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왜 연락한 거니?

-읽는 라디오

by 하쿠나 마타타

오프닝

갑자기 연락이 오는 사람이 있다면 반가움이 먼저 드시나요?

아니면 무슨 일로 나에게 연락을 한 걸까? 의심부터 하게 되나요?

과거의 나와의 인연을 곱씹게 됩니다.

연락받은 사람의 고민의 시간보다 연락을 한 사람의 말투로

나를 생각해 준 것이 고마움으로 남게 되는 연락인지,

아니면 내가 필요해서 한 연락인지는 금방 알게 됩니다.

왜 연락을 한 것인지.



음악

-제이워크 (Suddenly)

제이워크(J-Walk) Suddenly (가사 첨부)



사연

고등학교 때의 친구가 갑자기 연락이 왔습니다. 계속 연락을 하다가 끊긴 친구도 아니라서 솔직히 당황스러웠습니다.

저는 핸드폰이 고 3 때 생겼습니다. 오늘 연락을 받은 친구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 친구였습니다,

친하게 지냈던 친구는 아니지만 이름을 들으니 바로 기억이 났습니다.

저한테 연락을 하고 싶어서 연락 닿는 친구 3명을 거쳐서 연락처를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말로는 그냥이라고 했지만 목적이 분명하게 있었음을 알게 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아이의 교육에 관해서 묻고 싶은 게 많았던 것입니다.


3년 전쯤 제가 갑자기 생각나서 친구들에게 제 연락처를 물어서 알게 되었는데 막상 연락처를 받고 나니 연락을 하는 게 맞나 싶었다고 합니다. 연락처를 저장만 해 놓았고, 아주 간간히 바뀌는 카톡 프로필 사진으로 저의 근황을 혼자서 염탐했다고 합니다.(친구의 말을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자주 바꾸는 프로필도 아니었지만 저의 프로필을 보고 연락을 했다는 말로 바로 간파가 되었습니다.


남들 보라고 한 자랑보다는 아이에게 너의 수고가 이렇게 값지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아이가 받아온 상장과 결과물을 모아서 사진을 찍어 배경화면에 해 놓은 걸 보면 궁금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연락하는 주변인들은 사진을 바뀔 때마다

"이번에 또 OO이가 OO이 했네. 못하는 거 없이 다 잘하는 엄마라서 얼마나 좋아."라고 하는 말은 많이 들었습니다.

아이는 인정 욕구와 성취 욕구가 강한 아이다 보니 자신이 성취하기 위해서 아이답지 않게 많은 노력을 합니다. 엄마인 제가 봐도 대견한 부분입니다.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세운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모습이 말입니다.

다행히도 노력은 배신하지 않고 아이에게 보상을 해줍니다. 아직까지는 그렇습니다.


학교에서 치러지는 대회뿐 아니라 전국대회, 영재원의 합격과 영재원에서의 우수학생 선발까지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었습니다. 받아온 상장을 한 학기에 한 번씩 찍어 올리는 것이 아이를 격려하는 저만의 방법입니다.

그 사진을 보고 연락을 했다고 하니 왜 연락을 한지 알 거 같았습니다.


친구는 솔직했습니다.

"네 아이는 어떤 교육을 어떻게 시켜? 나는 내가 교육에 관심이 없어서 많이 못 시키네."라고 운을 떼면서

초등학교 2학년인데 영어, 수학 학원, 태권도, 그리고 미술, 바이올린을 가르친다고 했습니다.

'헉!!! 관심이 없는데 5개의 학원을 보낸다고?'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사람마다 기준이 다른 거라고 생각하면서 진심을 내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묻더라고요. 저보고 아이 교육 어떻게 시키냐고?


그래서 저는 "정말 하는 거 없다.

6살 때부터 줄넘기 학원을 쉬지 않고 보낸 게 사교육의 전부이다. 혼자서 집공부를 한다. 기본적으로 독서를 좋아하는 아이라 책 읽는 시간을 확보해 주고, 학교에서 배운 거 복습위주로 하고, 수학은 1년 정도 선행을 하고 있다. 우리 아이는 속도를 낸 것이 아니라 6살 때부터 아주 적은 분량이지만 매일 하는 루틴 공부를 지금까지 단 하루도 쉬지 않고 했기 때문에 1년 정도의 선행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이다."라고 말했지만 믿지 않는 눈치였습니다.

어떻게 쉬지 않을 수가 있냐, 집공부를 하는데 어떻게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오냐라면서 제가 뭔가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눈치였습니다.


억울하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아이의 공부에 대해 물어온 사람에게 대답을 해주면 대부분 이렇게 반응이 나왔으니까요. 처음에는 억울했지만 지금은 그냥 그런가 보다 생각합니다.

나는 있는 그대로 다 말했지만 믿고 안 믿고는 듣는 사람 마음이니까요.

이 친구도 그런 사람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니 불편함도 없었습니다.

뭔가 대단한 비법이 있는 줄 알고 용기 내서 연락을 했을 텐데 기대와는 다른 답변이 나왔으니 친구도 당황스러웠겠지요.


저는 떳떳합니다. 정말 한치의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사실 그대로 말했으니까요.

저의 답변이 실망스러웠는지 서둘러서 끊으려 하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통화하자는 형식적인 말을 하고 끊었습니다. 저는 압니다.

이 친구가 저에게 다시 전화할 일은 없을 거라는 걸.

그게 어떤 마음인지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기에 너무도 잘 아는 마음입니다.

25년이 넘는 시간이 우리의 상황과 입장이 많이 바뀌었음을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음악

-김조한 (날 믿어줘)

[Lyric Video] 김조한 (Johan Kim) - 날 믿어줘



클로징

제 아이가 아직 큰 결과물이 나온 건 아니라서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누군가 물으면 솔직히 대답합니다.

본질에 충실하고 있다고, 기초 공사를 튼튼하게 하고 나서 학업에 매진해도 늦지 않는다는 걸 믿는다고.

그 말을 믿어주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도 압니다. 다음번에 누군가 또 물어오면 여전히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이게 제가 믿는 진리 중 하나이니까요.

오늘도 수고 많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큰 행복을 만드세요.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