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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코더 Nov 02. 2020

서점 그 특별한 공간

변하지 않는 장소

여전히 그대로인 공간


미니컴보이

 어릴 적 닌텐도에서 제작하고 현대전자에서 판매하던 "미니컴보이"를 기억하시는지요? 학교에 이 조그마한 게임기를 가져가는 날이면 옆반 친구들까지 아는 척을 하게 만드는 슈퍼스타가 되는 날이었습니다. 작은 흑백 LCD 화면으로 두 개의 버튼과 십자키를 이용해 캐릭터를 움직여서 게임을 하기 위해 AA 건전지 4개나 사야 했습니다. 생일을 맞이하면 게임 팩 하나를 선물로 살 수 있었던 보물 1호 였습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은 옛날 게임기의 절반도 안 되는 크기를 가진 스마트폰 안에 3D 그래픽이 끊김 없이 움직이고 닌텐도의 8세대 게임기 '스위치'는 게임기 하나로 두 명이서 플레이가 가능하고 티브이로 연결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에 연결하여 전 세계 유저들과 실력을 겨를 수 있는 최첨단 기계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시간은 과거에 추억했던 것들을  예전과 다른 모습으로 발전시켜 가면서 새로운 경험과 추억을 만들어 줍니다. 그래서 과거의 현대적이지 않던 물건을회상하며 즐기는 레트로 문화가 생겨 나기도 했습니다. 시간은 모든걸 자꾸 변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컴퓨터는 빨라지고 핸드폰은 작아지고 건물은 하늘 높이 계속 뻗어 가지만 세월이 흘러도 유독 변하지 않는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서점이라는 공간입니다.  


“서점이란 한 시대의 사유와 사상이 표현되는 공간이고 책의 선택과 진열이 그 행위다. 서점이란 시대정신이 자유롭게 표출되는 공간이다. 서점은 태생적으로 시민사회다.”
- 옌보페이(嚴搏非) -

 

 서점에 가면 책들이란 별이 끝임 없이 펼쳐진 무한한 우주와 같은 느낌을 줍니다. 진열된 책들은 저마다 다른 색상과 디자인으로 독자를 매혹합니다. 서점에 들어선 사람들은 저마다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한 손에 들고 한 손으로 종이를 한장 한장 넘기면서 새롭게 만난 책이란 행성을 탐구 하기 시작합니다. 혼자 온 이들은 진득하게 책과 마주하여 사색하고 연인들은 저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손에 들고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동화책을 펼쳐놓고 상상의 나래에 빠져들어 예쁜 눈망울이 초롱초롱하게 빛납니다. 이처럼 서점은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지식의 놀이터입니다.

 어릴 적부터 서점은 학교와 교회 다음으로 자주 가던 놀이 공간이었습니다. 어릴 때는 글자 수가 적고 그림이 많은 책을 10분마다 옮겨가며 보기도 하였고 청소년 때는 학교 문제지와 소설책을 사러가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가끔 서점에 들러서 트렌드에 맞는 정보를 살펴보면서 문학으로 다시 마음의 충전을 합니다. 긴 시간 동안 책은 전자책이라는 디지털로의 변화를 시도하였지만 여전히 오프라인 공간에서는 고유의 네모나게 각진 모습으로 표지는 화려하게 속내용은 정갈하게 써져 있는 그 모습 그대로 남아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20년 전에도 지금도 서점은 그 자리 그대로 똑같은 감동을 주는 문화 공간임이 틀림없는 거 같습니다.



스트랜드 서점


유명한 스트랜드 서점 손님들

 현대 미술의 거장 앤디 워홀(Andy Warhol ), 미국 패션계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캘빈클라인(Calvin Klein),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할리우드 유명 배우 리처드 기어(Richard Gere), 이탈리어 철학자 옴베르토 에코(Umberto Eco)등이 찾은 단골로 혹은 손님으로 찾은 서점이 있습니다.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12번가 모퉁이를 돌면 나타나는 빨간 천막의 흰 글씨가 인상적인 스트랜드 서점(Strand Book Store)이 나타납니다. 1927년 리투아니아 출신 이민자 벤자민 배스(Benjamin Bas)는 영국 런던의 유명한 작가들이 많이 살고 있는 시티 오브 웨스트민스터(City of Westminster)의 스트랜드(Strand) 거리의 이름을 따서 중고서점을 시작하였습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중고서점으로 3백만 권이 넘는 책을 판매 중입니다. 이 엄청난 양의 책들을 일렬로 늘려놓으면 길이가 18마일이나 된다고 하여 ’18마일의 책들(18 Miles of Books)'이라고도 말하기도 합니다. 



#savethestrand


#savethestrand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이 독립서점은 위기가 찾아옵니다. 93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이곳도 코로나로 인한 매출 감소로 인해 폐업 위기을 맞이합니다. 하지만 기적이 일어납니다. SNS를 통해 #savethestrand 운동이 시작되고 이 소식을 들은 미국 전역의 독자들은 발 벗고 나서 서점을 위한 응원과 후원이 쏟아집니다. 개점 30분 전부터 길게 늘어선 손님들로 인해 40배가량의 매출 급증으로 기상 회생하게 됩니다. 공간을 추억하던 독자들은 그 장소가 사라지지 않기를 바랐던 결과입니다. 유독 책이라는 물건을 판매하는 장소는 사람들에게 좀 더 특별한 공간으로 인식되는건 확실한거 같습니다.



변하지 않는 장소


 공간은 추억을 간직합니다. 어릴 적 동네 놀이터에 가면 친구들과 노래 부르며 한여름 지독한 더위와 한겨울 추위도 잊은 채 정신없이 뛰어놀다가 넘어져 무릎이 다 까져 피가 흥건해도 술래에게 잡히기 싫어 젖 먹던 힘을 다해 전력을 다해 도망가던 그때 그 기억들이 새록새록 피어납니다. 어릴 적 그네의자에 오르려고 짧은 다리를 높이 들어 다리 한쪽을 억지로 끼어넣고 나머지 몸은 껑충껑충 뛰다가 마지막 도약으로 간신히 올라앉아 자세를 잡고 하늘까지 닿게 하기 위해 발로 굴려 밀던 그 그네에 다시 앉아 봅니다. 지금은 모래 대신 깔린 바닥에 푹신한 재질의 우레탄이 조금 낯설지만 낮아진 그네에 쪼그려 틀어 다리를 엇갈리게 앉아 하늘을 쳐다보면 여전히 구름은 여전히 하늘 끝에 매달려 있습니다. 가끔 동네 놀이터를 찾으면 어릴 적 이 공간에서 즐기던 좋은 추억들이 바람에 불어와 눈가를 적시고는 합니다. 

 세월이 흘러도 책 한 권에 담긴 지식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책을 진열하고 사람을 맞이하여 책과 사람의 인연을 이어주는 서점 역시 계속될 것입니다. 변하지 않는 아름다운 공간이 주는 위로라고 생각합니다. 세월이 좀더 흘러 더 많은 것이 디지털 발전과 맞물려 변화 하여도 종이의 향기를 간직한 책을 간직한 서점은 여전히 그자리에 남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서점이란 공간이 영원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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