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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쪼하 Sep 06. 2022

DAO 토큰은 증권인가?

<DAO, 조직 문화를 바꿔다오!> 7편

(사진은 '더 다오'의 거버넌스 토큰을 증권으로 판단한 SEC 전 위원장 제이 클레이튼)


DAO의 법적 지위 말고도 또 따져봐야 하는 것이 있다. DAO가 구성원에게 발행하는 거버넌스 토큰의 증권성이다.


현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국내 금융위원회 등 전 세계 금융 당국은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 판단에 집중하고 있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비트코인만이 증권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당초 SEC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까지는 증권이 아니라고 봤으나, 게리 겐슬러는 올해 들어 이더리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렇다면 증권성은 왜 중요할까?


같은 가상자산이라고 해도, 증권성이 있을 경우 주식과 마찬가지로 자본시장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은 투자자 보호를 골자로 하는 만큼, 그 잣대가 디지털 자산 기본법보다는 엄격하다. 일각에선 이로 인해 증권성 가상자산과 비증권성 가상자산(유틸리티 토큰) 간 '규제 아비트리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증권성 여부에 따라 규제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SEC는 증권성 판단 기준으로 '하위 테스트(Howey Test)'를 제시한다. 하위 테스트는 다음과 같은 4가지 조항으로 가상자산이 증권인지 여부를 가늠한다.


1) 자금을 투자(An investment of money)

2) 공동 사업에서(In a common enterprise)

3) 수익을 기대하고(With the expectation of profit)

4) 그 수익이 제3자의 노력에서 나오는지(To be derived from the efforts of others)


코빗 리서치센터가 올해 4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마지막 조건이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기준이다. 연구진은 보고서를 통해 "가상자산이 충분히 탈중앙화 됐다면 증권으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문장만 보면 거버넌스 토큰은 증권이 아닐 듯하다. DAO는 탈중앙화 된 단체인 데다, 거버넌스 토큰은 탈중앙화 네트워크에 기반한 가상자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좀 더 따져보도록 하자.


금융위원회는 올해 4월 '조각 투자 가이드라인'을 통해 증권성 판단에 있어 실질주의 원칙을 제시했다. 아무리 형식상으로는 발행인이 없고, 계약 관계도 없는 가상자산이라고 해도 투자계약증권인지 더 따질 수 있다는 의미다. 묵시적 계약 관계가 있는지, 투자자들이 수익을 배분받는지, 투자를 받기 위해 (발행업체가) 광고나 마케팅을 내걸었는지를 더 따진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자본 시장의 씽크탱크인 자본시장 연구원의 김갑래 선임연구위원은 9월 6일 열린 '증권형 토큰 발행·유통체계 정비 방향' 세미나에서 DAO의 거버넌스 토큰이 증권에 해당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DAO 구성원들이 스마트 계약을 통해 자금을 투자하고, 수익을 배분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DAO의 거버넌스 토큰이 증권으로 판단된 사례도 있다. 1편에서 잠깐 언급한, DAO의 효시인 '더 다오(The DAO)'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2017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더 다오(the DAO)'에 실질적인 발행인이 있고, 구성원이 스마트 계약을 통해 묵시적인 권리를 가진다는 점에서 다오의 거버넌스 토큰을 증권으로 판단했다.


더 다오가 'DAO 토큰'을 발행하고 이를 이더(ETH)로 교환해주는 행위를 미등록 증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행위로 본 것이다. 또한, '더 다오'가 주인 없는 회사를 표방했지만, SEC는 슬락 잇(Slock.it)과 슬락 잇의 공동 창업자들이 실질적으로 '더 다오'를 관리한 것으로 확인했다.

2017년 SEC가 발간한 '더 다오'의 증권성 조사 보고서 중 일부 발췌.

이런 사례가 있는 만큼, 국내 금융 당국이 이를 참고해 DAO의 거버넌스 토큰을 증권으로 분류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금융위원회가 연말까지 가상자산에 대한 증권성을 판단할 '증권형 토큰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예정이니,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거버넌스 토큰의 증권성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여기서 또 하나의 궁금점이 생긴다. 거버넌스 토큰의 증권성이 인정된다면 삼성전자 주식과 그 지위가 동일해지는 걸까?


엄밀히 말하자면 아니다. 자본시장법은 증권을 ▲지분 증권 ▲채무 증권 ▲수익 증권 ▲파생결합 증권 ▲투자계약 증권 등으로 구분한다. 일반적인 주식은 기업의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사는 만큼, 통상 지분 증권에 해당한다.


하지만 거버넌스 토큰은 DAO 구성원이 공동의 조직에 자금을 넣고 그 대가로 받는다는 점에서 투자계약 증권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크다. 자본시장법의 증권 중 투자계약 증권이 가장 포괄적이다. 금융위는 올해 4월 음악 저작권 투자 플랫폼 '뮤직카우'가 투자계약 증권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물론 '뮤직카우'는 DAO도 아니고, 블록체인이나 가상자산을 활용한 서비스가 아니었지만, 금융위가 처음으로 투자계약 증권으로 판단했다는 점에서 가상자산 업계에도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글은 DAO의 거버넌스 토큰이 증권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짚어봤다.


DAO를 조직하려는 사람들은 올 연말 금융위가 '증권형 토큰 가이드라인'을 발간하면 이를 토대로 거버넌스 토큰이 증권인지, 그래서 자본시장법 적용을 받을지 여부를 판단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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