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어렸던 팀장님은 어떻게 됐을까?

-읽는 라디오

by 하쿠나 마타타

오프닝

"나도 아직 덜 컸쪄."

'폭싹 속았수다'에서 애순이의 든든한 아군 해녀 이모 3인방 중 가장 큰 이모, 박충수가 한 말이다.

나이가 70이 넘어도 아직 덜 컸다고 말한다면 우리는 언제 다 크는 걸까요?



음악

-송하예 (니 소식)

송하예 - 니 소식 / 가사



사연

월요일은 혼자서 마음이 급합니다. 누가 재촉하지 않는데도 혼자서 처리해야 할 일들을 떠안고 끙끙댑니다. 그렇게까지 한다고 해서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문득 첫 직장의 팀장님이 생각났습니다. 일적으로 너무 많은 걸 배우고, 개인적으로도 친분이 좋았던 팀장님이셨습니다. 회사에서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티를 내지 않는 모습이 의아해서 물어봤더니 "남들이 알아주지 않으면 어때? 내 실력이 더 나아지고 있다는 걸 내가 느끼면 되지."라고 쿨하게 말씀해 주신 게 너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말의 뜻을 이해한 제가 이뻐 보이셨는지 저에게도 많은 걸 가르쳐 주셨습니다. 제 능력이상으로 하는 일이 많았지만 그래도 그 속에서 배우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회사일이 재미있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늘 재미있었다면 거짓말이고요.

일을 배우면서 가장 먼저 출근해서 가장 늦게 퇴근하는 사원이라는 소문이 나다 보니 열심히 하는 직원이 되어있었습니다. 사실 출근은 여의도까지 가는 5호선은 언제나 붐비기에 아예 이른 아침에 나온 것이고, 퇴근은 팀장님이 잡고 계셔서 늦어진 것입니다. 제가 일을 하기보다는 팀장님께서 하시는 일을 지켜보고 팀장님 끝나시면 같이 저녁을 먹자고 해서 기다린 날이 더 많았습니다.

상황이 어쨌든, 제가 직접 일을 하지 않아도 옆에서 팀장님의 업무를 보다 보니 일반 사원선에서 하는 일보다 더 많은 일들을 알게 되었고, 어려운 것들에 자꾸 부딪치다 보니 내성이 생긴 것인지 저의 주 업무가 쉽게 느껴진 적도 있었으니 꼭 회사에 오래 있어서 나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팀장님은 기다려서 고맙다고 맛있는 밥을 사주셨고, 저는 스타벅스 커피를 샀습니다. 그러면서 스타벅스에서는 같은 음료더라도 시럽의 양을 추가하거나 빼면 더 맛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스타벅스에서의 알바했던 이야기뿐이라, 더 어릴 적 이야기도 많이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적으로 친해졌습니다.

다른 동기들은 팀장님들이 어렵고, 무섭다고 해서 퇴사까지 한 동기도 있었는데 저는 팀장님이 너무 좋았습니다. 존경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저보다 8살이 많은 팀장님을 보면서 나도 8년 뒤에 우리 팀장님처럼 멋진 커리어우먼이 되겠다고 다짐도 했으니까요.

생각해 보니 팀장님의 나이가 지금의 저보다 한참 어렸는데 그때는 정말 하늘 같았습니다.

무슨 일이든 막힘없이 척척해 내시고, 설사 막혔다 해도 다른 방법을 반드시 찾아내고, 자신의 공을 앞세우기보다 함께 했다고 해주시는 점도 멋있었습니다.

함께 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사적으로 친해져서 같이 여행도 다녔고, 공유하는 것도 많았습니다. 둘 다 남자친구가 없었으니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저의 개인적인 사정상 다른 회사로 옮기게 되고, 저의 이직에도 "우리 회사로 생각하면 널 보내는 게 아깝지만, 친한 언니로서는 축하한다."라고 쿨하게 반응해 주시던 분이셨습니다.

이직 후에도 주말이면 자주 만났고, 결혼하면서도 간간히 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

그런데 만남의 횟수가 줄어들면서 심리적 거리감도 멀어지고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겼습니다.

물론 지금도 핸드폰에 전화번호는 저장이 되어 있지만 연락을 하지 않습니다. 공감대도 없고, 상황도 많이 달라졌다는 걸 핑계로 댑니다.


오늘 문득 지금의 저보다 어렸던 팀장님의 모습이 생각이 났습니다. 멋지게 일처리를 하는 모습을 보며, 팀장님 같은 멋진 커리어 우먼이 되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한 저도 보았습니다. 시간이 많은 걸 변하게 했나 봅니다.

저는 아직 덜 컸고, 멋지지 않은데 결혼은 하셨는지, 계속 멋지게 살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음악

-거미 (지금 행복하세요)

Be happy now (지금 행복하세요)



클로징

인간관계도 유효기간이 있다고 하는데 그 말이 맞나 봅니다. 팀장님과의 지냈던 시간은 분명 참 좋았는데 그걸 유지하지 못하고 과거형으로 말하는 걸 보면요. 그래도 이런 좋은 추억이 있어서 버틸만합니다.

어디서 건 팀장님께서 행복하시길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 많았고, 내일은 더 많이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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