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라디오
오프닝
누구에게나 하루 24시간은 동일하게 주어집니다.
이 세상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이 시간이라는 뜻이겠지요.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을 보내는 과정은 어떨까요?
음악
-여자친구 (시간을 달려서)
여자친구(GFRIEND) - 시간을 달려서 (Rough) [가사/Lyrics]
사연
태어났을 때부터 불공평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건 인정하기 싫지만 사실입니다.
그 불공평함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자주 하면서 답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합니다. 답을 찾고 나서도 행동에 옮기는 가운데 또다시 마주하는 불공평함 속에서 주저앉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을 겁니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소수의 사람과 비교하는 것도 아니고, 가까이 있는 사람과 내가 놓인 상황을 비교하면 언제나 작아지는 건 저라는 사실에 많은 좌절을 했습니다. 아니하고 있습니다.
어른이 되면 다 괜찮을 것 같았고, 다 누리고 살 것만 같던 동화 같은 세상은 저에게는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불행한 삶을 살고 있는 거 같지도 않은데 자꾸만 제가 가지지 못한 것만 보게 됩니다.
어제 연락온 친구의 삶을 봤습니다. SNS를 하지 않기에 카톡의 프로필사진과 배경화면으로 유추했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배경화면 속의 친구는 적어도 물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게 많은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으로 시간과 여유가 있음을 짐작했고,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에 남편에게 명품가방을 하나씩 받는 듯 보였습니다. 아이 친구 엄마들과 분위기 좋은 브런치 집을 탐방하며, 아이의 바이올린 대회에 꼭 참여시키는 엄마로 느껴지는 여러 장의 사진이 있었습니다.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지만 친구가 올린 사진으로 저 혼자 유추를 하며 많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친구는 공부를 잘하는 친구는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노는 걸 좋아하는 친구도 아니었습니다. 수업시간에 딴짓을 하지 않지만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이해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질문하면 엉뚱한 대답을 하던 친구였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때는 말이죠.
그 뒤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어제 전화를 받고 가장 궁금했던 것이 제가 기억하는 친구는 공부에 관심이 없었는데 엄마가 되어서 관심을 갖고, 그 관심으로 25년 넘게 연락하지 않던 친구에게 연락을 용기 내어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와 헤어진 뒤, 어떤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했습니다.
남편의 벌이가 좋아서 아이의 학업에 관심을 쏟는 것인지,
아니면 고등학교 2학년 이후 각성을 해서 공부를 열심히 하거나, 자신의 분야에서 크나큰 성취감을 느껴서 그 성취감을 아이에게 느끼게 해 주고 싶은 것인지......
그 어느 것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제 삶을 반추해 보았습니다.
저는 아주 수동적인 사람입니다. 시키는 건 최선을 다 하며, 그 속에서 성장을 꿈꾸는 사람입니다.
저는 6살 때부터 제 인생이 기억이 나는데 그때부터 그러고 있었습니다.
하지 말라는 어른들의 말씀을 거역하지도 않고, 학교 갔다 오면 숙제부터 해야 된다는 아주 단순한 규칙을 어른들께서 말씀하시면 그걸 아무 거부감 없이 수행했던 아이였습니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같은 건 없었습니다. 착한 아이로 인정받기 위해서 그런 게 아니라 그게 진리라고 생각했기에 반감 없이 했으니까요.
그렇게 저의 시간은 수동적인 삶 속에서 하나씩 생겨나는 루틴으로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제 연락 온 친구에게 어떠한 정보를 들은 것이 없는 상황에서 본 사진 몇 장이 궁금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친구는 어떤 시간을 보내면서 그 보낸 시간의 농도의 깊이가 어땠는지, 그래서 지금 누리는 것인지가 궁금하고 또 궁금했습니다. 확인할 길이 없는 궁금증으로 남습니다.
묻지 않는 건 돌아오는 대답이 제가 생각한 게 아니면 더 실망스러울 것 같아서 묻지 못합니다.
그냥 열심히 산 친구의 보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제 마음이 편하기에 그걸 택하기로 했습니다.
음악
-에릭 (세월의 흔적 다 버리고)
세월의 흔적 다 버리고(with Lyn) - 에릭 | 가사
클로징
알아서 도움이 될 수도,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알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모릅니다.
그런데 알기 전보다 알고 나서 더 힘든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비겁하지만 이번에는 눈 가리고, 귀 막는 방법을 택한 저로 남겠습니다.
오늘도 수고 많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많은 행복을 만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