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 그리워도 못 가는 신세
저 하늘 저 산 아래 아득한 천리
언제나 외로워라
타향에서 우는 몸
꿈에 본 내 고향이 마냥 그리워
고향을 떠나온 지 몇몇 해던가
타관 땅 돌고 돌아 헤매는 이 몸
내 부모 내 형제를
그 언제나 만나리
꿈에 본 내 고향을 차마 못 잊어
하루는 속이 되게 상하데예. 이 인간이 며칠을 두고 하루도 빠진 날 없이 술만 묵고 들어오는 거라. 꼴도 보기 싫어하던 참에, 찬거리가 떨어져서 시장 간다꼬 집을 나섰지예. 여섯 살짜리 큰 아이가 치맛단을 붙잡기에 얼라 좀 봐달라고 안켔능교. 그 카이 되돌아오는 말이, "얼라 봐주면 올 때 막걸리 한 통 사주나?"라길래 그런다고 했지예. 그래서, 장을 다 보고 나서 일부러 30분쯤 더 있다 집에 들어가 보이, 세상에나! 얼라가 화장대 위에 올라가 두 무릎 꿇고 양손은 머리 위로 든 채 꺼이꺼이 애닲게 울고 있는 거라. 열불이 나서,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물어봤지예. 그 카이, 씩 웃으면서 하는 말이, 아무리 기다려도 내가 시장 가서 안 오길래, 그 새를 못 참고 이 엄동설한에 여섯 살짜리 얼라한테 막걸리 심부름시켰다 안 카나. 두 통 사 오라고 시켰는데, 한 통만 사 왔다고 벌주고 있다고. 보소! 이렇심더, 우리 신랑이!
그 일이 있은지 며칠 지났는데, 갑자기 으슬으슬 오한이 들더니 온 몸에 열이 나는 거라. 날은 그새 더 추워졌지, 이불을 둘둘 감고 누워 있는데 열두 시가 지나도 신랑이 오지 않데예. 팔다리까지 쑤셔서 저녁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는 만사가 귀찮아 신랑 올 때 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전화 한 통도 없지, 정말 성이 나서 돌겠더라고요. 그러다가 깜빡 잠이 들었는데, 문이 살짝 열리는 소리에 그만 눈을 떴지예. 옷을 벗고는 살금살금 근처로 기어들길래 이불을 양손으로 꼭 움켜잡고 꼼짝도 않고 있었지요. 그라이,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는지 요 밑으로 손을 쓰윽 밀어 넣더니, "방바닥이 우째 냉골이고? 내가 퍼뜩 연탄 갈고 올게!" 이러데요. 생판 연탄 한 장 갈아 본 적 없는 사람이길래, "그래도 미안한 건 아는가 보지?" 말을 속으로 삼키면서 들은 척도 안 했어예. 그라고 얼마 있다가 방으로 들어와서는 다시 가까이 다가오길래 그냥 내버려 두었지요. 옆에 눕더니 금방 코를 골고 잘도 자두만요. 얼결에 나도 슬쩍 잠이 들었나 본데, 잠을 자다가 하도 추워 장판을 쓸어보니 방바닥에 온기라곤 하나도 없는 거라. 겨우 몸을 일으켜 부엌으로 나가 봤지예. 하, 참!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오더라고. 아궁이에 불기라곤 하나도 없기에 미심쩍은 마음으로 뚜껑을 열어보니 다 타서 하얗게 재만 남은 연탄이 보이는 거라. 연탄집게로 연탄을 쓱 집어 올리니 생짜로 까만 연탄이 아래쪽에 놓여 있더라고요. 참말이지, 원수가 내게는 정말로 원수나 다름없어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