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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리나이 Aug 26. 2022

SNS 끊을 필요가 없는 이유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불쌍하다는 생각이 드는가?



느린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의 커뮤니티를 가면 비 장애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의 포스팅을 보면 상대적 박탈감에 속상해 SNS를 끊었다는 글들이 있다. 같이 느린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아 마음이 아파온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보편적으로 하는 행동들이나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교육들 많이 가는 곳들을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우리 아이들에게는 조금 어려운 것들 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SNS에서 상대적 박탈감으로 우울해하는 건 느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뿐만이  아니다. 자기 또래나 이웃, 먼 친구들에게서도 느낄 수 있다. 예전에 브런치를 떠돌다 읽은 글 중에 '브런치에는 있지만 인스타그램에는 없는 것'이라는 글이 생각난다(정확한 제목은 기억이 안 난다). 브런치에는 기쁨 슬픔 행복 아픔 그리고 그 감정들을 불러일으키며 잦아들어가는 과정이 있지만, 인스타 그램은 즐거움, 행복, 결과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눈에 보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회다. 심지어 바로 옆이나 한 동네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의 사람들이 남에게 보이고 싶어 하는 것들을 볼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보이고 싶어 하는 것'이다. 칭찬받고 싶고 자랑하고 싶고 남들보다 잘 해낸 다는 것을 인정받고 싶은 건 인간의 욕구다. 부정적인 단어로 말하면 '과시'이고, 완화시키면 '자기애' 정도이지 않을까. 이런 인간의 욕구를 노려 성공한 사업이 인스타 셀러가 아닐까 싶다. 


 느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 한 켠에는 아픈 아이에 대한 말 못 한 고민들이 쌓여있다. 장애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생각보다 삶의 질이 거칠어지고 나를 내려놔야 하는 것이다. '보이고 싶은 것'과는 거리가 멀다. 또 대부분의 맘스타 그램에서 하는 얘기가 느린 아이 양육 스토리와 다른 점이 많다. 아이들이 짐보리나 트니트니 문화센터를 다닐 때, 느린 아이들은 발달센터 치료를 다닌다. 아이들이 걷고 말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과정이 느린 아이들에게는 연습과 훈련으로 이뤄내야 하는 것들로 치부되기도 한다. 그래서 느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SNS를 보면 쉽게 마음이 아프다.


그럼에도 왜 도대체 SNS를 끊지 말라고 하는 것인가?

첫 번째는 내 마음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는 앞으로도 남들과 다른 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과 비교될 것이다. 그때마다 좌절할 수 없다. 내 좌절은 아이가 고스란히 느끼기 때문이다. 다르지만 그건 잘 못되거나 슬픈 게 아니라고 그냥 아이의 있는 그대로라고 받아들여야 한다. SNS를 보는 건 어쩌면 그 연습일지도 모른다. 이미 일어난 사실은 바꿀 수 없다. 자폐스펙트럼의 완치도 어렵다. 그럼 바꿀 수 있는 건 내 마음뿐이다. 아이를 향한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다르다'라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아이의 다름이 열등감을 불러일으킨다면 연습이 필요하다. 100가지가 느리고 서툴지만, 그래도 우리 아이에게는 수많은 장점이 있을 것이다. 아직 말이 어수룩하고, 인지능력이 낮은 우리 아들은 엄마가 부르면 바로 대답하고(자폐 아이들에게 정말 어려운 것), 편식 없이 골고루 밥을 먹는다. 부족한 부분은 채워줘야 하지만, 잘하는 건 있는 그대로의 칭찬과 인정 또한 필요하다. '인정'은 내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두 번째는 보편적인 많은 사례가 느린 아이의 양육에도 도움이 된다. 우리 아이 들은 어쩔 수 없이 다수(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없는 사람들)에게 맞춰진 사회를 살아가야 한다. 독창성, 독특함이 성공의 핵심이라고들 말하지만 그건 보편성 안에 있기 때문에 빛이 나는 것이다. 아이들이 36개월 정도면 말을 어느 수준으로 조리 있기 할 수 있는 지를 알면 내 아이가 다닐 기관의 친구들이 대충 파악이 된다. 8살 아이들이 좋아하는 관심사나 다니는 학원을 알면 학교를 가기 전에 어떤 것들을 알려주면 좋은지 알 수도 있다. 다양한 교구를 보면 어떤 영역을 키워 줄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되어 내 아이의 관심사를 불러일으킬 만한 장난감을 만들기도 한다.


세 번째는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 최근 중학교를 재학 중인 자폐 스펙트럼 장애아이를 키우는 부모님과 맞팔을 하게 되었다. 내가 앞으로 겪을 일들을 미리 겪어본 사람을 만난다는 건 미래를 내다보는 듯한 기분이랄까. 그 아이는 너무나 멋지게 성장해 있어서 더 물어보고 싶은 것도 보고 싶은 것도 많았다.


네 번째는 나의 기록이다. 어쩌면 아이의 기록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어딘가에 내 흔적들을 모아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혼자 일기를 쓰거나 사진첩을 정리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SNS는 내 흔적이 누군가에게 공유가 되고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좋다.


SNS 피드를 볼 때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진다면 그 뒤에 숨겨진 다른 모습들이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SNS에서 물건을 살 때도 단점, 부작용은 어디에도 설명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깨닫고 나면 SNS 속에서도 세상에서 내가 제일 슬프고 힘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제 SNS를 끊지 않아도 되겠다는 마음이 드는가? 그럼 시작해라. 


하지만 중독은 안 된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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