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이렇게 큰 거니? 조금만 천천히 커 주렴!

-읽는 라디오

by 하쿠나 마타타

오프닝

남의 아이는 볼 때마다 컸다는 게 느껴집니다. 가끔 보기에 전과는 확연하게 큰 게 보입니다. 그에 반해 우리 집 아이는 매일 보고 있기에 변화를 쉽게 느끼지 못합니다. 인식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인식하지 않은 채로 지낸다는 말이 더 정확합니다. 늘 내 옆에 있으니까요. 소중한 내 아이의 성장을 바라봐줘야 하는데, 늘 곁에 있기에 더 소홀히 대하고 있습니다. 문득 아이에게 미안해집니다.



음악

-김동률 (아이처럼)

김동률 - 아이처럼 / 가사



사연

남편과 아이가 나가고 나면 혼자 있기에 보일러는 외출모드로 바꿉니다. 추위를 많이 타지만 혼자 있는 시간에 난방모드는 사치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수면양말을 신고, 얇은 옷을 여러 겹 껴입고, 조끼도 입습니다. 이렇게 무장하면 남편과 아이가 돌아와서 난방을 켜도 괜찮습니다.

오늘은 바깥 날씨는 그렇게 춥지는 않았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은 건지 오한이 살짝 돌았습니다. 그래서 목수건도 했고, 옷도 더 입었습니다. 후드 집업을 겉에 입고 지퍼를 올리려 보니 제 옷이 아닌 아이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색이 비슷한 집업이라 구분을 못했나 봅니다. 순간 놀랐습니다. 아이 옷이 그렇게 많이 작지 않음에.


임신했을 때 초음파를 봐주신던 의사 선생님께서, "엄마, 애기가 이상해."라고 하셔서 정말 놀라서 뭐가 이상하냐고 얼굴이 사색이 되어 물었더니, "웃자고 한 소리인데 그렇게 놀라면 내가 너무 미안하잖아. 아이 다 정상이야. 근데 다리가 너무 비정상적으로 길어. 이 주수에 이 정도 길이가 나온다는 게 말이 안 되는데."라고 태중에서부터 다리가 길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제 키는 170cm, 남편은 182cm입니다. 둘 다 평균 이상입니다. 아이도 또래에 비해서 키가 큽니다. 유전자의 힘이기도 하고, 아이의 생활습관에 기인하기도 합니다. 아이는 신생아 때부터 통잠을 잤고, 지금도 평균 9시간 이상을 잡니다. 맹물은 잘 마시지 못하지만 우유는 매일 꼬박꼬박 마시고, 가장 좋아하는 반찬이 고등어와 멸치 볶음이라고 말하면 후천적 요인도 작용한 거라고 믿으시겠죠.


어딜 가던 아이가 크다는 말 뒤에, "엄마랑 아빠가 크니까 더 많이 크겠네."는 세트처럼 따라다닙니다. 저도 아이에게 "엄마, 아빠가 줄 수 있는 유전자는 다 줬다. 너는 엄마보다 단 1cm라도 커야 본전이다."라고 말합니다. 이제 10cm도 차이 나지 않지만 아이는 저보다 커지는 날은 무척이나 기다립니다.


오늘 아이 옷을 제가 입고 있으니 언제 이렇게 컸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일매일 보는 아이라 느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매일매일 성장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55cm로 태어나서 병원에서 신생아중 1%에 해당된다는 소리를 들은 지 엊그제 같은데, 꼬물꼬물 거리며 기어 다니면서 온 집안을 옷으로 청소하며 다닌 게 얼마 되지 않은 거 같은데. 평생에 한 번 있는 초등학교 입학식이 코로나로 열리지 않아서 아쉬워하며 입학하던 날도 혼자서 학교를 갔던 꼬맹이의 옷이 이제 제가 입어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내년이면 6학년이 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늘 내 옆에서 웃어주며, 제가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해주는 아이가 정말 많이 컸습니다. 키에 배해 손이 작은 저와 손은 아이가 조금 더 큽니다. 이렇게 아이는 저보다 하나씩 더 커져가고 있는 중입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 저를 아래로 내려다보겠죠. 그러면 지금보다 더 크게 와닿을 듯합니다. 정말 많이 컸다는 걸.


결혼 전에 아이들이 커가는 게 아쉽다고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이 무슨 뜻인지 이제야 알 거 같습니다. 어느 순간 제 옆을 떠나는 날을 생각하면 벌써 울컥합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자고 일어나면 배시시 웃으며 "엄마"라고 부르며 일어나는 아이의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없다는 생각에.

그때 가서 후회하지 말고, 당장 오늘 잔소리를 덜 해야겠습니다.


이런 소중한 아이가 있어서 오늘 하루도 많이 웃을 수 있고, 힘든 일도 견딜 수 있습니다.


음악

-노을 (전부 너였다)

전부 너였다 Everything was You



클로징

제가 아이를 키우는 게 아니라 아이가 저를 엄마로 키우고 있습니다. 이런 사랑스러운 아이가 있어 오늘도 행복합니다.

오늘도 수고 많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큰 행복을 만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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