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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쪼하 Feb 16. 2023

크립토 연구원은 어떻게 일할까?

쪼하의 부캐 이야기-직장 편(2)

기자에서 연구원으로 직책을 바꾼 후의 가장 큰 변화는 업무 사이클이다. 지난 글에서 말했듯이 기자들은 일 단위의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이와 달리 연구원들은 주 단위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지면 매체에 있을 시절에는 오후 2시까지 기사를 마쳐야 했다. 신입 때는 점심을 굶어가면서 기사를 썼지만 장기적으로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업무 사이클을 바꿨다. 기자에겐 점심이야말로 취재를 위한 네트워크를 다지기에 꼭 필요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주로 취재원과 점심을 먹으며 인맥을 형성하고 저녁 술자리를 통해 그 인맥을 단단히 다진다. 점심과 저녁 시간이 그저 밥만 먹는 시간이 아닌 셈이다.)


어느 정도 노하우가 생긴 후에는 다음과 같이 일했다. 전날 기사의 틀을 대강 다 짜놓고 오전에 추가 확인을 마치고 점심에는 취재원을 만나고 오후에는 새로운 기사를 준비하거나 속보성 이슈에 대응했다. 그런 업무 사이클에서는 정확성과 속도가 우선순위에 있었다. 깊이 있는 분석은 그다음에야 챙길 수 있었다. 


연구원은 그 반대로 일해야 한다. 깊이 있는 분석이 가장 중요하다. 정확성, 트렌드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다만, 속도는 약간 뒷전으로 밀린다. 어떤 사안이 발생했을 때 기사는 그날 바로 나오는 반면, 리포트는 빠르면 며칠 또는 늦으면 일주일 뒤에도 발간된다. 


예를 들어 최근의 화제인 비트코인 NFT에 대해 기사와 리포트는 이렇게 접근한다. 기사는 비트코인 NFT가 얼마에 팔렸는지, 왜 화제인지를 중점으로 다룬다. 리포트는 어떤 원리를 통해 비트코인 NFT가 발행되는지, 비트코인 NFT에 한계는 없는지 등에 주목한다. 뿐만 아니라 비트코인이 그동안 확장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도 진단한다. 리포트가 기사보다 기술적 분석을 더 많이 요구한다.  


연구원에게는 공부와 브레인스토밍도 업무의 연장선이다. 몇몇 기자들은 그런 연구원의 모습을 마치 노는 것처럼 볼 수도 있다. 이는 특정 사안에 대한 접근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주로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하는 스트레이트 기사를 쓴다. 스트레이트는 누구보다 빠르게 나가야 한다. 기자들도 기획기사를 쓰긴 하지만 본인의 의견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기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건 '기자수첩' 같은 칼럼뿐이다.


연구원은 특정 사안에 대한 자신의 시각을 드러내야 한다. 같은 연구원끼리도 특정 사안에의 시각이 다를 수도 있다. 실제로 국내 가상자산(크립토) 인프라 업체 a41의 리서치 팀은 블록체인에 대한 각기 다른 시각을 담아낸 '갑론을박' 리포트를 내기도 했다. 듣기로 a41의 연구원들은 한 공간에서 특정 사안에 대해 매번 열띤 토론을 벌인다고 한다. 그런 모습이 참 보기 좋아 보인다.


돌아와서 연구원으로서의 업무 사이클은 다음과 같다. 나는 보통 목요일에 200자 원고지 30매 분량의 리포트를 마감한다. 이후 금요일에 여러 이슈들을 들여다 보고 월요일에 아이템을 최종 확정한다. 월요일은 리포트를 어떤 목차로 쓸지 정하는 동시에 관련 자료를 수집한다. 이후 화요일은 미팅이나 전화 통화를 통해 추가적인 리서치를 진행하고 수요일부터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다. 요새는 리포트 작성 외에 별도의 기획, 섭외 업무도 병행하는 중이다. (이는 연구원의 업무는 아닌 것 같다.)


연구원도 사람을 만날까? 만난다. 처음에는 '기자가 아닌 연구원인데 사람을 만나도 되는 걸까'라고 의아했다. 하지만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소속 연구원이 이곳저곳에서 사람을 만나는 모습을 보면서 연구원도 현장을 뛰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물론 나는 증권사 연구원이 아닌 만큼 내 글이 모든 연구원의 업무 사이클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증권사 연구원과 가상자산 연구원은 이슈 거리를 찾는 채널부터가 다르다. 한 가상자산 업계 연구원은 트위터에서 유명인사들을 팔로우하고 그들의 피드를 훑어보며 이슈 거리를 찾는다고 밝힌 바 있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트위터에서 정보를 공유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아마도 증권사 연구원들은 뉴스를 보고 이슈 거리를 찾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글은 기자 시절과 연구원 시절의 업무 사이클을 비교했다. 


두 직종의 성격이 다른 만큼, 당연히 업무 사이클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니 한 직종에 대한 업무 사이클 잣대를 다른 직종에도 그대로 들이대는 일은 좋지 않은 접근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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