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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쪼하 Sep 25. 2022

껍데기 DAO는 가라!

<DAO, 조직 문화를 바꿔다오!> 10편

(사진은 성 다양성 관련 창작자를 지원하는 유니콘다오의 로고. 그 목적성이 분명하다.)


지난 글의 초입에 DAO가 오래가지 못하는 이유를 4가지로 정리했다. 그중 4) 목표의 애매모호함은 다음 글에서 다룰 것으로 예고했다.


4)를 굳이 따로 뺀 이유는 4가지의 이유 중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DAO를 만들기에 앞서 진지하게 검토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몇몇 DAO는 그 어떤 조직보다도 목적성이 강하다. 법인은 주로 '이윤 창출'이라는 다소 광범위한 목표 아래서 움직인다. 만약 회사가 처음으로 시작한 사업이 수익을 내지 못한다면 다른 사업으로 갈아탈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서비스명이나 사명이 바뀔 수야 있겠지만 조직 자체는 유지된다.  


이와 달리 DAO는 그 설립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바람에 와해되기도 한다. 2022년 1월 간송미술관이 경매로 내놓은 국보 2점을 사들이기 위해 결성된 국보 다오는 최소 목표액(50억 원) 모금에 실패했다. 결국 투자금을 내고 대체불가능토큰(NFT)을 발급받은 구성원에게 100% 환불을 해주는 것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그보다 앞선 2021년 11월 미국에서 헌법 초판을 사들이자는 취지로 조성된 컨스티튜션 다오(Constitution DAO)도 경매 막판에 경쟁자(헤지 펀드 '시타델'의 창업자 켄 그리핀)로 인해 낙찰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컨스티튜션 다오가 일주일 만에 967 ETH(9월 22일 기준 약 18억 8565만 원)를 모았다는 점에서 한동안 주목을 받았다. 컨스티튜션 다오가 자금을 모으기 위해 발행한 PEOPLE 토큰이 바이낸스, FTX 등 굴지의 거래소에 상장될 정도*였다.


그로부터 약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컨스티튜션 다오 역시 사실상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9월 22일 기준 PEOPLE 토큰은 시가총액 순위로 177위에 달한다.)  


위와 같이, 이루려던 목표가 흐지부지되서 사라지는 DAO들이 부지기수다. 하지만 DAO의 성격을 고려하면 이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굳이 DAO로 출범하지 않아도 되는 조직이 마케팅 효과를 노리고 DAO를 택한 경우다. 목적성이 강해서 지속성 문제가 발생한 위의 DAO들과 달리 목적성이 희미해서 문제인 DAO들도 존재한다.


NFT 기반 모금 플랫폼 이그니움(IGNIUM)의 최고경영자(CEO)는 "모든 것을 DAO 화하는 것은 어떤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며 "DAO가 인간 본성에 내재된 도덕적 해이를 쉽게 없앨 수 있는 마법 지팡이는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DAO가 법적 성질을 갖지 못할 경우, (합명회사나 합자회사의 무한책임사원처럼) 구성원 개개인이 DAO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도 DAO화를 경계하는 이유로 제시했다.


DAO의 장점이 많긴 하지만, 모든 조직을 DAO로 변모시키는 게 정답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중 한 가지 사례로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비트가 발족한 BitDAO를 제시하려 한다. BitDAO는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 NFT, DAO 등 신규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유사한 성격으로는 바이낸스의 BNB체인 액셀러레이터 펀드(1억 달러 규모)가 있다. 차이점은 BitDAO는 바이비트가 아닌 DAO 구성원이 운영하지만, BNB체인 엑셀러레이터 펀드는 BNB체인이 통제권을 가진다는 점이다.


이렇게 보면 BitDAO가 훨씬 더 수평적인 조직을 추구하는 것만 같다. 그런데 뭐가 문제라는 점일까?


우선 DAO 자체가 생각보다 활발하게 운영되지 않는다. BitDAO는 2021년 6월 첫 투자 라운드를 유치했으며, 2021년 8월 거버넌스 토큰 BIT를 발행했다. 그로부터 1년이 넘게 흐른 지금까지 BitDAO에 올라온 제안은 15개에 불과하다.    


반면, 메이커DAO에는 2021년 8월부터 현재까지 50개가 넘는 제안이 올라오고 있다. 메이커DAO가 재단에서 DAO로 전환을 마친 시점은 BitDAO 발족 시점과 유사한 2021년 7월 경이다.


두 번째는 바이비트가 2022년 7월 BitDAO 구성원에게 내건 혜택이다. 바이비트는 5만 BIT(코인마켓캡 기준 약 2만 2500달러) 이상 보유자에게 오히려 수수료를 주는 VIP 서비스와 최대 연평균 이자율(APY) 999%의 바이비트 언(Bybit Earn) 참여 기회 등을 제공한다고 공지했다. BIT 토큰의 수요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지만, 바이비트와 BitDAO가 분리된 조직이 아니라는 점을 방증한 셈이다.


차라리 바이낸스처럼 자체 토큰(BNB)을 발행하고 그로 인한 수익을 거래소 사업 확장에 활용하는 게 더 나아 보인다.


그렇다면 어떤 조직이 DAO의 성격에 가장 부합할까? 개인적으로는 우크라이나 DAO처럼 사회 공헌을 위한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목적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국보 다오처럼 목표를 이루지 못해 초창기부터 사라질 위험도 있지만, 모금 단계만 잘 완수한다면 목표가 뚜렷하기에 오히려 오래 유지될 수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성 다양성 관련 창작자들을 지원하는 DAO인 유니콘 다오가 있다. 유니콘 다오에는 '매일: 첫 5000일'이라는 NFT 컬렉션을 발행한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과 일론 머스크의 연인으로 잘 알려진 가수 '그라임즈' 등이 참여했다. 유명 NFT '보어드 에이프 요트 클럽(BAYC)' 발행사 유가랩스로부터 4500만 달러를 투자받기도 했다.


유니콘 다오의 설립자 레베카 라미스는 2022년 6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컨센서스 2022> 행사에서 "영속성 문제에 대한 답변은 간단하다. DAO의 목적이 무엇인지, 장기 목표는 무엇인지, 그 목표에 접근할 수 있을지 분명히 하는 것"이라며 "DAO 구성원들이 매일매일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알게끔 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한 마디로 이들은 왜 DAO로 시작해야 하는지를 먼저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들이 DAO를 조성한 이유는 분명하다. '법인이나 재단처럼 톱 다운 방식으로 기부를 진행하면 그 기금이 구성원들이 원하는 사안에 실제로 집행됐는지 알 수 없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이번 글은 DAO가 유지되지 못하는 이유를 목적성을 기준으로 진단했다.


DAO는 목적성이 강하다는 점에서 다른 조직보다도 쉽게 와해된다. 목표를 이루기 위한 자금 조달에 실패하거나, 자금 조달은 했어도 그 목표를 성취하지 못할 경우 결국에는 흐지부지된다. 그러나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 큰 문제는 아니다.


목적성이 희미함에도 유지만 되는 DAO가 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해당 DAO의 구성원들은 자신이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알 수 없어 동기를 점차 잃어가기 때문이다. 껍데기뿐인 DAO라고 볼 수 있다. 이그니움 최고경영자의 조언처럼 DAO가 모든 것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불필요한 DAO화로 인한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하겠다.


다음 글은 개인적인 체험을 토대로 중견기업, 스타트업, DAO의 조직 문화를 비교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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