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겠지만 어제는 예상보다 시간이 부족해서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1 챕터를 온전히 다 읽지 못했다. 7회, <한없이 개인적이고 피지컬 한 업>의 앞부분을 2장 정도만 읽었다. 병원도 2곳이나 다녀왔고, 이동하면서 휴대폰으로 메일에 답장도 해야 했고, 다녀와서는 납품을 2건이나 해야 했다. 후에 읽으면 되지 않았느냐고 할 수 있겠지만, 아침에 요가는 클리어했지만 책 읽기와 글쓰기를 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글쓰기를 선택했고, 어제 겨우 네이버 블로그에 신간 예고와 잡담을 늘어놓을 수 있었다. 그러고 나서 책을 2페이지쯤 읽음. 그래도 읽긴 읽었으니까 성공했다고 치고 싶다.
어제 글을 쓴다면 '모닝 없는 미라클 모닝' 2주 차 후기를 써보고 싶었다. 뭐, 지금이라도 쓰면 되지...라고 생각하면서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7회를 읽었는데, 웃기게도 내가 쓰려던 주제와 묘하게 비슷한 내용이라 혼자 피식 웃었다.
이번 챕터에서 하루키는 "실제로 해보면 아마 아실 텐데, 날마다 대여섯 시간씩 책상의 컴퓨터 화면 앞에 혼자 앉아 의식을 집중해서 이야기를 만들어 가려면 웬만한 체력으로는 도저히 당해내지 못합니다. 젊은 시절에는 그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중략) 나는 어느 젊은 작가와 인터뷰할 때, "작가는 군살이 붙으면 끝장이에요"라고 발언한 적이 있습니다. 그건 좀 극단적인 말이었고 예외도 물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전혀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이야기했다.
군살이 붙으면 끝이라니, 실제로 군살 좀 붙었다고 해서 작가의 글쓰기 생명이 사라지진 않겠지만 그가 운동과 체력 관리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 흥미로웠다.
7회에서 그는 소설을 계속 써나가기 위해서는 지속력이 몸에 배도록 하기 위해서는 체력을 길러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맞는 이야기다. 체력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너무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 당연함을 깨닫고 매일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정말 흔치 않을 것이다. 당연하지만 당연하게 실천할 만한 일은 아닌 것이다. 운동하는 게 좋은 걸 누가 모르나? TV나 각종 매체에서 끊임없이 운동의 효능을 선전하지만, 알면서도 힘들다거나 귀찮다거나 하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꾸준히 하지 않는다. 운동을 꾸준히 하는 건 의외로 꽤 힘든 일이거든. 그런 면에서 30년 간 꾸준히 운동을 실천하는 하루키는 정말 범상치 않은 사람이라고 할 수밖에.
여기서 내 이야기를 슬쩍 끼워 넣어 보고 싶다. 그가 운동의 효과를 이야기할 때, 다른 때보다 더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던 건 아마 최근 2주간 진행했던 모닝 없는 미라클 모닝이 덕분일 것이다. 날짜를 보니 8월 11일부터 미라클 모닝을 시작했고, 그 이후로 '모닝'을 빼고 매일 글쓰기, 책 읽기, 요가하기 3 스텝을 수행하는 나만의 '미라클'을 지속해왔다.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두 번쯤 책 쓰기나 요가를 빼먹은 거 같은데 여태 지속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스스로를 칭찬하고 싶다. 그리고 오늘이 8월 26일이니 꼬박 14일, 2주 정도가 흘렀다. 2주 동안의 느낌을 이야기해보라 한다면,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데?'
의외로 책 읽기, 글쓰기, 운동(요가) 중에 제일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은유튜브를 보며 따라 하는 운동(요가)이었다. 솔직히 나는 요가가 제일 효과 있을 거라고는생각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기껏해야 내 요가(스트레칭) 시간은 20분이고, 그중에 3분쯤은 명상이나 심호흡으로 채워지니까. 심장이 둥둥 울리는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빡센 웨이트도 아니며요가 중에서도 난이도 있거나 힘든 동작을 한 것도 아니었기에 더더욱 그랬다. 사실 요가라고 하기에 좀 뭐한 쉬운 스트레칭 영상들만 골라서 했으며, 어려워 보이는 요가는 정말 가끔 했다. 그런데도 효과가 느껴지다니.
2주쯤 요가를 하니 가만히 있어도 몸에 힘이 생기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어깨와 허리가 펴지고 자세가 좋아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예전처럼 몸이 축 늘어지는 느낌이 덜했다. '매일 5분만 해도 달라져요!'라는 구호를 어디선가에서 많이 본 거 같은데, 이번 경험이 아니었다면 나는 그 구호를 영원히 믿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그래도 5분 가지고는 무리지, 매일 1시간은 해야지... 라면서. 하지만 20분, 2주만으로도 몸이 달라지는 것을 느끼니 '5분만으로도 어쩌면 뭔가 달라질지도?'라는 생각이 들더라.
하기 싫은 날도 물론 있었다. 하지만, 세 가지 루틴 모두 허들을 대단히 낮게 잡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지속할 수 있었던 거 같다. 요가도 20분이라고 단정 지은 건 아닌데 어쩐지 20분씩 하고 말았다. 아마 앞으로는 10 분하는 날도 있을지도 모른다. 책도 1 챕터 읽기를 목표로 했으나, 안 되면 어제처럼 2장만 읽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겨우 2주 성공한 주제에 이런저런 비결을 늘어놓는 게 부끄럽지만, 뭐,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하니 이 정도는 뽐내고 싶다.
하루키는 책 속에서 "달린다는 행위가 몇 가지 '내가 이번 인생에서 꼭 해야 할 일'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간결하게 표상하는 듯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중략) '별로 달리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이 들 때도 '이건 내 인생에서 아무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라고 나 자신에게 되뇌면서 이래저래 따질 것 없이 달렸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에게 달리기가 '이번 인생에서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멋있다. 그러나 그런 그도 '별로 달리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이 드는 날이 있었다고 하니, 결국 '운동하기 싫다'라는 생각은 나뿐만 아니라 무라카미 하루키도 하는 생각이며(친근하군), 운동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어도 그걸 무시하고 계속 운동을 하느냐 마느냐가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임을 다시 곱씹어 본다.
세 가지 루틴을 지속하면서 여유 시간이 줄어들어 예전보다 더 바빠진 거 같고 하루가 더 빽빽한 느낌이 들긴 한다. 하지만, 잠시 생각해보니 루틴을 안 한다고 해서 내가 더 여유로울 거 같지도 않다. 실은 다음주부터 일 폭탄이 예정되어 있는데, 그때는 세 가지 루틴을 모두 매일 달성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고 우려해 본다. 그래도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봐야지. 나도 하루키처럼 세 가지 루틴을 '아무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라고 스스로 세뇌시켜볼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