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라디오
오프닝
많이 비싼 것도 아니지만 선뜻 사지 못하는 물건들이 있습니다. 사면 잘 쓸 거라는 걸 알면서도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이 있기에 사지 못하는 이유가 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눈이 가고, 사고 싶다는 마음이 사그라들지 않으면 결국은 삽니다.
내 손에 들어오기까지가 시간이 걸렸을 뿐, 결국 내 것이 될 것을 알고 있었는데.
그런 물건들이 있나요?
음악
-2am (내꺼였는데)
사연
스타벅스에서는 텀블러는 이용하면 별 하나를 더 주거나 400원이 할인이 됩니다. 투썸플레이스에서는 300원이 할인됩니다. 메가커피에서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탄소중립실천포인트제도로 300원이 환급됩니다.
저는 꼭 텀블러는 소지하고 커피숍에서 갑니다. 환경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추가 별이나 300원의 할인을 받고자 하는 마음이 솔직히 더 큽니다.
메가커피에서는 1700원의 아메리카노를 텀블러를 이용하면 300원을 환급받아 1400원에 마시는 거니까요.
집을 나설 때면 언제든 텀블러는 챙깁니다. 커피를 마시려는 계획이 없어도 텀블러가 가방에 있어야 안심이 됩니다. 텀블러와 책이 가방에 있으면 언제든 혼자서 시간을 무한대로 보낼 수 있는 게 저입니다.
집안일을 잘하지 못하는 탓에 집안 살림욕심은 없습니다. 그때그때 필요한 것을 사면서 사도 불편함이 없습니다. 이런 저인데 유일하게 텀블러 욕심은 있습니다. 욕심이 있다고 무작정 구매를 하는 건 아닙니다. 텀블러 하나를 사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갖고 싶다는 마음이 커질 대로 커져서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은 마음이 들면 삽니다. 스타벅스의 경우 시즌별로 텀블러가 나오는데 결국 거의 들어갈 때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시즌 제품을 구매하는 건 물론 아닙니다.
두세 달 전부터는 대용량 텀블러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집에 있는 가장 큰 용량으로 591mm로도 충분했지만 요즘에는 900mm뿐 아니라 1.18L를 담을 수 있는 텀블러도 많이 나오더라고요.
저에게 물었습니다. 대용량 텀블러가 꼭 필요하냐고? 가능 커피숍에서 텀블러가 작아서 할인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냐고? 아니었습니다. 필요하지도 않았고, 작은 텀블러로 할인을 받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알았습니다. 그냥 갖고 싶은 욕심이라고.
그저 욕심이라고 인정을 해도 계속 생각이 났습니다. 대용량이 있으면 한 번에 물을 떠다 놓으니 일하면서 물을 마시기 위해서 여러 번 왔다 갔다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를 만들어보기도 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걸 알면서도 구차하게 굴었습니다. 그렇게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나고 검색을 해봐서 맞춤 광고에도 찾으시는 대용량 텀블러가 할인에 들어갔습니다는 팝업도 자주 뜨고, 기존에 봤던 텀블러보다 더 큰 용량이 출시되었습니다고 저에게 원하지도 않은 업데이트 정보를 자꾸 주었습니다.
오죽하면 이 고민하는 시간만큼 다른 걸 했으면 뭘 해도 했겠다 싶은 생각마저 들정도였습니다.
'안 사! 안 산다고!'라는 마음을 먹지도 못하고, '사서 잘 쓰면 되지 뭐!' 하며 결제를 하지도 못하는 우유부단함으로 시간 낭비만 했습니다. 남들이 보면 몇 천만 원하는 자동차나 몇 억씩 되는 집이라고 생각할까 싶을 정도로 신경을 쓰고 있는 제가 오늘은 짠해 보였습니다. 겨우 텀블러인데.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사면 다른 사람들이 사치라고 할까 봐 걱정이었습니다.
사놓고 쓰지 않으면 사고 싶다는 본능을 이기지 못한 사람이 되어 버리면 어쩌나 싶었습니다.
너무 큰 용량에 무게가 나가 잘 들고나가지 않을까 걱정도 했습니다.
고작 6만 원일 수도 있는, 무려 6만 원일 수도 있는 텀블러에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결제를 했습니다. 무려 6만 원이나 하는 텀블러를.
쿠폰에 포인트를 쓰니 실제 결제 금액이 없었습니다. 손가락 몇 번의 터치로 쓸데없는 걱정을 하나 덜었습니다. 이제는 배송 오면 잘 쓰면 됩니다.
그게 제가 할 일입니다.
음악
-god(네가 할 일)
The Things You Need to Do (네가 할 일)
클로징
남들에게는 고작 6만 일 수도 있는 가격, 저에게는 무려 6만 원인 가격입니다.
무려 6만 원이라는 가격의 선물을 저에게 주었습니다. 제가 저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며.
이 작은 이벤트로 당분간은 행복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행복의 작은 조각을 모아보겠습니다.
오늘도 수고 많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큰 행복을 만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