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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리나이 Jan 24. 2022

평범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평범한 대화] 유인비



평범, 보통, 정상..


글을 쓸 때마다 주저하게 되는 단어들이다. 진정한 평범함이라는 것이 있을까. 단지 다수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거나, 편차의 끝부터 끝까지 모두 더해 개수로 나눠버린 평균 같은 것들이지 않을까. 그렇다는 건 '평범'이란 한 범주로 사람들을 묶기 위해서나 한 단어로 표현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가공된 수치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은 너무나도 유명한 ‘말아톤’의 초원이 와 중원이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작가님은 장애 형제를 가진 비장애 형제로 자신을 ‘중원이에 비유하셨다. 아무도 중원이를 기억하지 못할 거라고.. 하지만 나와 남편이 큰 아이의 장애를 받아들이고 작은 아이가 태어나면서 장애 비장애 형제의 이야기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말아톤을 보면서도 '중원이'이의 가려진 아픔에 눈물을 흘렸다.

 작가님께, 그리고 세상 모든 ‘중원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우리가 기억하고 있다고. 잘 자라줘서 고맙다고.


발달 장애인의 비장애 형제는 외동의 단점과 형제자매의 단점을 다 가질 수밖에 없는 자리인 것 같다. 외동이 아니면서 외동처럼 살아가야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장애가 있는 형제에게 다 양보해야 하고, 인내해야 하고 심지어 그 형제를 돌보는 일도 함께 해야 하는데, 부모의 기대에는 홀로 부응해야 하니 말이다. _평범한 대화


 부모인 그리고 어른인 나조차도 아이의 장애를 받아들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사실 지금도 버거울 때가 있다.)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지만 어린아이가 함께 성장해야 하는 형제의 장애를 받아들이는 데는 많은 상처와 아픔이 바닥을 다지고 나서야 가능하지 않을까.


비 장애 형제들의 이야기 ‘나는’에서 아픈 동생을 엄마가 정말 사랑하는 모습을 봐서 자신도 동생을 정말 사랑해줘야 하는 줄 알았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내가 부모로서 큰 아이를 존중하고 가르치고 사랑해 준다면 둘째도 형을 사랑해야 하는 존재 그래서 스스로 도와주고 싶은 존재가 되지 않을까.


 둘째가 말을 곧잘 하기 시작하고 의사표현이 가능해지면서 하는 행동들이 내가 아픈 아이를 너무 감싸서 또는 내가 아픈 아이를 혼내는 걸 보여줘서 동생이 형아를 막대 하는 건 아닐까 고민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건 둘째의 성장과정의 일부였고 다른 아이들도 형이나 누나와 싸우고 다투고 질투하며 성장하는 것을 보았다. 어쩌면 아이의 평범한 성장을 내가 왜곡해서 보게 될 수도 있구나.. 조금 더 투명한 엄마가 되어야겠다.

 

 남편과 종종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하곤 한다. ‘군대, 결혼, 연애, 재산분할 등등’ 그중 우리가 꼭 지켜야만 하는 원칙 같은 것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절대 둘째에게 큰애에 대한 책임을 맡기지 않을 것.’이다. 둘째는 큰애를 위한 존재가 아니라 그냥 사랑하는 나의 둘째 아들이고 본인의 인생이 있다. 서로 돕고 의지하는 정도가 아니라 책임이 된다면 그건 둘째의 인생을 내가 마음대로 휘두르는 것이다. 작가님의 삶의 많은 부분을 동생이 차지하고 있고, 연애, 결혼과 같은 만남에도 영향을 주는 일은 정말 안타깝다. 엄마로서 그리고 같은 여자로서 정말 다독여 주고 싶다.


 평범한 가정에는 수많은 평범하지 않은 일들이 일어난다. 어쩌면 장애 형제를 가졌다는 건 그 평범하지 않은 일중 하나이지 않을까. 내 삶이 작가님의 삶이 평범하다, 그렇지 않다고 섣부르게 정의를 내리지 않고 그저 나답게 살고 있지만 평범하지 않은 일이 일어났고, 누구에게나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있다고. 그렇다고 내 인생이 작가님의 인생이 마냥 슬프거나 고되진 않다고 전하고 싶다.



이 글은 출판사로 부터 도서 협찬을 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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