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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쪼하 Sep 17. 2022

그러다 DAO가 멈춘다.

<DAO, 조직 문화를 바꿔다오!> 9편

지난 글의 말미에 내가 체험한 DAO가 예전에 비해 둔화됐다는 내용을 언급했다. 해당 DAO는 제대로 활동을 시작한 지 불과 6개월 만에 흐지부지되는 모양새다. 대다수 DAO가 그 유통 기한이 1년을 넘기기도 쉽지 않다.  


가입과 탈퇴가 자유롭다는 점만이 DAO의 지속성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 DAO가 오래 지속되지 못하는 이유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수익성: 기여한 대가를 적게 받거나 반대로 그 대가를 너무 많이 받을 경우

2) 소속감: 법인에서처럼 조직을 위해 희생을 감내하지 않음

3) 특정 직군 편중: 개발자나 커뮤니티 빌더 등 일부 직군만으로도 유지 가능

4) 목표의 애매모호함: 굳이 DAO가 아니어도 되는 조직에 DAO를 무리하게 끼워 맞추는 경우




수익성은 DAO와 인터넷 카페를 구분하는 주요 요소다. DAO에 참여하는 이유는 대체로 돈을 벌기 위해서다. 팬 클럽 등 인터넷 카페에서는 공동의 목표를 즐기는 것과는 다르다. 


DAO에서 활동했던 한 업계 관계자는 "동아리나 인터넷 카페 구성원들은 돈을 들여서라도 그 조직에 있으려고 한다. 아이돌 콘서트에 가거나 비싼 카메라를 사는 등의 활동을 즐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DAO 구성원은 돈을 벌기 위해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수익성을 내지 못하는 DAO는 오래 유지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코인 여피(CoinYuppie)가 2021년 9월 DAO 소속 42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43.43%(192명)가 NFT(112명), 투자(80명) DAO에 몸담고 있었다. 대체불가능토큰(NFT) DAO는 NFT 보유자를 대상으로 자체 발행한 토큰이나 다른 NFT를 보상으로 준다는 점에서 수익성을 앞세운다. 그나마 인터넷 카페나 동아리와 성격이 유사한 '컬렉터 DAO'에 소속된 사람의 비중은 7.1%(30명)에 불과했다. 


컬렉터 DAO는 구성원 모두가 자금을 모아 NFT나 예술품을 공동 소유하는 형태로, 수익성보다는 공동 소유에 초점을 맞춘다. 다만, 위의 설문조사는 2021년 9월 기준인 만큼, 그때보다는 컬렉터 DAO가 더 많아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가 속해 있던 NFT DAO는 수익성 문제로 점차 활동이 줄어들었다. 해당 DAO는 퀘스트에 대한 보상을 NFT로 지급했다. 올해 3월 중순까지만 해도 내 NFT의 민팅(일종의 프리 세일) 가격보다 2배 높은 가격에 입찰이 들어올 정도로 수익성이 있었다. 


하지만 가상자산 시장이 전반적인 하락세에 접어든 지금, 글로벌 NFT 거래소 오픈시(Opensea)에서 '루트 익스플로러(Loot Explorer)'의 바닥가(Floor price)가 민팅 가격보다 낮아졌다. 이로 인해 핵심 멤버를 포함해 다른 구성원이 퀘스트에 참여할 동기가 사라진 것이다. 


반대로 수익성이 너무 좋아서 DAO가 멈추는 경우도 있다. 구성원들이 이미 벌만큼 벌어서 오히려 경제 활동을 그만두기 때문이다. 1세대 투자 DAO 중 상승장 때 높은 수익을 거둔 곳은 구성원들이 남들보다 일찍 은퇴하는 바람에 활동을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DAO 구성원의 소속감이 법인 정규직의 소속감과 같을 수는 없다. 우선 익명으로 활동하는 데다 대부분의 DAO가 오프라인 모임조차 열지 않아서다. 이름과 얼굴도 모르는 사람끼리 온라인으로만 소통하는 만큼, 그렇게 끈끈한 유대감이 생기기란 쉽지 않다.


