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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코더 Nov 23. 2020

직장인이 에세이를 써야 하는 이유

글을 통해 얻는 정신과 육체의 자유

장 도미니크


 "왼쪽 눈꺼풀 한쪽"만 남아있다면? 


 "장 도미니크"는 프랑스 최고의 패션잡지인 엘르 수석 편집장이었습니다. 39살의 나이에 성공을 이룬 그는 두 아들의 아버지였고, 예술을 향유하며 멋진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1995년 12월 8일 뇌졸중으로 쓰러집니다. 병명은 '로크드 인 신드롬(locked-in syndrome)'으로 생명에 필수적 중추 이외의 기능이 마비됩니다. 정신은 온전하지만 한쪽 눈꺼풀 말고는 통제를 할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불구의 육체가 된 "장 도미니크"는 프랑스 알파벳을 눈을 깜빡거리는 횟수로 표시하는 방식으로 글을 써 내려갑니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대필가 "클로드"와 함께 1년 3개월 동안 20만 번의 눈 깜빡임으로 '잠수종과 나비 (The Diving Bell and the Butterfly)'를 집필합니다. 하지만 출간 3달 후에 나비가 되어 세상을 떠납니다. 예술을 사랑하던 한 멋진 남자의 마지막까지 남긴 작품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합니다.



이원준 강사


"희망했다!"


  한국에서도 작아진 육체에서 희망을 보여준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장애 인식 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원준 강사입니다. 육군 부사관 출신의 건장한 남자는 예기치 못한 자전거 사고로 어깨 아래로 움직일 수 없는 척수장애인이 되었습니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망했다"라는 단어 앞에 희만 붙이면 "희망했다"가 된다는 강의로 할 수 있다는 자유의 정신과 희망을 전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죽는다는 건 육체를 빼앗길 때가 아닌 정신을 빼앗길 때입니다. 육체를 아무리 옥죄여도 생각은 오롯이 나의 것입니다. 강압적인 힘이 나의 몸과 마음을 제한하더라도 나의 철학마저 빼어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라고 정의합니다. 생각은 인간을 인간답게 완성합니다. 



직장인의 좁아진 육체의 영역


  직장인으로 살아가면 가끔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느낌이 듭니다. 톱니바퀴와 같이 살아가는 일상은 기계와 다를 게 없어 보이고, 알을 낳기 위해 케이지(cage) 안에 들어간 닭처럼 모이를 먹으며 결과물을 생산해 내는 가축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기계와 생물체 그 중간쯤에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9시부터 6시까지의 매일 반복되는 일상은 우리의 활동영역을 억압합니다. 회사가 정해준 넓이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누릴 수 있는 모든 공간이 바다라고 하면 아마도 어항만 한 작은 크기라고 생각합니다. 장 도미니크가 말한 잠수복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회사를 다니면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거 같습니다. 



직장인에게 글은 세상 끝까지 갈 수 있는 방법


 에세이는 나의 생각과 경험을 토대로 "자유롭게" 글을 써 내려가는 형식을 말합니다. 직장인에게 에세이는 반복되는 일상을 풍요롭게 만듭니다. 좁아진 직장인의 활동 영역을 무한한 세계로 확장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글은 경계선을 허물고 세계 어디로든 시간과 장소를 뛰어넘어 전달할 수 있는 매체입니다. 지금 내가 쓰는 한 구절은 내가 갈 수 없는 곳까지 걸어가 미지의 세상과 소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에세이를 앞에 두면 다룰만한 주제가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거창한 이야기를 할 필요는 굳이 없습니다. 유시민 작가는 좋은 글의 특징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읽기 쉬고", "이 정도면 나도 쓸 수 있을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드는 글이 잘 쓰인 글이라고 말합니다. 개발자의 일상은 아주 단조롭습니다. 기획서 받고, 개발하고, 회의하고, 만들고, 싸우고, 퇴근하고 하지만 제가 글을 쓰면서 알게 된 건 소수의 이야기지만 나의 경험을 토대로 무한한 생각을 덧붙여 만든 결과를 누군가는 교감하며, 교훈을 얻고 즐거워합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삶을 바꾸는 지표가 되기도 합니다.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의 체온이 떨고 있는 누군가에 따뜻함을 전할 수 있습니다.



직장인이니깐 에세이를 써야 합니다.


 

 직장인의 착각은 나의 일상은 주제가 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세상에는 쓸모없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라" 작가의 "백 년 동안의 고독"이라는 작품에서는 돼지꼬리를 가지고 태어난 가상의 인물이 나옵니다. 그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후에 전 세계에서 편지가 오는데 바로 돼지꼬리를 가지고 태어난 꼬리뼈가 퇴화되지 않은 아주 소수의 사람입니다. 그들은 책을 보면서 위로와 공감을 얻었다며 감사하다는 내용입니다. 


 무의미하게 반복하는 일상이라고 할지라도 풀어낼 이야기는 있습니다. "저는 오늘 출근버스에 맨 앞자리에 앉았습니다." 이게 뭐가 특별하냐고요? 원래 그 자리는 차를 안 가지고 다니는 차장님 이상 급이 앉던 자리입니다. 오늘따라 높은 분들이 휴가를 가셨는지 자리가 비워졌고, 반자리가 그곳뿐이라 앉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항상 달리던 자유로를 운전석 정면에서 바라보니 새로운 영감을 많이 얻었습니다. 날아가는 철새와 파주로 출근하는 출근 행렬이 이색적이고 새로웠습니다. 이 내용의 초고를 쓰고 있고 얼마 안 가 브런치에 실을 예정입니다. 모든 하루는 소중한 선물이라는 낭만적인 표현의 동의합니다. 우리의 하루는 그 어떤 영화보다 소설보다 로맨틱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부터 에세이를 써보시기 바랍니다. 직장인의 지루한 일상을 풍성하게 바꾸는 방법은 에세이를 쓰는 것입니다. 또 다른 일상이 따분한 직장인들을 위해 에세이를 써야 합니다. 그리고 내가 갈 수 없는 곳에 나의 말이 여행할 수 있도록 에세이를 써야 합니다. 쓰는 것은 사회인이 자유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자 돌파구입니다. 직장인의 에세이는 육체와 정신의 자유를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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