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은 도깨비방망이가 아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1편에서 보듯 자폐인은 감각 과부하가 걸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형태와 정도가 다르고, 그때 대처방법도 달라질 수 있다. 몽이는 영우와 비슷하게 꼭 안아주거나 물건과 벽 사이에 끼거나 빈백에 들어가는 걸로 해소한다. 몇 번 글에 적은 적이 있듯이 '꾹꾹 눌러주세요"라는 말을 하며 자신을 조절하려고 한다.
감각 과부하의 형태는 다양한데 몽이는 특히 촉각과 청각이 예민하다. 그리고 여름이 되고부터 몽이의 촉각은 심하게 예민해졌다. 촉각이라고 뭉뚱그려 얘기했지만 특히 손이나 몸에 물이 묻을 경우 끝없이 손을 닦거나 '옷 벗어도 돼요?'라고 말을 반복하거나 짜증을 내며 운다. 길을 걷다 발에 땀이 차면 길거리에서 신발을 벗기도 했다.
처음 한두 번은 '밖에서는 신발을 벗지 않아요', '조금만 기다리면 벗을 수 있어'라는 말을 하며 아이의 제재하였다. 사회의 통념상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남편과 나의 사고방식 때문이다. 하지만 몇 번이 넘어가고 며칠이 넘어가자 남편과 나는 심각하게 고민에 빠졌다... 본인은 얼마나 힘들까 어떤 느낌일까 그냥 여름을 지내는 것조차도 이 아이에게 힘든 일인 건가.
특히 여름철 물놀이터에 살다시피 하는 몽이는 45분간의 물놀이 후 휴식시간 15분을 정말 힘들어한다. 물놀이를 하는 시간에는 괜찮은 거보면... 물이 묻었다가 말라가는 감각이 몽이를 힘들게 하는 것 같아 휴식시간마다 물기를 닦고 옷을 갈아입혀주었다.
자폐인들의 50%는 정신과 약물을 복용한다. 자폐스펙트럼의 핵심증상을 줄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감각 과부하나 수면장애, 음식 섭취의 어려움처럼 생활에 지장을 주는 증상들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돌려 말하면 일상을 살아내기 위해서 먹는다. 100%의 증상이 80%만 되어도 약을 꾸준히 복용하기도 하고, 부작용을 겪어 약을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
정신과 약물증 자폐인들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약은 리스페리돈과 아빌리파이다 그나마 부작용이 적기도 하고 소량으로 생활에 지장을 주는 증상들을 완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체중 증가, 점만의 건조증, 몸이 처지거나 몽롱해짐과 같은 부작용이 올 수 있다.
남편과 정말 많이 고민했다. 조금만 더 지켜보자. 조금만 더 알아보자.. 그러다 결론을 낸 건
"몽이가 조금이라도 편해질 수 있다면 정신과 약이라도 어떻겠어"
아이에게 약이 맞는지 맞지 않는지 보려면 일단 먹여보는 수밖에 없다. 많은 선배 엄마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민한 결과였다.
감각통합 선생님이나 몽이가 다니는 소아정신과 선생님은 약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계셨다. 시도해보고 더 힘들어한다면 약을 중단할 수 있으니 시도해보자고 하셨다.
가루로 된 아빌리파이 0.5 mg을 처방받아 집에 오는데 마음이 착잡해졌다. 다시 망설여지기도 했다. 이 약은 누굴 위해 받은 건가.. 내가 좀 더 빠르게 움직여서 샤워하고 나오는 몽이를 닦아주거나, 물놀이터에서 빨리 대처를 해줄 순 없는지 내가 아이의 옆에서 신발에 땀이 차면 발을 닦아서 다시 신겨주면 안 되는지..
그러다 내가 머리가 아파 진통제를 먹듯.. 아이도 정말 약이 필요한 건 아닌가.. 찰나의 순간이라도 피부에서 올라오는 감각에 힘들어한다면 먹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약 복용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건 부모의 감정이 들어가서는 안된다. 오롯이 아이의 모습으로만 판단해야 한다. 객관적으로 봐서 어려운 행동이 있고, 완화시킬 수 있다면 시도해보는 게 맞다.
아빌리파이 복용 2일째. 지금은 아무런 변화가 없다. 보통 2~3주 정도의 적응기가 지나고 변화가 보인다고 했으니 지켜봐야겠다.
약을 먹이고 긍정적인 효과가 하나 생겼다. 예전에 쓰던 '몽이 관찰일지'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는 거!
아무래도 염려되는 부분이 많으니 계속 계속 관찰하게 되고 애정 어린 관심을 받는 몽이도 좋아하는 것 같다.
힘든 여름을 보내는 몽이를 엄마가 지켜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