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 원서 쓰기
부모라면 어디에서든 내 아이의 장점을 자랑하고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있다. 육아 SNS가 많은 이유 중 하나도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아이들은 보고만 있어도 사랑스럽고 사소한 일을 해내도 자랑스럽다. 하지만 느린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이의 단점을 강조해서 적어 제출해야 하는 시기가 있다. '단점'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마음이 아프지만, 정확히는 '어떤 부분이 남들과 다르고 도움이 필요한가'인데.. 쓰다 보면 '이것도 안되고요. 이것도 못하고요. 이것도 도와주셔야 되고요....' 거의 유명 연예인의 지능형 안티팬이 되는 기분이다.
대표적으로는 활동 보조 지원인력을 신청 시 방문 상담을 온 국민연금 공단 직원 분께 '왜 아이에게 활동보조가 필요한가'를 설명하다 보면 그간 남들에게 말 못 했던 아이의 버릇이라던지 위험했던 순간들을 말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감정이 격해져 눈물이 난다.
상급학교로 진학 시 특수교육대상자를 신청할 때 특히 특수학교를 지원하는 상황이라면 아이에 대해 감출 것 없이 적어야 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적다 보면 결론은 '이 아이는 일반학교에서의 단체 생활이 어렵습니다.'로 끝난다. 아직 다녀보지도 않은 일반학교를 다니기 어렵다고 말하는 내가 올바른 부모인가부터 시작해서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덜 힘든 곳을 보내는 게 맞아 라는 결론으로 가기까지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들이 엎치락뒤치락 싸움을 한다. 그리곤 마음을 털어내고 원서를 제출한다.
다른 엄마들도 느끼는 거지만 단점만 쭉 나열하다 보면 자괴감이 든다. 사랑스러운 우리 아들이 못하는 것도 많지만 할 수 있는 것도 많고, 착하고 멋진 아인데 왜 사회는 이 아이의 단점만 궁금해할까.
정해진 예산과 지원인력을 공평하게 꼭 필요한 사람에게 지원하기 위해서 필요한 절차라는 건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당사자에겐 꽤나 가혹한 일이다.
장애인 복지카드가 있고, 많은 검사결과지가 있지만 그럼에도 부모의 입에서 이 아이가 세상을 얼마나 살아가는 게 힘든지 설명해야만 한다. 물론 엄마만큼 아이를 잘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몽이는 말로 표현은 안 하지만 엄마가 남에게 자기 이야기를 하는 걸 아는 것 같다. 치료실 상담시간에 특정 이야기가 나오면 멀리서 놀다가도 가까이 와서 나르 보며 인상을 찌푸리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한참 서류를 적고 나면 괜스레 아이에게 미안해진다.
몽아, 엄마가 뒤에서 우리 몽이 얘기 좀 했어 미안해.
대신 멋진 모습 SNS에서 올려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