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병을 의심한 엄마
금요일 아침 등원 시간부터 "이가 아파요!"를 외치는 몽이가 정확히 어디가 아픈지 알 수가 없었다. 유치원에 가기 싫어 꾀병을 부리는 건 아닌지..
치과에서는 유치는 웬만큼 썩어도 아프지 않다고 했고, 앞니는 몇 달 전부터 흔들렸기 때문이다.
금요일 저녁.
하원 후 발달 센터를 다녀온 몽이는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면서 외친다.
"이가 아파요. 엄마~ 이가 아파요."
충치 치료를 예약해둔 어린이 치과는 저녁 시간이라 문을 닫았고, 급하게 퇴근 중인 남편에게 전화를 던지고, 근처 야간 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연락했다. 그나마 내가 재택근무 중이라 조금이나마 빨리 상황일 파악한 듯하다.
퇴근해 집에 온 남편과 같이 몽이를 데리고 저녁 7시 반으로 예약한 치과로 갔다. 가는 차 안에서도 이가 아프다며 앞 좌석을 발로 차고 울었다.
치과에 도착해 접수를 하고 나니 이번에는 다른 이유로 울기 시작했다.
"집에 갈 거예요. 집에 가요 ㅜㅜ"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을 외치며 치과 밖으로 나가더니 엘리베이터를 누른다.
충치와 흔들리는 유치 때문에 치과를 자주 가본 몽이는 이곳이 얼마나 공포스러운 곳인 잘 안다. 안쓰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귀여워 남편과 웃음이 터져버렸다.ㅎ
결국 20킬로 아들을 등에 둘러업고 노래도 불러주고 치과 앞을 산책하며 달래주었다. 아빠가 옆에 있지만 엄마에게 업히고 싶다는 너무나도 분명한 의사표현..
아이 치아 상태를 확인 한 선생님도 충치와 흔들리는 앞니 중 어떤 걸 말하는지 알아차리기 힘들어하셨고, 유치를 뽑기로 결정하셨다. 그렇게 흔들리는 앞니를 뽑고 온 몽이는 주말 내내 여전히 이가 불편한 모습이었다.
이가 흔들리니 불편했고, 옆에 새로나는 이가 여전히 불편한 건가..?
월요일 아침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다. 몽이가 계속 이가 아프다며 운다고 했다.
"이가 아파요. 이가 아파요"
다시 시작된 울음과 통증 호소.. 처음엔 꾀병인가 싶었지만 우는 아이 때문에 수업이 진행이 되지 못하니 일단 하원을 하였다.
다행히 아침이라 치료가 예약된 어린이 치과에서 예약을 앞 당겨 주었고, 진정제 없이 바로 치료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아뿔싸...
몽이의 치아를 살펴본 선생님이 충치 옆 잇몸에 염증이 생겨 퉁퉁부어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팠구나...
치료를 하는 동안 많이 울었지만, 마취가 풀리고 아이는 더 이상 치통을 호소하지 않았다.
그것도 모르고 꾀병이라고 생각한 내가 너무 한심했다. 발달장애라는 이유로 아픔을 표현하는 것조차 믿어주지 않은 엄마는 정말 반성해야만 했다. 아파도 어디가 아픈지 표현을 못한다며 그렇게 안쓰러워하던 시기를 까맣게 잊었는지.. 이젠 아프다고 말해도 믿어주지 않았다니... 미안해 몽아.
그리고 정확히 "이가 아파요"라고 표현한 몽이가 너무 기특하기만 했다.
"그래. 아플 때 아프다고 말해줘서 너무너무 고마워. 우리 아들.
이제 엄마가 꼭 믿어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