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라디오
오프닝
멍 때리는 시간은 뇌가 잠깐 쉬는 시간이라고 합니다. 너무 과하게 쓰다 보니 스스로 쉬어야 한다는 신호에 반응한 거라고 합니다. 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함이죠.
그런 소중한 시간은 꼭 필요합니다.
나를 위해서.
음악
-김버거 (잠시 쉬는 것뿐이야)
사연
아로마 테라피가 심신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다이소에서 저렴하게 구입한 용품을 집에 가져와서 초에 바로 불을 켰습니다. 처음은 향에 민감한 저는 오일 조절에 실패했습니다. 그 향을 맡고 나온 남편은 좋다고 합니다. 같은 향이라도 다르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집이 우리 집입니다.
남편이 향이 좋다고 해서 바로 남편의 책상 위로 옮겨 놓고 저는 그냥 초만 다시 켰습니다.
흔들리는 촛불에 시선이 자꾸 갔습니다. 처음에는 흔들렸지만 이내 안정을 찾았습니다. 그런 초의 불꽃을 계속 보고 있다 보니 멍해지는 게 느껴졌습니다. 생산적이도 않은 쓸데없는 생각도 아니고, 당장 해야 할 일을 순서대로 정리하지도 않고, 읽어야 할 책이나 읽었던 책의 내용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롯이 촛불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그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더 보게 되었습니다.
잠깐이지만 불멍을 한 것입니다. 머리가 맑아짐을 느꼈습니다.
쉬지 않고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뇌가 문득 안쓰러웠습니다. 저는 쓸데없는 생각도 많이 하고, 스스로가 걱정봇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걱정도 많이 합니다. 그러니 저의 뇌는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있는 걸까요? 좋은 생각을 해도 많이 하면 힘든데, 쓸데없는 생각이나 우울한 걱정을 하고 있는 저의 뇌가 불쌍했습니다. 그래서 잠깐 쉬고 싶었나 봅니다. 그리고 바로 반응을 했나 봅니다.
많은 사람들이 말을 합니다.
"더 많이 노력해야 된다.
너의 커리어를 쌓기 위해서는 쉬어서는 안 된다.
원하는 걸 다 하면서 살 수는 없다.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면 더 열심히 달려야 한다.
한 번 뒤쳐지면 따라잡기 힘들다.
뒤쳐지는 순간 루저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닙니다.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건.
그런데 오늘은 이 많은 말들을 뒤로 한채 저의 내면이 하는 소리를 들어줬습니다.
잠깐 쉬는 것도 괜찮다고. 조금 뒤처져도 괜찮다고.
이루어 놓은 거 없어도 사랑하는 가족이 내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불멍을 하면서 편안해지면서 드는 생각이었습니다.
이렇게 제가 저를 위로하고 싶었나 봅니다.
그러면서 다시 에너지가 충전되었습니다.
음악
-god (촛불하나)
클로징
아닌 척해도 저도 힘들었나 봅니다. 그래서 아주 잠깐의 시간 동안 뇌가 쉬고 싶었나 봅니다.
그 시간이 저를 위로해 주어서 좋았습니다. 자주 이 짧은 순간을 가져봐야겠습니다.
오늘도 수고 많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큰 행복을 만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