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발자국 더
아이는 어떤 사회 구성원이 될까.
발달장애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같은 이런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같은 자폐성 장애아이라도 어떻게 성장하느냐에 따라 미래 즉, 예후가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아이의 미래(예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부모이기 때문에 아이가 성정하는 모든 순간의 선택과 결정이 두렵기도 하다.
학교 입학을 유예해야 하나 하지 말아야 하나
지금 이것도 안되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지?
뭘 더 가르쳐야 자립을 할 수 있을까
일을 그만두고 아이 옆에서 자조를 좀 더 가르쳐야 하나
그렇기 때문에 부모는 아이의 발달과정에 있어 많은 부분들을 결정하고 계획하는데 두려움을 갖는다. 하지만 먼 미래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지금 현재‘.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이 순간이다. 엄마는 아이의 발달이 점점 좋아질 거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언어 치료, 작업치료, ABA, 인지치료 등.. 많은 발달치료를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갖고 싶어 하고, 자신도 모르게 쏟아부은 시간과 노력만큼 아이의 성장을 기대하게 된다. 그리고 아이가 기대만큼 해내지 못했을 때는 다시 실망감을 느끼며 이 치료를 선택한 것이 맞나.. 걱정한다. 그 실망감은 나도 모르게 아이의 자존감을 낮추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 아이들은 표현할 수 없지만 분위기나 엄마의 상태를 인지 할 수 있으니까(물론 아이마다 다릅니다.) 또 엄마의 두려움은 아이의 불안을 더 가중시키고 있을지도 모른다.
엄마는 아이에 대한 기대치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막연한 기대나 포기를 말하기보다는 아이의 지금 현재 모습에서 딱 한 발더 나아간 모습을 기대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이가 젓가락을 이용해 반찬을 먹기 시작했다면 다음은 여러 종류의 반찬을 먹어보기로 또는 아이가 스스로 소변을 가리기 시작했다면 대변을 가리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소변을 가리는 횟수가 늘어나고 바지에 실수하는 횟수가 줄어드는 정도를 기대하는 것이다. 소변을 가리기 시작했다고 해서 한 번에 실수 없이 완벽해질 수는 없다. 때로는 얼마간을 실수 없이 잘하다가 특정한 이유로 바지에 실수를 할 수도 있다. 그런 아이의 실수 한 번에 실망감을 느끼고 ‘퇴행이 온 건가’, ‘얼마나 더 지나야 소변을 가릴 수 있지 ‘ 같은 생각에 빠지게 되면 연쇄적으로 아이에게 표현을 하게 된다. 하지만 아이의 지금 모습 (스스로 소변을 가리기 시작)에서 딱 한 발더 나아간 모습(실수하는 모습이 줄어듬)에도 아이를 칭찬하고 격려한다면 우리 아이는 자신의 모습에 긍정 강화가 생기고 더 동기부여를 하게 된다.
발달 치료사들은 종종 이런 얘기를 한다. 우리 아이들의 성장은 직선이 아니라 계단식이라고. 한 계단을 지나는 동안 성장하지 않는 게 아니라 아이의 안에서 많은 부분이 자라나다 다음 계단으로 올라갈 때 그 모습이 보이는 것이라고 한다. 한 단계 올라가는 시기가 아니라 평탄하게 유지되는 시기에는 아이를 믿고 기다려 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의 모습 그대로를 칭찬해 주고 거기서 딱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게 이끌어 준다면 아이는 또다시 한 칸의 계단을 올라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