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쪼하 Aug 07. 2022

방송에는 '쪼'가 있다?

쪼하의 부캐 이야기 - 방송 편(3)

<쪼하의 부캐 이야기>는 방송 패널, 강연자, NFT 창작자 등으로 활동한 이야기를 풀고자 합니다. <DAO, 조직 문화를 바꿔다오!>와는 별도로 진행하는 코너입니다.


"걔는 말에 '쪼'가 있어."


8개월 동안의 방송 생활 중 ''라는 단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내 아이디인 '쪼하'와는 전혀 무관하다) 그때는 무슨 단어인가 싶었는데, 맥락을 따져보니 '어조'라는 뜻이었다. 다만, 부정적인 뉘앙스를 내포하는 단어였다. 방송인은 표준어를 구사해야 한다. 그런데 사투리 같은 특유의 어조가 있으면 시청자들이 듣기에 거슬릴 수 있다. 방송인에겐 '쪼'는 고쳐야 할 단점이다.


나 역시도 그 '쪼' 때문에 상당히 고생을 했다. 물론, 나는 아나운서가 아닌 고정 패널이기에 발음이나 억양에 대한 압박은 거의 없었다. PD님과 작가님은 내게 '대본을 너무 빨리 읽지 말라' 정도의 지적만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내가 상당히 잘하는 줄 알았다.


그러다 방송이 시작된 지 3개월 정도 됐을 무렵, 같이 출연하던 아나운서님과 상당히 친해졌다. 아나운서님은 여러 가지 의미로 초짜들이 모인 이 방송을 얼른 성장시키고 싶어 했다. 아나운서님은 본인의 역할 외에도 소품 손수 제작하기, 진행자분의 어색함 풀어주기 등으로 방송에 추가 기여할 정도로 열정이 넘치셨다. 


그런 그분께 한 가지 추가 미션이 생겼다. 바로 고정 패널(나)의 '쪼' 잡아주기였다.


아나운서님이 지적해 준 나의 큰 단점은 '~데요', '~고요' 등 연결 어미에서 말꼬리를 내리는 것이었다. 오히려 PD님 또는 작가님과 편하게 얘기할 때는 그렇지 않은데 방송 진행 중에 유난히 그런 쪼가 돋보인다고 했다. 대사의 마무리를 '요'로 끝내는 버릇도 좋지 않은 쪼 중 하나였다.


마찬가지로 '네' 또는 '아니오' 같은 답변으로 말문을 열 때도 말을 흐리는 경향도 있었다. 아나운서님의 지적을 받고 나중에 모니터링을 해보니 유난히 자신감이 없어 보였다. 돌이켜 보면 진행자분의 말투가 날카로워서 답변하다가 살짝 겁먹은 게 아닌가 싶긴 했다. 


유독 발음을 신경 써야 하는 단어도 있었다. 바로 '최근', '의혹', '현황' 등 이중모음이 들어간 단어였다. 이럴 경우 'ㅗ+ㅣ', 'ㅡ+ㅣ', 'ㅗ+ㅏ' 등으로 나눠서 모음을 각각 발음할 것을 주문받았다. 


아나운서님은 보다 정확한 발음을 위해 방송 전 한글 발음 연습 표를 적어도 세 번은 소리 내서 읽어볼 것을 권장했다. 본인도 발음 연습 표를 읽고 나면 입이 더 잘 풀린다고 했다. 한 동안 스튜디오 도착 후 오디오 테스트에 들어가기 전까지 "가갸거겨고교구규그기..."를 반복했고 이후 내 발음이 다소 교정된 듯 했다.


한글 발음 연습표(중략)

정리하자면, 나의 '쪼'를 잡기 위한 팁은 다음과 같았다.


1) '~데요', '~고요' 등 연결 어미를 뻗듯이 지르기

2) '네', '아니오' 등 단답은 자신 있게 내지르기

3) 문장을 '습니다'로 끝맺기

4) 이중모음 발음 시 각각의 모음 살려주기

5) 최근, 결국, 반면 등 문장을 시작하는 단어는 천천히 발음하기


비록 방송을 쉰 지 2개월이 다 되어가는 지금은 '쪼'가 부활한 듯하다. 역시 사람이 평소 말투를 고치기란 쉽지 않다. 그러니 앞으로 평소에도 또박또박 발음하고 말을 분명히 끝맺는 연습을 해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케이블 방송 고정 패널 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