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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쪼하 Sep 02. 2022

그래서 DAO가 뭔데?

<DAO, 조직 문화를 바꿔다오!> 6편

(사진은 세계에서 최초로 DAO 관련 법안을 마련한 와이오밍 주의 풍경)


지금까지 DAO(탈중앙화자율조직)를 살펴봤지만 풀리지 않은 의문점이 있다. 그래서 대체 DAO가 뭔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법인(주식회사)이다. 현대차 노조는 조합이다. 한국블록체인협회는 협회이며, 블록체인법학회는 사단법인이다. 'OOO 팬클럽'은 다음 카페나 네이버 카페다. 


우선 DAO는 법인이 아니다. 대법원 등기소에 등기를 하지 않았고, 사업자등록번호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조합일까? 일부 법조계 관계자들은 DAO가 민법상 조합의 성격에 가깝다고 분석한다. 일부 해외 전문가들도 이런 의견에 힘을 보탠다. 인터넷 토론 공간 루미오(Loomio)의 설립자 리처드 바틀렛은 "협동조합에 관심 없던 사람들도 DAO에는 관심을 보인다"며 DAO를 협동조합의 대체재로 봤다.


하지만 깊게 들어가면 조합과 DAO도 다르다. 


특히 비영리 목적으로 설립된 사회적 협동조합은 이익금을 임의적립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배당이 아예 불가능하다. 일반 협동조합은 배당이 가능하긴 하지만, 손실금을 보전하고 법정적립금을 적립한 후 남은 금액만 배분할 수 있다.


이전에 소개한 적 있는 글로벌 코인 리서치(GCR)처럼 투자 수익 분배를 위해 결성된 투자 DAO는 절대 조합으로 볼 수 없는 셈이다. 




DAO는 차라리 네이버 카페나 다음 카페(편의상 '카페'로 통일)와 더 가까워 보인다. 


DAO와 마찬가지로 초기에는 소수의 운영진이 카페를 이끈다. 회원들로부터 회비를 받아 카페가 추종하는 연예인의 콘서트를 가거나 앨범을 구매하는 등 공동의 목표를 달성한다. 카페가 성장하면 열심히 활동하는 회원(예: 게시글 00개 이상, 댓글 00개 이상, 오프라인 회동 0회 이상 참석 등의 기준 충족)을 운영진으로 승격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카페는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 최근 고등법원은 입주자 카페가 시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불이행 소송 사례에서 '법인격 없는 사단의 모습을 갖췄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사법상 권리 의무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의미다. (대신 법인세의 과세 대상도 되지 않음) 


DAO의 법적 지위도 마찬가지로 모호하다. 우리나라에선 DAO를 규제하는 법안이 발의조차 되지 않았으며, 사법상 권리 의무 주체 여부에 대한 판례도 없다. DAO를 구성하려는 사람들과 법리해석을 하는 사람들이 골머리를 앓을 만하다.


그러다 보니 해외 DAO 사례를 마냥 벤치마킹하기도 어렵다. 통상 DAO는 구성원들이 조직에 기여한 대가를 가상자산으로 지급한다. 하지만 제도권 안의 사업자는 이를 시도하기 어렵다. CP DAO를 조직한 체인파트너스의 표철민 대표는 "법인이 원화 대신 가상자산을 지급하는 건 탈세 의심을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의문이 든다. 법적 지위가 그렇게 중요한가?


헥슬란트 리서치센터는 2021년 10월 7일 발간한 'DAO: 디지털 시대에 신뢰를 구현하는 장치' 보고서에서 법적 지위의 모호함에 따른 리스크로 컴파운드 랩스 사례를 제시했다. 2021년 9월 29일 컴파운드 랩스는 약 1000억 원 상당의 토큰을 DAO 구성원에게 잘못 지급했다. 분명히 회수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컴파운드 랩스가 DAO라는 점에서 반환을 요청할 자격이 있는지조차 명확하지 않았다.


결국 DAO에서도 언제든 법적 분쟁이 발생할 여지가 있는 만큼, DAO의 법적 지위를 따져야만 한다.



미국은 DAO에 어떻게 접근하고 있을까? 우선 지난 글에서 언급했듯이 미국 주 정부 차원의 법안은 존재한다. 와이오밍 주가 2021년 7월 세계 최초로 DAO 제도를 마련했으며, 테네시 주도 2022년 4월 그 대열에 합류했다.


미국 주 정부 법안은 DAO의 등기를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일단 등록된 DAO는 유한책임회사(LLC)로 간주되며 DAO 조직원이 마음대로 해산할 수 없다. 지난 글에 나온 대로 익명이 아닌 1인이 대표자로 있어야 한다. 사명에 'DAO', 'LAO', 'DAO LLC' 등을 붙여야 한다.


다만, 유한책임회사와 다른 부분도 존재한다. 가장 큰 차이점은 '스마트 계약'을 DAO의 토대로 본다는 점이다.


와이오밍 주 법안은 사람 조직원뿐 아니라 알고리즘도 조직을 함께 관리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더 나아가 테네시 주 법안에 따르면, DAO 조직 조항이 스마트 계약과 상충할 경우, 스마트 계약이 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조직 조항에 우선한다. 테네시 주 법안이 와이오밍 주 법안보다 스마트 계약에 더 강한 효력을 부여하고 있다.


와이오밍 주 법안에 대한 FAQ.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공동 발의한 '루미스-질리브랜드 법안'도 DAO를 언급했다. 법인처럼 세제 혜택을 주자는 취지에서다. 다만, 유한책임회사나 주식회사, 재단, 협동조합, 유사조직, 파트너십 중 한 가지 형태로 등록된 DAO만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DAO의 법적 지위에 대해 어떤 논의가 있을까? 


한 법조계 전문가는 "대표자가 없다 해도 규약이 있고, 그 규약에 구성원들이 합의했다면 '법인격 없는 사단'과 유사하다"고 조언했다. 다른 법조계 전문가는 조합과 유한책임회사가 결합된 형태로 가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박종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2022년 6월 22일 '디지털 자산 컴플라이언스 포럼'에서 "기본적으로 다오의 기본 설계는 민법상 조합으로 보인다. 다만, 오프라인 재산을 취급하거나 보유할 때는 유한책임회사가 담당하면 된다"고 진단했다.


DAO가 유한책임회사 형태로 갈 경우, 법인 등기를 해야 하고 대표인 업무 집행자를 선임해야 한다. DAO 구성원은 자유롭게 탈퇴할 수 있으나, 유한책임회사에서는 퇴사 절차를 밟아야 한다. 대신 유한책임회사 형태로 갈 경우 실물자산을 취득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다오의 법적 성격은 조합으로 가되, 부동산 같은 실물자산에 관한 행위나 대외 행위에 있어서는 유한책임회사 형태로 가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번 글은 DAO가 무엇인지-정확히는 DAO의 법적 지위가 무엇인지-를 국내·외 사례를 통해 짚어봤다. 


DAO의 법적 지위는 입법권자들이 결정할 부분이긴 하지만, 이런 논의들이 추후 DAO 법안에 대한 토대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다음 글은 좀 가벼운 주제로 'DAO 체험기'를 다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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