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O, 조직 문화를 바꿔다오!> 21편
연재 글 11편에서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우키 다오(Ooki DAO) 제재 사건을 다뤘었다. 그 사건에서 CFTC는 DAO를 고소하는 데 있어 소송 당사자를 누구로 정해야 하는지 난관을 겪었다. 결국 CFTC는 DAO에서 한 번이라도 투표에 참여한 구성원 여럿을 당사자로 지정했다. 심지어 CFTC가 그 사실을 알린 방법도 구설수에 올랐다.
농담 같겠지만 CFTC는 우키 다오 웹사이트의 '도움' 탭을 눌러 챗봇과 대화한 후 고소장을 우키 다오의 포럼에 게시했다. 이것이 소송의 당사자에게 적법한 안내 절차였는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Rodrigo Seira, 패러다임 가상자산 법률 자문(Crypto Council)
그렇다면 CFTC가 이런 조치를 취하게 된 규제적 배경은 무엇일까? 이번 글은 스탠퍼드 대학교의 '웹3 기업가 정신(Web 3.0 Entrepreneurship)' 교육 과정 중 <DAO의 (법적) 책임(DAO liability)>의 내용을 인용해 우키 다오 사태를 또 한 번 진단해보고자 한다.
<DAO의 (법적) 책임> 세미나를 진행한 로드리고 세이라(Rodrigo Seira)는 가상자산 전문 벤처캐피털(VC) '패러다임'에서 법률 자문을 맡고 있다. 패러다임은 DAO 전문 감사(오딧) DAO인 'Code4rena'와 DAO 관리 플랫폼 업체 '디워크' 등에 투자한 바 있다.
로드리고는 DAO들이 법적 공방에 휘말리게 된 이유로 "DAO에 대한 법적 프레임워크 부족함"을 지목했다. 모든 기술 패러다임은 결국 그 기술에 적합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만들어 낸다. 로드리고에 따르면, DAO 등 가상자산 분야는 현재 '광란(Frenzy: 전체 시스템과 동조되지 않는 상태) 단계'에서 '조화(Synergy: 사회에 외부 효과를 만들어내는 상태) 단계'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위치한다.
즉, 지금은 DAO라는 새로운 패러다임과 규제가 완전히 동조화를 이루지 못한 상태라는 의미다. 그렇기에 CFTC는 희한한 방식으로 DAO를 규제하는 수밖에 없었다.
로스틴 베냄 CFTC 의장조차도 CFTC의 우키 다오 고소 건에 대해 "지독하다(so egregious)"라고 하면서도 "(우키 다오를 통해) 몇몇 개인들이 규제를 회피하려는 시도는 명확했다"라고 진단했다.
로드리고는 CFTC가 프로토콜에 대한 통제권이 개발사에서 거버넌스 토큰 보유자로 이전된 것으로 보고, 투표에 참여한 구성원들을 소송 대상자로 삼은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또한, 우키 다오의 소개 문구 중 일부분(when regulators ask us to comply, that we have nothing we can eally do because we've given it all to the community)이 규제 당국에게는 '탈중앙화는 규제 아비트리지 전략'이라는 인식을 심어줬을 것으로 지적했다.
CFTC의 생각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탈중앙화를 이유로 법적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키 다오) 프로토콜 자체는 연방 법을 위반한 미등록 회사이기에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부조리한 부분이 발생한다. 과연 투표에 참여한 것만으로 프로토콜 통제권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재미 삼아 (우키 다오) 웹사이트의 배경 색을 바꾸는 투표에 참여한 사람조차도 투표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소송의 당사자가 된다.
로드리고는 "투표를 했다고 해서 프로토콜을 운영한다고 볼 수 없다. 관리 권한에도 여러 단계가 있다. 모든 투표가 '조직에 들어오는 사람에게 마진 포지션을 열어주자'와 같은 수준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 지점에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DAO 거버넌스 토큰이 자신의 관할권에 속하는지 여부를 두고 CFTC와는 분명한 시각차를 보인다. SEC는 2017년 '더 다오(the DAO)'의 거버넌스 토큰이 증권에 해당할 수 있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이후로 DAO에 대한 언급이 없다가 2023년 1월 말에야 망고 마켓의 해커를 고소하면서 관련 행보를 보였다.
CFTC는 프로토콜 통제권을 토큰으로 보유한 구성원들이 무한책임투자자(GP)로서 개인적인 책임을 진다고 본다. 반면, SEC는 기초 자산으로서의 거버넌스 토큰을 증권으로 볼 수는 있으나, 의결권으로서의 거버넌스 토큰은 (탈중앙화 생태계에서) 구성원들이 의지하는 제삼자가 없기 때문에 증권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로드리고에 따르면, SEC는 "DAO 구성원들이 거버넌스 토큰을 갖고야 있지만 모두가 프로토콜 변경 제안을 낼 수 있을 정도의 정교한 기술력을 갖춘 것은 아니기에 실제로 프로토콜을 통제할 권리를 가진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한 것이다.
'거버넌스 토큰=프로토콜 통제권' 성립 여부가 CFTC와 SEC의 입장을 가른 셈이다.
거버넌스 토큰의 애매한 속성으로 인해 대표적인 거버넌스 토큰 회의론자 비탈릭 부테린 이외에도 거버넌스 토큰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Bloomberg)의 칼럼니스트 맷 레빈(Matt Levin)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DAO 토큰(거버넌스 토큰)은 세상에서 가장 좋지 않다. 거버넌스 토큰은 증권법의 주식처럼 (구성원에게) 법인의 지분을 나눠주지만 그 보유자에게 (주식회사의 주주가 아닌) 무한책임투자자로 간주될 수 있는, 무한의 책임을 지우기 때문이다.
-Matt Levin
다음 글에서는 DAO가 특정 국가나 지역에 본사를 두지 않고 글로벌하게 운영되는 조직임에도 CFTC와 같은 미국 규제 당국이 우키 다오 등을 자신의 관할권에 속한다고 판단한 이유를 짚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