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자란 너를 안기 위해서
아이들이 아플 때면 드는 꼭 드는 생각이 있다.
"남편만큼 크고 힘이 세지면 아이들을 편하게 안아 줄 수 있을까?"
며칠 전 큰 아이는 어디가 불편한지 계속 징징거리며 울었다. 자폐성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정말 순둥순둥 한 아이라 다른 아이들보다 손이 덜 가는 아인데, 이유 없이 울기 시작하니 난감했다.
"몽아 어디 아파"
"아파. 으아아아아 앙"
"어디가 아파?"
"으아아아아 앙. 업어요 업어요"
앞니가 빠질 때 "이빨이 아파요!!"를 외친 것 빼고는 여태까지 어디 어디가 아프다 라는 표현을 한 적이 없다. 아직 아픈 곳을 표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나 보다. 그냥 업으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남편은 아이를 불러 본다.
"아빠 한 테와. 아빠가 업어줄게"
아빠한테 업혀보더니 바로 내리고는 다시 나에게로 와 업어 달라고 한다.
보통 8살 아이들보다 체구가 많이 작은 20Kg의 아이지만 153cm에 작은 체구인 나는 버겁기만 하다. 그래도 어쩌겠나 아이가 아픈데.. 업어달라는데..
오랜만에 큰 아이를 업어주니 옆에서 둘째가 난리가 났다.
"나도 엄마 업어할거야아아아앙"
가뜩이나 우리 집 질투의 화신인데... 형아가 업혀있는 모습을 보니 옆에 와서 잡아당기고 때리고 울고 불고 난리다. 둘 다 아빠한테 안 간다고 하니 상처받은 아빠의 모습도 보인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아이들은 아프면 꼭 엄마 껌딱지가 된다. 많이 자란 큰 아들도 그렇고 작은 아들도 곧 자랄 텐데 오래오래 안아주려면 내가 좀 더 자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릴 적부터 작은 키로 반에서 항상 맨 앞자리에 앉았지만 불만은 없었고, 통돌이 세탁기에 빠질 뻔 한일 제외하면 살아가는데도 어려움은 없었는데.. 이런 순간이 오면 아쉬움이 느껴진다.
"내가 좀 더 크고 힘이 세면 아들 둘을 번쩍 안아줄 수 있지 않을까"
성장기가 지나도 한참 지난 30대 중반에 무슨 헛된 꿈을 꾸는 건지.. 우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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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너희가 안 아프고 튼튼하게 자라는 건 어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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