또한, DAO 구성원은 프리랜서처럼 본인이 원하는 업무만 자발적으로 하고 딱 그만큼의 대가를 받는다. 만약 DAO 안에서 핵심 멤버가 구성원에게 지시를 내린다면 유사 DAO로 봐야 한다. DAO라는 이름만 내걸었을 뿐 사실상 근로기준법상 사용자-근로자 관계를 맺은 것이다. 진정한 DAO라면, 구성원들은 본인이 원하는 일만 자발적으로 하는 게 맞다. 대신 이처럼 '기브 앤 테이크'만 존재하는 상황에서 정서적 보상은 기대할 수 없다. 


기존 법인에서는 같은 부서의 팀원이 휴가를 갔을 때 문제가 발생하면 근무 중인 팀원이 이를 대신 해결해준다. 별다른 물질적 보상을 기대하지 않고서 말이다. 자신이라도 그 일을 하지 않을 때 소속된 회사가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을 먼저 고려한다. 그렇기에 상사나 휴가를 다녀온 팀원의 감사 인사(센스 있는 사람이라면 여행지 선물) 정도에 만족한다.


소속감은 이처럼 희생을 감내하게 한다. 벤 호로위츠의 저서 <최강의 조직>에서는 투생 루베르튀르가 혁명 투사들을 정식 군대로 변신시키기 위해 정교한 군복을 착용하게끔 했다. 혁명 투사들은 군복을 입음으로써 같은 조직에 속해있다는 소속감과 '자신은 엘리트 정예병'이라는 정서적 만족감까지 얻을 수 있었다. 


앞서 말했듯 DAO 구성원은 군복을 입기는커녕 서로 얼굴조차 모른다! 다른 구성원이 갑자기 병에 걸려 자신의 일을 못 한다고 해도 그것은 그저 남의 일에 불과하다. 그 업무를 대신하는 데 따른 보상조차 원하지 않는다면(차라리 그 시간에 여행을 가고 싶다면) 굳이 내 시간을 희생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조직을 운영하다 보면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 존재한다. 핵심 멤버나 참다못한 구성원이 그 일을 떠맡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DAO를 이끌던 소수가 탈진되면 결국 멈추게 된다. 마치 대학교 조별 과제의 딜레마를 보는 것 같다.


출처=루리웹 게시판




드림플러스 인턴 대상 DAO 강연을 진행하다가 이런 질문을 받았다. "코딩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DAO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나요?" 상당히 뼈 아픈 질문이었다. 나조차도 'DAO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까'라고 고민해왔기 때문이다.


DAO를 들여다보면 커뮤니티 빌더, 개발 등 일부 직군에만 사람이 쏠려 있다. 위에서 언급한 코인여피 설문조사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커뮤니티 빌더'라고 응답한 비중은 42.7%(180명), '거버넌스' 비중은 30.1%(127명)이었다. '법무' 비중이 6.0%(26명)으로 가장 적었고 이외 '제안서 작성' 비중은 19.0%(80명), '교육' 비중은 19.7%(83명)에 그쳤다.


블록체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새로운 조직 문화에 도전하고 싶은 사람이 진입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출처=코인여피 웹사이트 캡처


특정 직군에의 편중 현상은 2) 소속감 문제와 맞물려 조직의 지속성을 저해하곤 한다. 자신을 대체할 사람들이 많으니 굳이 나서서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아니면 반대로 사공이 너무 많아 산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 DAO 특성상 데드라인이나 책임자가 없다 보니 서로 간의 의견이 다를 때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로 프로젝트가 무기한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2)와 3) 요소로 인한 조별 과제의 딜레마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도 존재한다. 


고 네뷸러스(Go Nebulas)는 프로젝트마다 책임자와 보상, 진행 단계를 명시한다. 완료된 프로젝트는 시작일과 종료일도 기재한다. 이를 통해 특정 책임자의 프로젝트가 얼마나 오래 진행됐는지를 알 수 있다. 




지금까지 DAO 내부에서 DAO의 지속성을 저해하는 요소들을 짚어봤다. 


1)~3)까지의 요소는 DAO 구성원들이 상의하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4) 목표의 애매모호함이다. 4)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이루려던 목표가 상실된 경우다. 애초에 자금 조달에 실패하는 DAO들도 많다. 두 번째는 굳이 DAO로 운영하지 않아도 되는 조직이 DAO라는 가죽을 뒤집어쓴 경우다. 위에 언급한 것처럼 유사 DAO들이 많으며, 이들은 DAO라는 점 때문에 여러 가지 제약을 받고 있다. 


다음 글은 이 글에서의 4)를 사례별로 분석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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