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라디오
오프닝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인생의 위로를 받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내면에서 듣고 싶었던 말을 누군가에게 들었다는 것 자체가 위로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게 저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감동은 배가 되겠지요.
그런 기적 같은 일이 저에게도 일어났던 하루였습니다.
음악
-권진아 (위로)
(2) 권진아(Kwon Jin Ah)-위로(Consolation)/멜로가 체질 OST Part 1 - YouTube
사연
목표가 독서 모임 진행자 양성을 위한 강연과 실습을 겸한 토론회에 두 번째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의견을 듣기 위해서 강연자 님께서 랜덤으로 팀을 지정해 주시고, 중간중간에 다시 팀원을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아는 분이 전혀 없는 분들과 책을 매개로 질문과 답변을 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두 번째인데 오늘 처음 오신 분과 배정이 되면서 처음으로 토론을 하게 되었습니다. 주제가 방대하기는 했지만 가장 오랜 시간으로 할애된 부분이 ‘가족’이었습니다.
‘가족’이라고 하면 누군가에게는 가장 소중하고, 누군가에게는 애틋하고, 누군가에게는 아프고, 누군가에게는 그리울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복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정의될 수 없는 게 가족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복잡합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가족은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습니다. 저희 원가족은 모든 걸 희생하신 엄마는 가장 애틋하고, 인생에서 본인이 가장 중요하기에 가족들에게 상처를 준 아빠를 생각하면 아프고, 그 아팠던 기억을 지우고 싶습니다. 저의 근본인 엄마와 아빠에 대한 기본 감정이 사랑이 아닌 다른 걸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을 고백하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엄마, 아빠를 이해하기 위해서 공부도 많이 했지만 이론과 적용은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부분은 머리로는 알겠지만 가슴으로 와닿지 않는 부분이 있었고, 또 어떤 부분은 가슴으로는 정말 공감하지만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던 부분이 많았습니다. 가족이라 더 그랬습니다. 이해하지 못하는 저를 마주하면서 제 역량 부족이다 싶어 죄책감마저 들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엉켜있는 감정의 실타래를 풀고 싶어 여전히 공부를 하고, 책도 많이 읽고, 무의식을 깨워보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노력에 비해 나오는 행동은 너무도 하찮습니다. 희생의 아이콘으로 등극하신 엄마를 같은 여자로 보면 애처롭기 그지없어서 화가 날 때가 많습니다. 양가감정이 저를 힘들게 하면서 나오는 말이 퉁명스럽고, 여전히 본인이 가장 소중하신 아빠를 볼 때면 어릴 적 받았던 상처가 고스란히 떠올라 표정마저 굳을 때도 있습니다.
제가 만든 가정은 그런 아픔을 보상해 주듯 잘 지내고 있습니다. 너무 극과 극에서 만나는 가족이다 보니 때로는 서로 섞여 중간쯤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암튼, 평범하지 않은 저의 가족 이야기를 다 듣고서는 조용히 등을 두드려주시며, “그런 감정 다 괜찮아요. 충분히 잘했고, 잘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최소한으로 할 수 있는 것들만 해도 괜찮아요. 원가족도 소중하지만, 지금 옆에 있는 남편과 아이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도 아까운 시간이라고 생각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아요. OO 씨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어요.”라고 해주셨습니다. 처음으로 뵌 분이 해주신 말과 행동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토론 중에 한참 동안 눈물이 멈추지 않아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감동은 글을 쓰는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음악
-김광석 (너에게)
(2) �너에게.. - 김광석 - (가사有) - YouTube
클로징
내일 또 엄마, 아빠를 생각하면 어떤 감정이 들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다만 오늘 들었던 “할 수 있는 것들만 해도 괜찮아요.”라는 말을 생각하면 당분간은 위안이 될 것은 확실합니다. 그 기간이 조금 오래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수고 많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많은 행복을 만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