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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리나이 Apr 05. 2019

당신은 얼마나 폭력적인가요

내가 싫으면 남에게도 하지 마세요

다음은 얼마 전 지인과 만난 대화의 내용이다.  



지인 : 7살쯤 되면 어른 하시는 말씀에 ‘네 네’ 할 줄 알아야 하는 거 아냐?

나 : 그럼 언니는 35살 쯤되시면 결혼하셔야 하는 건가요?

지인 : 그게 무슨 상관이야? 어른들 말씀에 당연히 ‘네’ 할 줄 알게 키워야 하는 거 아냐? 학교도 들어갈 건데..

나 : 그럼 어른이 되면 당연히 결혼하고 부모가 되어야 하나요? 나이도 들 텐데..

지인 : 그게 어떻게 당연한 거야? 그거랑 그거랑 어떻게 같은 말이야?





 앞의 대화를 읽은 많은 독자들이 ‘저런 사람이 있어?’ ‘애들한테 그러면 안되지’ 같은 말을 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 많은 ‘어른’들이 쉽게 내뱉는 말들이다. SNS가 자신의 일기가 되고 개인의 개성이 존중되는 현대 사회에 살고 있는 많은 젊은 사람들이 개인주의를 추구한다. 하지만, 예를 들어 상사와 부하가 아니라 직장동료이길 원하다면서 명령을 하고 사람들 앞에서 무시를 한다거나, 팀 내의 수평관계를 원한다면서 신입사원에게는 ‘우리 때는 ~~ 것도 못했어’ 라며 사소한 일들을 제재한다거나.. 모 항공사 갑질 행태를 욕하면서 택배기사님을 하대한다거나..

 비혼 주의, 욜로 라이프를 꿈꾸면서, 어른이 되면 당연히 가족을 이루어야 한다는 기성세대의 보수적인 사고방식과 집단주의적 성향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들은 개인의 자유를 우선시하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외친다. 개인주의라고 하면 타인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며 흘러온 관습이 아닌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가는 사람들을 말한다. 그렇다면 그 개인주의는 자신의 자유만이 중요한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해 <개인주의자 선언-문유석 판사님>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합리적 개인주의자는 인간은 필연적으로 사회를 이루어 살수 밖에 없고, 그것이 개인의 행복추구에 필수적임을 이해한다. 그렇기에 사회에는 공정한 규칙이 필요하고, 자신의 자유가 일정 부분 제약될 수 있음을 수긍하고, 더 나아가 다른 입장의 사람들과 타협할 줄 알며, 개인의 힘만으로는 바꿀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이해 타인들과 연대한다. 개인주의 합리주의, 사회의식이 균형을 이룬 사회가 바로 합리적 개인주의 자들의 사회다. 반면 합리저 개인주의는 공동체에 대한 배려, 사회적 연대와 공존한다. 자신의 자유를 존중받으려면 타인의 자유도 존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톨레랑스, 즉 차이에 대한 용인, 소수자 보호, 다양성의 존중은 보다 많은 개인들이 주눅 들지 않고 행복할 수 있게 하는 힘이다.   -‘개인주의자 선언’ 중 _문유석




여기서 필자가 꼬집어 얘기하고 싶은 것은 자신의 자유를 존중받기 위해서는 타인의 자유도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당장 핫 키워드라고 불리는 비혼, 딩크족, 무자녀와 같은 주제에서는 틀에 박하지 않는 사상을 외치는 개인주의자들이 자신보다 어린아이들에 대해서는 3살에는 말을 해야 하며 5살에는 한글을 배워야 하고 7살에는 어른 말씀에 예쁘고 공손하게 말해야 한다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자신이 집안 어른이나 사회적인 눈들에게 받은 보이지 않은 폭력을 똑같이 아이에게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동물보호 운동을 하며 보신탕을 찾는 것과 다른 게 무엇인가?

 보수적인 집안 어르신들 앞에서는 한없이 약한 약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인생을 소중함을 외치면서도, 자신 앞의 약자인 어린아이들에 겐 폭력을 휘두르고 있지는 않은가? 신체적인 접촉이 있는 물리적 폭력이 아니더라도 획일적이고 관념적인 사고방식을 강요하는 것 또한 폭력의 일부라는 것을 당장 본인들이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보수적인 어르신들에게서 배운 사고방식을 어린아이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물론 기성세대들과는 다른 생각을 갖고 싶지만 평생 보고 자란 부분이 한 번에 바뀌는 것은 아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타인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다만 겉으로 드러나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물론 그 들도 의도적인 태도라기보다는 평생을 보고 자란 문화와 주변 어른들을 자연스럽게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몸에 베여있는 무의식적인 폭력을 떨쳐 낼 수 있는 방법은 끊임없이 약자의 상황에서 생각해보고 공부하고 행동하는 방법밖에 없다. 적어도 근거 없는 틀에 박힌 획일화된 사회가 아닌 개인의 개성을 존중받는 사회에 살고 싶다고 한다면, 본인이 먼저 얼마나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있는지.. 보이지 않는 폭력을 휘둘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누구도 한 명이서 세상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모두가 조금씩 바꿔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당신이 합리적인 개인주의자라고 자부한다면 마지막으로 스스에게 물어보자.



당신은 타인에게 얼마나 폭력적인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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