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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리나이 Jan 12. 2022

"보내셔도 되는데 손이 덜 가는 건 어쩔 수 없네요."

공교육에 기댈 수가 없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아이를 키우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았고, 부당한 일도 많이 겪었지만 정말 부모로서 힘들었던 점은 아이를 걱정 없이 맡길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아이가 처음 특수교육 대상자로 선정되어 배치받았을 유치원은 집에서 차로 30분 떨어져 있었고, 저녁 6시까지 아이를 봐주는 어린이집과 달리 1시 반이면 하원 해야 했다. 그래서 당시 특수교육 대상자 선정을 포기하고 사립 놀이학교를 보낸 기억이 있다.


 결국은 이사를 와서 근처에 특수교육대상자로 다닐 수 있는 유치원을 2년 다니고, 8살이 되어 초등학교를 입학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늘 그렇듯이 나는 이 학교 저 학교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초등학교는 학군 내의 배치가 원칙이지만 특수교육대상자는 사유가 있다면 다른 곳으로 배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거주 시 안에 있는 특수학교는 엄청난 경쟁률을 자랑하기 때문에 일반학교 특수반이 나에게 주어진 최선의 선택이다.


"선생님, 내년도 입학인데 특수반에 자리가 있나요?"
"지금 6명으로 정원이 다 찬 상태이고, 추가 인력(특수 지도사/공익요원)은 없는 상태예요"
"정원이 초과되면 추가 인력이 배치되거나 추가 학급이 배치된다고 들었어요"
"누가 그러든가요?"
 
"특수교육지원청에서요"
"내년도 인력배치는 이미 신청이 끝난 걸로 알고, 추가 인력은 받기 어려워요. 그리고 특교청에서 배치해주면 거절할 순 없지만, 아이들이 많아서 손이 덜 가는 건 알고 계셔야 해요."
"혹시 졸업하는 아이는 없나요?"
"4학년 이상은 없어서 졸업하는 아이는 없고요. 아이들 많아서 통합수업지원이 어려운 상황이에요."
"그럼 그 아이들은 어떻게 교육받나요"
"저학년 아이 같은 경우는 어머님들이 개인 활동 보조사를 통합수업에 함께 들여보내시는 경우도 있어요."



 근처 몇 군데를 전화했지만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한편으로는 더 찾아보면 지금 정원이 있다고 하는 곳도 있겠지만, 그 후년에 졸업생 없이 또 다른 아이들이 들어올 거고, 그때 다시 인력부족의 얘기를 들을 것만 같다.

 8살 정도가 되면 손이 좀 덜 가도 스스로 많은 것을 해낼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 아들은 나이만 8살이지... 언어발달 나이로 32개월이다. 누가 때려도 고자질도 못하는 아이인데...


교육청에서는 발달장애아이들의 입학연기/유예를 권장하지 않는다. 실제로 공문에도 교육방향으로 나와있으며, 부모교육이나 책자에도 제 학년에 입학을 시켜야 한다고 지도한다. 그 이유라고 하면 아이가 같은 반 아이들보다 자신의 나이가 많아 스스로 자존감이 떨어진다 거나, 혼자만 체격이 크기 때문에 놀림감이 될 수 있다거나, 유예를 너무 많이 해서 동생과 같이 다니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란다. 한 해 더 치료를 받아서 또래 아이들만큼 발달이 올라오는 게 아니라면 입학연기는 의미가 없다고 한다.



발달장애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그런 지침을 내린 사람을 만나면 한 마디 해주고 싶다.


"개소리하지 마세요." 


당장 아이들에게는 학교는 또 다른 사회이자 그 사회 속 생존의 문제이다. 유치원과 달리 자율성 위주로 돌아가는 학교에서 통합반과 특수반을 왔다 갔다 해야 하는 아이들이 6명 모여있고 그 아이들 마저도 학년이 다 다르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신 선생님이라도 아이들이 선생님의 시야에서 벗어나는 시간이 생긴다. 


부모가 입학연기를 하는 이유는 한 해더 열심히 가르쳐서 또래 아이들처럼 만들고 싶은 게 아니다. 그냥 아이를 안심하고 학교에 보낼 수 있게끔 아이 스스로를 가르치기 위해서다. 


혼자 외투 입고 벗기, 신발 갈아 신기, 스스로 밥 먹기, 식판 가져다 놓기, 단추 잠그기, 가방 챙기기....

새로운 곳과 새로운 사람들 사이에서 불안감 줄여주기...


아이러니하게도 초등학교 입학을 준비하던 중 입학연기(특별한 사유 없이 부모가 동사무소를 통해 1년 입학연기 신청이 가능하다)를 결정하였다.


유치원에서 너무 좋으신 특수반 선생님을 만났고, 희망이 생겼다. 우리 아이도 웃으며 또래 아이들과 같은 곳을 다닐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하지만 초등학교는 또 다른 세상이구나... 아마 상위학교로 진학할 때마다 같은 경험을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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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우리나라 공교육에 기댈 수가 없다는 사실이 또 나를 눈물짓게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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