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을 하면 정말 편할까요?

-읽는 라디오

by 하쿠나 마타타

오프닝

선행과 예습의 차이가 무엇일까요? 둘 다 앞서서 공부를 한다는 말인데 왜 말이 다른지 궁금했습니다.

언제 가는 다 알아야 할 것들을 미리 배운다는 건 같은 의미인데 말이죠.

인생도 선행이 있어서 미리 하면 좋을까요? 그럼 실패를 덜 경험한다는 게 보장이 될까요?



음악

-헤이즈 (미래일기)

헤이즈 (Heize) - 미래일기 (가사/Lyrics)



사연

수능이 끝나고 결과 발표까지 되었습니다. 불수능이라고 발표가 났고, 2007년생의 황금돼지띠들과 N수생들은 정시전략을 잘 짜야한다는 뉴스가 연일 나오고 있습니다.

수능이라는 대장정을 위해 초등학생 때부터 많은 학습을 해야 합니다. 초등학교 때 중학교과정을 다 끝내야 하고, 중학교 때 고등과정을 전부 마스터해야 고등학교에 가서는 계속 반복을 할 수 있다는 기적의 논리를 펼치며 선행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추세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는 늘 고민합니다. 정말 이대로 해야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는 건 아닌가 싶어서요. 선행이 무작정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렇게 미리 사교육으로 선행을 하면 정규교과 과정이 왜 필요할까? 싶습니다.

분명 아이들의 발달 과정에 따라 발달과업과 성취하고자 하는 학업을 많은 전문가들이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만들어 냈을 텐데 말이죠.

그런데 잘하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엄마대로, 그렇지 못하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그 엄마대로 고민은 있습니다. 엄마니까요. 내 아이들을 위한 고민은 멈출 수 없습니다. 교육 방향에 따라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 사람입니다.

교육 방침이 바뀌면 서울대의 입시 요강이 발표되고 그 뒤를 이어 많은 대학들이 발 빠르게 입시요강을 수정하고, 그로 인해 바빠지는 건 엄마들입니다. 그 입시 요강에 맞춰서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하니까요.

그 방법 중 변하지 않는 건 선행입니다. 미리 많이 해둬야 나중에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생각으로 아이들의 정규교과 과정과는 상관없는 선행이 사교육으로 이루어집니다. 이래서 7세 고시, 4세 고시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분명 선행을 하면 제 학년 갔을 때 여유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선행이 진도만 빼는 선행이라면 어떨까요? 초등학교 6학년 아이에게 이차방정식과 이차함수를 설명을 듣게 하는 건 가능합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게 선행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걸까요? 이해를 하지 못하는 상황을 인지하는데도 불구하고 학원에서는 부모의 성화로 인해 계속 진도를 나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아이의 공부정서와 학습 정서, 그리고 학습 상태는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요?


대형서점에 가면 언제나 문제집과 참고서 코너에는 부모님들이 많이 계십니다. 간간히 아이도 보이기도 하지만 부모님께서 문제집을 비교하시고, 골라서 가시는 장면을 많이 봤습니다. 물론 저도 그 코너에 가장 오래 머무는 사람 중에 하나입니다. 욕심을 부려서 아이의 선행을 시키고 싶은 극성맞은 엄마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욕심을 꾹꾹 누르고 있는 중입니다. 선행을 시켜도 순한 아이이기에 군소리 없이 따라올 것도 압니다. 알아서 시키는 것이 더 조심스럽니다. 저는 선행의 기본 조건이 제학년 성적이 완벽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완벽함 속에서 더 확장된 걸 배워야 이어나갈 수 있다는 믿음에 늘 고민합니다. 개인적으로 제학년 공부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면 선행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 늘 조심스럽습니다. 주어진 시간에 선행을 하면 제학년 공부는 자연스럽게 소홀하게 될 것이고, 제학년의 과정을 제대로 학습되지 않은 채 선행을 하면서 생기는 구멍은 안 봐도 뻔하고, 그 구멍을 또 언제 어떻게 메꿔야 하는 걸까요? 메꿀 시간이 존재하긴 할까요? 이런 끊임없는 질문을 하면서 아이의 학습에 관해 혼자서 싸웁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아이와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아이의 학습상태를 정확히 알아야 조율할 수 있고, 아이가 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사교육을 안 시키겠다고 마음을 먹은 건 아니지만, 아직은 학습에 관련된 사교육으로 지출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기초를 다진다는 마음으로 천천히 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렇게 천천히 가고 있는 중인데도 매일매일 일정 분량을 꾸준히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학년 다지기와 예습에 가까운 선행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아이는 자기 효능감이 커졌고, 그 효능감으로 자존감을 키웠고, 그 자존감을 바탕으로 자신감도 커졌습니다.

저는 이거면 됐다 싶습니다. 자신이 자신을 믿고,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남들에게 확인하지 않아도 본인이 본인 스스로를 인정하면 어떤 일을 하든 잘 해낼 거라는 믿음이 생겼거든요.

그래서 주위에서 비교적 똘똘한 아이라고 인정받는 제 아이에게 선행을 시키라는 숱한 유혹을 물릴 수 있습니다. 솔직히 이 마음이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는 저 스스로도 장담은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지금의 속도대로 간다 해도 괜찮다는 믿음은 오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음악

-비비 (아주, 천천히)

비비 - 아주, 천천히 / Kpop / Lyrics / 가사



클로징

선행이 나쁘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저는 각자의 속도대로 각자의 방식대로 가는 게 좋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겁니다. 이 말은 제가 아이에게 항상 하는 말이고도 하고, 저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도 합니다.

가끔은 인생에서도 선행이 있어서 선행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습니다. 그러면 지금보다는 시행착오가 덜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거든요. 그럴 수 없다는 게 현실이라 오늘도 치열하게 고민합니다.

오늘도 수고 많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큰 행복을 만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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