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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코더 Nov 06. 2020

에디터의 칭찬은 저자를 춤추게 한다.

회사 다니면서 글쓰기 힘드네

직장인의 집필 시간


 매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됩니다. 아침 7시에 일어나 뉴스를 틀어놓고 간단하게 토스트 한 조각을 먹으며 씻을 준비를 합니다.  8시쯤에 집에서 나와 출근버스를 타고 회사에 도착하면 하루가 시작됩니다. 업무에 치이다 보면 순식간에 시간은 훌쩍 지나갑니다. 6시가 되면 다시 퇴근버스를 타고 집으로 복귀하면 저녁 7시가 됩니다. 씻고 저녁식사를 하고 숨좀 돌려서 시계를 보면 대략 저녁 8시 반이 됩니다. 그리고 평균적으로 잠에 드는 시간은 12시에서 새벽 1시 사이 그렇다면 저녁 작가로 활동 중인 저에게 글을 쓸 수 있는 하루에 시간은 고작 3시간 정도입니다. 이마저도 텔레비전과 넷플릭스를 보지 않아야 가능한 일입니다.  



많아봐야 하루에 1페이지

 지난 몇 달 동안 저녁에 열심히 글을 써본 결과 하루에 작성할 수 있는 원고의 양은 최대 1페이지입니다. 집필 문서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보통 MS워드로 글자 크기는 10pt로 작성합니다. 그림이나 인용을 넣으면 줄어들 수 있지만 한 페이지에 들어가는 글자 수는 정확히 영문자 기준으로 3096자입니다. 흰 바탕의 끝없이 펼쳐진 워드 배경화면을 보고 있으면 설원 사막에 혼자 서있는 기분입니다. 열심히 걷고 또 걸어도 여전히 설원은 끝없이 펼쳐져 있습니다. 그리고 깜빡이는 커서는 "빨리 글 쓰지 못할까?" 라며 자꾸 재촉하며 따라답니다. 집중하다 보면 유튜브로 듣고 있던 재즈 배경음악이 광고를 지나면서 집중력을 깨트립니다. 진작 레드를 결제를 해놓을걸 이라며 궁시렁 대지만 결국 오늘도 광고 스킵을 클릭합니다. 


  한 장의 A4 용지 분량을 채우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로 합니다. 전업작가도 아닌 저의 머리에서 솟아나는 영감 따위는 없습니다. 열심히 책을 읽고 또 읽어 다양한 생각을 접하고 그 아이디어의 리액션을 더해서 나만의 문장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인용할만한 관련 자료를 찾고 또 찾다 보면 어렵게 한 줄이 완성됩니다. 그렇게 쓰인 초고는 열댓 번은 수정하는 거 같습니다. 이렇게 매일 부지런하게 글을 써야 채울 수 있는 분량이 한 페이지입니다.


 물론 주말이라는 온전히 글 쓰는 시간이 있지만 30대가 되면 경조사가 참 많습니다. 그리고 토요일에는 외톨이가 되지 않으려면 나름 친구는 만나야 하고 게다가 주일에는 교회에 나가 봉사를 합니다. 주말은 못해온 활동들을 채워 넣으면 순식간에 자동 삭제됩니다.  


리액션 마스터


리액션 에디터


  "에디터님 한 달 만에 책을 완성해도 되죠??" 


 출판사와 계약을 완료 후 담당 에디터와 집필 날짜를 상의할 때 자신만만하게 했던 저의 허세입니다. 그 허세는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회사에서 평일 회식이라도 잡히는 날이면 리듬이 깨져 일주일 동안 글도 못쓰고 체력 회복에 힘쓰다 보면 시간은 금세 날아가버립니다. 그렇게 부지런하지 못한 원고를 매주 자진해서 월요일마다 에디터에게 검토를 요청합니다. 처음에는 선생님에게 숙제 검사를 맡는 기분이 들었지만 저자와 에디터의 관계는 다릅니다. 학교에서 하는 숙제는 오로지 나의 몫이지만 출판은 에디터와 저자의 협력 숙제라고 해야 할까요? 오타와 어색한 문장이 난무하지만 그러하면 어떠하리오. 에디터는 언제나 "무한 칭찬" 이런 긍정적인 반응과 호응은 고래뿐만 아니라 작가에도 춤을 추게 합니다. 



마음 편하게 쓰다 보면 되겠지 뭐


 최근에 편집자의 입장에서 쓴 글을 읽어보니 작가에게 처음부터 완벽한 원고를 바라지도 않고 기대하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심지어 베스트셀러 작가들도 완벽한 원고를 보내는 일은 드물다고 합니다. 한 번에 영감으로 좋은 원고를 단숨에 써내려 가는 건 영화 속에 나오는 천재들의 이야기일 뿐 현실은 철을 담금질하듯 글도 쓰고, 지우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완성되어 있습니다. 시간을 투자하는 방법만이 좋은 원고를 만들 수 있습니다.  에디터님의 충고처럼 급한 마음은 버리고 컨디션을 조절하면서 마음 편하게 꾸준하게 정성 들여 쓰다 보면은 완성될 것입니다.


코딩과 작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마음 하나만으로도 감사하며 오늘도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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