔쳐먹어 혼이 나 시무룩하고 있을 때 라면봉지 한아름을 들고 오는 큰오빠를 보고 달려가 안고 엉엉 울었던 추억을 말씀하셨습니다. 아버지는 당시 라면을 먹으면 머리가 나빠진다는 속설을 믿으셨고 라면을 꾹꾹 참아가며 지역에서 가장 좋은 공대에 합격하셨습니다.
저 역시 중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쉬는 시간 달려가서 익지도 않은 컵라면을 깨물어 먹던 맛이 잊히지가 않습니다. 집에서 처음 라면을 끓여보던 날 찌개 조리하듯 30분 동안 끓여 냄비를 다 태워먹어 등짝을 맞아본 기억도 있습니다. 이 맛있는 음식은 분명 간식이지만 추억을 만들어왔고 그 이야깃거리는 언제나 재밌는 주제가 되어줍니다.
개발자 라면
개발자가 되고도 라면은 자주 애용하는 음식이었습니다. 특히 첫 직장에서는 야근 때문에 회사에 항상 컵라면을 쌓아두고는 했고 저녁 9시쯤 회사 발코니에 나가서 동료들과 컵라면 하나 끓여 먹으면 영양가 한 개 없는 이게 뭐라고 원기가 회복되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꼬불 꼬불한 면을 보고 있자면 내가 지금 헤매고 있는 꼬여있는 코드처럼 보여서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개발자들에게는 유독 가깝고 친근한 음식은 라면입니다. 또한 선배 개발자들에게 듣는 충고도 "개발자 라면은.."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은 중의적 의미로 다루고 있습니다.
개발자를 위한 간식거리 글
제 블로그에서는 '프로그래머를 위한 칼럼'이라는 주제로 개발자를 위한 글을 써왔습니다. 이제 10년 차 경력에 들어서며 이제는 후배를 위한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듭니다. 월 수 십만 명이 방문하는 블로그 덕분에 생각보다는 많은 분들이 읽어주고 댓글도 달아주셨지만 코딩 팁을 찾으러 온 개발자들에게는 여유 있게 글을 정독할 시간이 없을 거 같다는 개인적인 추론을 했습니다. 그래서 더 알맞은 플랫폼을 생각해왔고 브런치에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이 글은 개발자들에게 라면처럼 가볍게 즐길 수 있으면 합니다. 충고나 조언일 수도 있고 개발자를 위한 감성 에세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칼럼이라고 했다가 에세이라고 했다가 성향 파악이 안 돼서 결국 "개발자 라면"이라는 이름으로 개발자를 위한 간식거리를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이 글에 독자는 명확합니다. 개발자들도 서점에 가서 머리 좀 식히면서 읽을만한 책입니다. 개발자를 위한 글을 쓰지만 사실 일반 독자들도 읽어볼 만한 재밌는 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