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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린 Jun 26. 2020

힐링 에세이 주의사항

 한창 서점에 힐링 에세이가 진열되던 시기가 있었다. 물론 지금도 그 에세이들은 변함없이 서점의 매대를 차지하고 있다. 현실에 지친 사람들이 책을 통해서나마 위로받고, 힐링받고 싶은 마음들이 서점의 매대에 반영된 것이라 생각한다. 힘을 내어 열심히 일하고 공부해도 노력하는 만큼 결과가 나온다고 딱잘라 보장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내가 생각하는 최선과 주변 사람들이 생각하는 최선이 다른 경우도 수두룩하다. 힐링 에세이는 이러한 혹독한 현실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토닥여주는 고마운 존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끔은 이러한 힐링 에세이의 부작용이라고 생각할 법한 상황에 부닥친다. 내가 읽어본 힐링에세이의 내용들은 자기 자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너무 힘쓰지 않아도 되며, 긴장을 풀고, 남과 경쟁하려 하지말고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말고 자기 자신을 소중히 하라.' 맞는 말이다. 나도 이 내용들에 공감하며 위로받는다. 하지만 이 내용을 무분별하게 적용해서는 안될 것이다. 


 사실 힐링 에세이의 진짜 내용을 파헤쳐보자면 '너무 힘쓰지 않아도 되며(그러나 대충하라는 건 아니고), 긴장을 풀고(하지만 긴장이 필요한 상황에는 긴장을 해야할 것이며), 남과 경쟁하려 하지말고(그렇다고 모든 경쟁을 포기하라는 건 아니며)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말고(사회적 규칙을 무시한채 제멋대로 굴라는 말은 절대 아니며) 자기 자신을 소중히 하라.(타인이 자신을 소중히 여겨주지 않는건 또 다른 문제다)'일지도 모른다. 


 특히 '자기 자신을 소중히 하되, 타인이 자신을 소중히 여겨주지 않는 건 또 다른 문제다'라는 생각은 프리랜서로 살아가면서 어느정도 유념했으면 좋겠다. 메일 답장이 오지 않아 초조한 건 이해하지만, 그건 내게 중요한 일이고 그 사람에게는 조금 천천히 하고 싶은 일일 수 있다. 상대방이 나를 무시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저 상대방에게는 그사람만의 속도와 계획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때때로 프리랜서 번역가로 일감을 얻는 방법에 관한 질문을 받는다. 질문에 답변을 할 때마다 내가 자주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바로 “기다리시고, 신경쓰지 마세요”다. 나도 빨리빨리의 한국인의 일원으로써 성격이 급하다. 하지만 프리랜서로 번역일을 할 때는 그 성격을 많이 누그러트린다. 그래야 내가 편하다. 내가 자주받는 질문들 중 하나는 “이력서를 넣었는데 연락이 없어요”, “번역회사에 등록되었는데 일을 안줘요”다. 그때마다 나는 “기다리세요. 그리고 연락이 오지 않을 수 있으니 신경쓰지 마세요”라고 답한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게는 내 자신이 제일 중요하지만, 번역회사나 다른 사람들에게 나는 수많은 인력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엄청나게 공을 들여서 쓴 소중한 이력서도 클라이언트에게는 그저 수많은 이력서들 중 한장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에게 중요한 일이 타인에게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서운해도 인정했으면 좋겠다. 물론 서운한 건 이해한다. 



 조금 답답하더라도 한국인의 빨리빨리 정신을 조금 내려놓고 상대방의 속도를 기다리자. ’그 사람에게 중요한 다른 일이 있겠거니‘라며 이해해보도록 노력하자. 아무리 답답해도 상대방에게 자신의 속도를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차라리 마음을 비우는 편이 자신에게도 좋지 않을까. 



 사실 힐링에세이는 과도하게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내용일지도 모른다. 평소에 과도하게 최선을 다하지 않는, 3년째 미래 계획없이 일할 의지가 없는 백수가 ’남들과 경쟁하지 않고 자신을 소중히 여기며 천천히 가자‘라는 내용의 힐링에세이를 자신에게 적용하려 드는건 조금 위험할지도 모르니 주의하자.




..........라고 책에 원고를 썼는데 쓰다보니까 너무 맨 아래 문단이 힘든 거 같아서 일단 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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