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라디오
오프닝
눈앞에 보기 싫은 광경이 펼쳐진다면
혹은, 시련이 닥친다면 어떤 선택을 하나요?
그 선택에 후회는 없나요?
음악
-조성모 (상처)
사연
어디서 들었는지, 읽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문구의 내용은 분명히 기억나는 게 있습니다.
내 앞에 보기 싫은 일이 일어난다면
할 수 있는 일이 세 가지가 있어.
첫째는 눈을 감는 거고,
둘째는 눈을 뜨고 계속 지켜보고,
마지막은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는 거야.
제가 힘든 상황에 처하고, 선택해야 하는 순간을 마주한다면
항상 생각이 납니다. 지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어떤 건지.
늘 같은 선택은 하지 않았습니다.
일의 경중에 따라 선택은 달랐고,
상황에 따라도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만족도는 달랐고, 후회가 되는 선택도 많았습니다.
작은 일부터 큰 일까지 그 어느 것도 쉬운 게 없는 인생입니다. 그 속에서 좌절과 성장은 피할 수 없는 것이고요.
태생부터 겁이 많았던 저에게 남편이 뜻하지 않은 곳에서 고백했던 게 가끔은 우습지만, 그래도 힘이 되기도 합니다.
아이가 3학년이 돼서 롯데월드에 가더니
전에 타보지 않았던 걸 가리키면서
타자고 했습니다. 무서워 보이지만 재미있어 보인다고.
저는 놀이기구에 대한 공포는 크게 느끼지 않아서
"그래"라고 했지만 복병은 남편이었습니다.
해병대까지 나왔으면서 놀이기구는 못 타겠다고 하는 게
너무 웃겼습니다.
두 모녀가 사정사정해서 결국 놀이 기구에 탑승을 했고,
남편은 웃고 있었지만 웃는 게 아니었습니다.
높이 올라가서 잠깐 멈추는 사이에 남편을 슬쩍 봤더니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지만 중얼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아주 짧은 시간에 극강의 공포를 맛보고 내려와서
우리 셋은 실성한 사람들처럼 웃고 있었습니다.
무서웠지만 끝났다는 안도감에.
한참을 웃고 남편에게 물어봤습니다.
뭐라고 중얼거렸냐고. 그랬더니
"괜찮아, 안 죽어. 안 죽어. 안 죽어."라고 했다고 해서 옆에 있던 아이마저 박장대소를 터뜨렸습니다.
남편은 무섭거나 힘든 일이 있으면 '괜찮아, 안 죽어.'를 주문처럼 외운다고 합니다.
그러면 무섭거나 힘든 감정이 줄어든다고. 본인이 살려고 만든 방어기제 같은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때는 상황이 웃겨서 한 참을 웃었는데 가끔은 남편이 선택한 방법도 꽤 괜찮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눈을 뜨고 마주하면서 돌파하는 방법이라 생각하니 무서움이 반감되는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태생부터 겁이 많은 제가 완전히 해소가 된 건 아닙니다.
다만, 마지막이다 싶은 순간에 '괜찮아, 안 죽어'를 외치면 아직 살아 있음에 감사하면서 한 시름이 놓고, 죽지 않았으니 다시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이 듭니다.
아주 우스운 상황에서 들은 말이지만 가끔은 저를 위로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런 마음으로 살면 겁쟁이 저도 눈 딱 감고 한 발은 더 내딛을 용기가 생깁니다. 마흔이 넘어서도 무서운 건 여전히 무섭고, 잃을 것이 더 많아지다 보니 겁이 더 내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지만 남편에게 배운 '괜찮아, 안 죽어' 정신을 치트키로 쓰면서 조금이라도 성장을 하고 싶습니다.
음악
-캔 (내생에 봄날은...)
캔(Can) - 내생에 봄날은... [가사/Lyrics]
클로징
항상 웃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말하는 남편이 가끔은 어린애 같아 보입니다.
그래도 저에게 혹은 집에 무슨 일이 생기면 의젓하게 해결하는 남편을 보면 가장은 가장이구나 싶기도 합니다. 가장의 무게가 무거우면서도 티를 내지 않고 묵묵히 버티고 있는 남편이 새삼 고맙습니다.
회사에서 하루에도 열두 번도 넘게 속으로 '괜찮아, 안 죽어'를 외치면서 버티고 있겠지요.
그런 남편이 있어서 제가 이런 글도 쓸 수 있다는 걸 압니다. 그래서 더 고맙습니다.
오늘도 수고 많았고, 내일은 더 많은 행복을 만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