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담임선생님과 친구가 된다는 건

-읽는 라디오

by 하쿠나 마타타

오프닝

친구

1.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

2. 나이가 비슷하거나 아래인 사람을 낮추거나 친근하게 이르는 말. (출처:네이버 어학사전)


어학사전에 나온 대로라면 친구의 범위는 상당히 넓어 보입니다. 나이가 비슷하거나 아래인 사람은 아주 많으니까요. 어디서건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기회가 있다는 것도 참 좋습니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무서운 말도 있지만, 그래도 친구가 있어서 행복한 하루가 아니었을까요?



음악

-박효신 (친구라는 건)

친구라는 건 (with 김범수)



사연

<안녕하세요. OO어머님! 우리 OO이의 입상 소식을 오늘 들었습니다. 너무 대견하고 제가 다 벅차더라고요. 그간 얼마나 고생했을지 알 것 같아서 정말 기특하네요. OO이랑 시간이 안 맞아서 보기가 어렵더라고요. OO 이에도 축하하는 마음 전달부탁드릴게요^^>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 한통의 문자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축하문자이기에 답장을 해야 하는데 누구인지는 정확히 모르기에 조심스러웠습니다. 아이가 핸드폰이 없기에 제 번호로 축하 문자를 보냈다는 걸로 봐서는 선생님 중 한 분일 거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생각나는 분이 작년 아이 담임선생님일 듯했습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축하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죄송한데 제가 번호가 저장이 안 되어 있네요. 이렇게까지 문자를 보내주실 정도라면 저랑 OO 이를 잘 알고 계실 분인데... 혹시 OOO선생님이실까요?>라고 보냈습니다.


<아, 맞아요. 어머님 제가 신나는 마음에 저를 안 밝혔어요^^> 온 답장에 궁금증도 해결되고, 조심스럽게 여쭈었지만 실례가 되지 않아서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작년에는 선생님께서 전화번호를 공개를 하지 않으시고, 안심번호로 연락을 취하는 바람에 번호가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이 선생님의 딸들과 저희 아이가 잘 지내고 있기에 선생님과의 만남은 쉽게 이뤄졌습니다. 정작 담임선생님으로 계실 때에는 얼굴 뵙기가 힘들었는데, 1년이 지난 시점에 아이가 인연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제가 작년에 아이를 예뻐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커피 한잔이라도 사드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고 하셔서 그럼 각자 계산하는 걸로 타협하고 커피숍에 마주 앉았습니다.

신분은 작년 담임선생님과 학부모이기에 결국 아이의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궁금했습니다. 학교에서의 아이 모습이. 그래서 궁금한 모든 걸 쏟아내면서 물어봤습니다.

작년에도 아이로 인해 형식적인 문자로 연락을 했지만 이렇게까지 세밀하게 들을 기회는 없었으니까요.

선생님께서는 저희 아이를 정말 예뻐하시고 아끼는 게 너무 느껴졌습니다. 딸들이 저희 아이랑 뭘 한다고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OK를 할 정도라고 하시는데 엄마인 저로서는 최고의 칭찬을 들은 듯했습니다.

아이의 학교 생활에 대해 전부 이야기를 해주시고는


"사실 어머님, 저도 궁금한 것이 있는데요. OO 이는 집에서 어떻게 교육시키세요? 저도 딸들을 키우지만

OO이가 항상 궁금했어요. 집에서 어떤 교육을 시키기에 이렇게 반듯한 아이로 자랄 수 있는 건지?"


순간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제 버킷 리스트 중 하나가 실행되는 순간이었거든요.

저는 아이의 성적보다는 인성을 중시하는 사람입니다. 아이와 부모님보다 더 오랜 시간 함께 있는 초등학교 담임선생님께서 아이의 진가를 알아봐 주시는 마음으로 "아이를 어떻게 키우세요?"라는 말을 듣는 것이 저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거든요.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거지만 저에게는 중요한 거였거든요. 외동으로 키우지만 함께 사는 세상이기에 외동티를 내지 않게 키우면서 늘 전전긍긍했던 부분이라 더 그랬습니다.


이렇게 아이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호구조사가 되었는데 동갑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생일까지도 비슷한. 동갑이 주는 친근함은 누구나 한 번쯤은 받아 보셨을 겁니다. 제 아이를 예뻐해 주시는 같은 학교 선생님이 저랑 친구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물론 말은 놓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친구지만.


현재 아이의 학년과 다른 학년을 맡고 계시기에 더 편한 사이로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딸들과 저희 아이는 모두가 다른 학년이지만 성향이 비슷해서인지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학년도 다른데 어떻게 이렇게 친해졌을까 싶었는데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눌수록 친해질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구나 싶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중시하는 게 저랑 아주 많이 겹쳤습니다. 집에서 그런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잘 맞아 잘 지낸다는 건 어쩜 당연한 일이겠지요?


내년에 전근을 가실지, 1년 더 계실지는 잘 모르는 상황이라

"선생님, 1년만 더 계셔주시면서 저희 아이담임 해 주세요."라고 했더니

"6학년은 싫은데 우리 OO이 담임은 하고 싶네요."라고 말씀해 주셔서 끝까지 감동이었습니다.


이렇게 첫 만남 이후로 거림 낌 없는 친구 사이는 아니지만 간간히 연락을 하고 얼굴을 보고 커피를 마셨습니다. 물론 더치페이로요.

아이들은 셋이서 게스트 하우스를 빌려 파자마 파티도 했습니다. 아이의 전국대회 수상으로 제가 주는 보상이었거든요. 제 아이가 좋아하는 언니와 동생이기도 하고, 제 아이를 예뻐해 주시는 선생님의 딸들이기에 저 역시 그 아이들이 사랑스러웠습니다. 선생님께서 비용을 주신다고 하셨지만 이건 선생님과 연결된 인연이 아닌 아이가 만든 인연이니 제가 아는 이모로 부담하는 것이라 몇 번의 설득 끝에 아주 저렴한 게스트 하우스 비용을 결제했습니다.


비록 동갑의 친구지만, 막역한 사이가 될 수 없는 친구, 그래도 마음만은 통하는 친구라고 감히 말해봅니다. 이 소중한 인연이 오래가길 바라고 또 바라봅니다.



음악

-싸이 (어땠을까)

싸이(PSY) - 어땠을까 (Feat. 박정현) [가사/Lyrics]



클로징

친구인 듯, 친구 아닌, 친구 같은 아이의 선생님을 사회에 나와서 다른 곳에서 만나서 친구가 되었으면 어땠을까 궁금해집니다.

일하는 회사에서 만난 동갑이었다면?

아이의 친구 엄마로 만났으면?

지금의 기분으로 만날 수 있을지 정말 궁금해지는 관계네요.

그래서 지금의 관계가 더 소중하다는 걸 느낍니다.

오늘도 수고 많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큰 행복을 만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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