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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린 Jan 01. 2021

체력과 일

 아직 팔팔한 30대인데도 체력이 이전 같지 않다는 걸 느낀다. 20대 때는 밤새 번역하기도 했는데, 30대에는 밤새 번역한 적이 거의 없었다. 밤 늦게 작업한 적은 더러 있었다. 하지만 그 다음날의 후유증이 만만치 않았다.


 아무래도 체력이 부족하다고 느껴 운동을 하기도 했다. 내 운동은 주로 작심삼일 스타일로 끝나는데, 그 작심삼일이 꽤 자주 찾아와서 그래도 그럭저럭 괜찮은 텀으로 운동을 지속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새해 연초에 1월부터 3월까지 운동을 하고 난뒤, 질려서 3월부터 5월까지는 운동을 안 하다가 6월 중순 쯤에 ’여름이니 운동을 다시 해야겠어!‘라며 7월 중순까지 하고, 7월 중순부터 10월까지는 ’너무 더우니까 운동을 못하겠군.‘이라 운동을 쉰다. 그러고선 11월에는 ’그래도 잠깐이라도 몸을 움직여야지!‘하고 한 2주 운동하다가, 11월 말부터 새해까지는 ’겨울에는 움직일 수 없다‘라며 운동하지 않는 편이다. 좀 변덕이 심한 편이라고 해야하나? 그러니 1년 중에 최소한 3개월 정도는 운동을 하는 편이고, 아예 안 하는 사람보다는 아주 조금은 체력이 더 뛰어날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20대 때처럼 밤새워서 번역하는 건 엄두도 못낸다.


 20대 때는 어른들이 20대의 체력을 왜 부러워하는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30대가 되니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 겨우 나이 몇 살 더 먹었을 뿐인데 이렇게나 체력이 줄어들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리고 30대가 된 지금의 나는 40대를 대비하기 위해 운동을 하려고 노력... 중이지만 잘 안된다. 위에서 이야기한 작심삼일이 띄엄띄엄 이어지고 있다. 나이를 먹어도 인간은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니까. 어쩌면 등산과 공원 조깅을 즐기시는 어르신들은 젊은 날에 운동하지 않았던 과오를 거듭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걸지도 모른다고 상상해봤다. 물론 그런 분들은 드물겠지만.


 어쨌든 체력은 중요하다. 계속 일을 해 나가기 위해 중요하다. 그리고 일찍 은퇴한다고 해도 체력은 중요하다. 은퇴 후에 열심히 놀아야 하니까. 유럽 여행도 다리 관절이 튼튼해야 갈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이러나 저러나 체력은 중요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나는 여전히 꾸준히 운동을 하지 않는다. 한심할 따름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바로 평범한 사람답지 않은가? 내가 마음 먹은대로 꾸준히 운동하고, 마음 먹은대로 공부도 열심히 하고, 마음 먹은대로 몇 백 억대 부자가 되었면 지금 여기 있을 게 아니라 차세대 위인 열전에 실릴 후보자로 신문에 실렸겠지.


그럼에도 ’운동을 해야지!‘라고 나는 또 언젠가 결심을 할 것이고, 1,2달 동안 운동을 할 거라고 느긋하게 추측해본다. 그리고 또 쉴지도 모르지. 하지만 반복되는 작심삼일 속에서도 어김없이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다‘, ’운동을 해서 예쁜 몸매와 체력을 가꾸고싶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몇 번이나 실패해도 다시 도전해보고자 하는 근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스스로를 칭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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