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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쪼하 Aug 25. 2022

DAO들의 한계 극복 방법은?

<DAO, 조직 문화를 바꿔다오!> 5편

지난 글에서는 주식 시장의 거버넌스 문제를 개선하는 데 참고 사례로서 DAO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①번거로운 의사결정 ②의결권 쏠림 ③대표/임원의 부재 이렇게 세 가지를 DAO가 넘어야 할 한계로 제시했다.


그중 2번이 가장 큰 고민거리일 테다. 이미 몇몇 DAO가 1번과 3번에 대한 해결책은 찾았지만, 2번은 여전히 DAO 구성원들이 풀어야 하는 숙제다. 우선 1번부터 DAO에서 왜 문제이며 DAO들이 이를 어떻게 풀어나가는지를 짚어보겠다.


DAO 내의 의사 결정은 거버넌스 토큰을 보유한 구성원들이 투표로 진행한다. 여기서 거버넌스 토큰은 주식회사에서 의결권과 유사하다. 다만, DAO에 기여한 만큼 보상으로 지급된다는 점에서 의결권과는 또 다르다. 정리하자면, DAO에 조금이라도 기여한 사람들이 DAO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구조다. 직접 민주주의인 것이다.  


직접 민주주의는 정치에 관심 없는 구성원이 많아지거나, 투표하지 않는 구성원이 늘어날수록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집단이 커질수록 구성원 전체의 의견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이로 인해 탄생한 것이 간접 민주주의다. DAO도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처음에는 거버넌스 토큰 보유자들의 수가 별로 없었기에 모든 사안을 일일이 투표에 부칠 수 있었다. 그러나 점점 DAO의 규모가 커지면서 간접 민주주의를 표방한 DAO들이 하나 둘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메이커다오(MakerDAO)다. 메이커다오는 스테이블 코인(달러 등 법정통화 가격을 추종하거나 알고리즘을 토대로 그 가치를 1달러에 고정시키는 가상자산) DAI(다이)와 안정화 수수료로 쓰이는 가상자산 MKR(메이커)를 발행하는 업체다.


주목할 점은 대리인(delegate)을 둔다는 점이다. 위임(delegation) 제도는 거버넌스 운영 비용을 줄이고, 의사 결정 구조를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 또한, 공격을 막기 위한 장치로도 활용된다. 메이커다오의 거버넌스 토큰 MKR은 메이커다오의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 서비스에서 대출받을 수 있다. DAO를 망치려는 사람이 MKR을 최대한으로 빌린 후 DAO에 악영향을 미치는 의사 결정에 찬성표를 던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와 달리 거버넌스 토큰 보유자들이 선택한 대리인이 투표를 한다면 이런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


메이커다오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종류의 대리인이 있다.


1) 공인된 대리인(Recognised Delegates): 화이트리스트에 등재되어 있으나 특정 요구 사항을 충족해야 한다. 공인된 대리인은 투표 결과를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구성원에게 투명하게 전하는 역할을 한다.


2) 그림자 대리인(Shadow Delegates): 별도의 허가가 필요하지는 않지만 자신에게 위임한 구성원과 직접적으로 합의한 사안 외에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


메이커다오는 다중 대리인 제도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대리인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하면서도, 그 권한에는 차별을 둬서 의사 결정이 건전하게 진행될 수 있게 한다. 또 다른 디파이 프로젝트인 '유니스왑(UniSwap)'도 대리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DAO들이 봉착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의결권 쏠림이다. 주식회사에서는 오너 일가가 출자 관계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과 달리 DAO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이 더 많은 권리를 가진다. 그럼에도 그 안에서도 불평등이 발생하고 있다. DAO 구성원은 자신이 보유한 거버넌스 토큰이나 이를 대신하는 대체불가능토큰(NFT)에 따라 투표 권리를 갖는다. 예를 들어 거버넌스 토큰 1개를 가진 구성원보다 거버넌스 토큰 100개를 가진 구성원이 더 큰 목소리를 낸다.


실제로 조직에 대한 변경 사항을 제시할 수 있는 구성원은 소수에 그친다. 지난 글에서 소개한 GCR(글로벌 코인 리서치)만 해도, 전체 구성원 4500명 중 $GCR 토큰을 700개 이상 보유한 200명만이 투자할 프로젝트를 제안할 수 있다.


또한, 블록체인 분석 업체 체이널리시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DAO 10곳의 제안서를 분석했을 때 전체 토큰 보유자 중 약 0.001%~0.0001%만이 새로운 안건을 낼 수 있다. 거버넌스 토큰 공급량의 0.1~1% 정도는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탈중앙화 자율 조직이라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DAO가 실제로는 중앙화 되어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한다. 강한 자본력을 가진 구성원 소수가 DAO의 의사 결정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


이에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이 올해 5월 '웹 3의 영혼을 찾아서' 논문에서 소개한 개념인 SBT(소울 바운드 토큰)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쉽게 설명하자면, SBT는 다른 지갑으로 옮기거나 판매할 수 없는 NFT다.


NFT는 고유의 암호화된 값이 부여된다는 속성으로 인해 DAO에서 신원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그러나 DAO 구성원이 DAO 초기 때 민팅(주조)한 NFT를 다른 이에게 2차 판매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DAO를 망치려는 속셈이 있는 사람이라도 NFT만 구매하면 DAO에서 활동할 수도 있다.  


반면, SBT는 양도나 판매가 불가능하다. 처음 SBT를 발행받은 지갑만이 계속 SBT를 보관할 수 있다. 자신이 받은 메달이나 훈장을 다른 사람에게 판매할 수 없는 것과 유사하다.


그렇다면 SBT는 어떻게 DAO의 중앙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의사 결정 권한을 부여하는 기준을 거버넌스 토큰 보유량이 아닌 평판으로 대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DAO와 연결된 디파이 프로토콜에서 1만 달러 이상의 스테이블 코인을 예치한 사람이나 투자 DAO에서 몇 건 이상의 투자 프로젝트를 통과시킨 사람에게 '성실 회원' 배지를 SBT로 발행한다. '성실 회원' SBT가 있는 지갑만이 DAO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하면 의결권 쏠림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물론, 그 기준을 어떻게 할지는 DAO마다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바이낸스 아카데미도 SBT를 DAO 거버넌스 개선안으로 소개한다. 다른 구성원들 사이에서 DAO에 헌신적이라는 평판을 받아 SBT를 보유한 사람에게 투표권을 우선적으로 부여한다. 이로써 실제 활동은 없이 토큰만 많이 보유한 사람에게 권한이 몰리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


바이낸스 아카데미에 따르면, SBT로 '시빌 공격(한 이용자가 자신이 여러 명인 것처럼 속이는 행위)'도 예방할 수 있다. 기존 DAO에서는 한 사람이 여러 계정을 활용해 거버넌스 토큰의 대부분을 확보하고, 그 DAO를 전복시키는 게 가능하다. 계정마다 거버넌스 토큰을 얼마나 보유했는지만 공개되고, 그것을 기준으로 투표권을 부여했기에 생긴 일이다.


SBT를 도입하면 해당 계정의 행위를 추적하고, 이를 토대로 평판을 매긴다. 결국 실제로 DAO에 도움 되는 일을 한 구성원이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바이낸스는 '바이낸스 어카운트 바운드(BAB)'라는 자체 SBT를 출시했다. 바이낸스의 BNB체인을 활용한 DAO들은 BAB로 봇 활동을 방지할 수 있다.


현재까진 DAO 자체에서 SBT를 적용한 사례는 많지 않다. 최근에야 'SBT를 적용한 최초의 DAO'를 표방하는 웹 3 게임 플레이어를 위한 리얼 플레이어 DAO(RPD)가 결성된 바 있다.




마지막으로 대표/임원의 부재를 한계로 들 수 있다. DAO 초기에는 핵심 멤버들이 DAO를 이끌지만, 법인 내 대표나 임원과는 그 성격이 분명히 다르다. 우선, 핵심 멤버가 DAO 구성원에게 지시를 내리는 구조는 아니다.


앞서 소개한 메이커다오는 재단 폐쇄 결정을 내린 지 1년 6개월 만에 DAO로 전환했다. 재단에는 대표와 임원, 지사장 등 직함이 있지만, DAO가 되면서 그런 직함이 사라졌다.


총괄(Head)이란 직함 대신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 워크숍 등의 과정에서 참가자들이 해결책을 찾아 실행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란 직함을 사용한다. 지시를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일할 수 있게끔 도와준다는 성격이 강하다.


이럴 경우 문제가 있다. 나중에 DAO가 제도권으로 들어갔을 때 누구의 이름으로 등록할지가 불분명해진다는 점이다. 미국 와이오밍 주는 2021년 7월 세계 최초로 DAO 등록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단, DAO를 주 정부에 등록하려면 이름이 공개된 대리인이 있어야 한다.


모두가 익명을 내세워 활동하는 DAO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 와이오밍 주에서 처음으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등록된 '아메리칸 크립토 페드 DAO 유한책임회사('American CryptoFed DAO LLC)'는 스콧 몰러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했다.


다만, CEO라는 직함은 기업 등록을 위한 장치일 뿐, 실제로 CEO로서의 권한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와이오밍 주에 등록된 다른 DAO에서도 대표자는 오프라인 자산을 취득하거나 다른 주체와 법률 행위를 할 때만 CEO로서의 직함을 앞세운다.


DAO의 한계와 그에 대한 개선안을 표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이번 글은 DAO의 한계를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는지를 다뤘다. DAO는 내재적 한계 때문에 우리나라에 만연한 거버넌스 문제에의 완벽한 해결책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DAO가 보다 효율적이고 투명한 거버넌스를 갖추기 위해 진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나름의 묘미가 있다.


다음 글은 DAO를 둘러싼 법적 쟁점들을 짚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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