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라디오
오프닝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건 그만한 이유가 분명하게 있습니다.
그 이유는 미워하는 사람이 아닌, 미워하는 대상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미움이 걷잡을 수없이 커져 가기도 하고, 서서히 잊혀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과연 이 미워하는 마음의 끝에는 뭐가 있을까요?
음악
-이예준 (널 미워하기로 했어)
이예준 - 널 미워하기로 했어 / Kpop / Lyrics / 가사
사연
미움이라는 감정은 괜히 생기는 건 아닙니다. 미워하는 감정이 생길 만한 사건이 발생되고, 그 사건을 대하는 태도가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닐 수 있고, 나의 감정을 건드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미움이 싹트기 시작하면 사안에 따라, 또 사람에 따라 미움이 커질 수도 있고, 해결방법이 생겨 더 이상 커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입니다. 어떤 일이냐에 따라, 상대방의 대처에 따라, 나의 이해도에 따라, 서로가 마주하는 상황에 따라, 그 외의 많은 변수들이 있습니다.
저는 사람에 너무 쉽게 정을 줘서 상처를 많이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 뒤로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서 일부로 정을 주지 않고 사무적으로 대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이러나저러나 사람을 좋아하는 저는 정말 좋은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기도 하고, 저를 이용하는 사람들로 인해 상처를 받는다는 걸 알고 나서는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사람을 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미움이라는 감정이 점점 더 커져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3년이 넘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과를 받지 못해서인지, 마치 어제 일처럼 또렷해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때는 정말 마음에 있는 소리, 없는 소리를 다 하면서 매일 연락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고, 안 보면 끝이다 싶었지만 그렇지 못했습니다. 나에게 했던 무례한 행동과 말이 생각나고, 가만히 당하고 있었던 제 자신이 한없이 불쌍하기까지 합니다. 분명 그 사람이 잘못했는데 아무 말하지 못한 저의 모습이 머릿속에 사진처럼 찍혀 있습니다. 그때의 저를 바라보고 있으면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많이 괴롭습니다. 밥을 먹지도 못하고 잠도 자지 못할 정도니까요.
마음 같아서는 지금이라도 머리채를 잡아서 흔들어 재끼고 경찰서라도 가고 싶을 정도의 분노가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는 감정이 있는 반면 이 사람에 대한 미움과 분노는 눈덩이 커지듯 점점 더 커져갑니다.
혼자서 원인을 찾으려 노력했습니다. 그래야 해결책이 나오니까요.
원인은 저에게 무례한 행동과 말을 한 뒤에 제 주변 사람들에게마저도 못할 짓을 했기에 쉽게 용서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습니다. 사과는 받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저 제 마음과 머리에서 지우고 싶습니다. 그 사람과의 기억뿐 아니라 그 사람과 관련된 모든 걸.
한 번씩 올라오는 감정을 추스리기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미워하는 감정을 가진 사람이 가장 힘들다는 걸 몸소 느끼고 있습니다. 그 사람은 너무도 잘 먹고 잘살고 있는데 저만 괴롭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권선징악'이라는 말을 굳게 믿으며 살았습니다. 그래서 남에게 악한 행동이나 나쁜 말도 쉽게 못 하며 살았는데 그 사람을 보면 악하기 때문에 더 잘 사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남의 가슴에 대못을 박아 놓고도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권선징악'이라는 말 자체가 의심스럽습니다.
제가 살면서 누군가를 이렇게 미워할 수 있는지 이제야 알았습니다. 미워하는 감정은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하는 게 맞습니다. 제가 너무 힘들어하는 걸 본 남편은 최고의 복수는 잊고 잘 사는 거라는 말을 해주었지만 실행은 할 수가 없습니다. 맞습니다. 저의 소중한 시간을 부정적인 감정에 압도되어 사는 것도 그 사람에게 이미 진 것입니다. 저도 이런 감정에서 이제는 자유로워지고 싶은데 안됩니다. 용서가 아니라 잊고 싶은데 그게 안됩니다. 그게 저를 가장 힘들게 하는 부분입니다.
나를 위해서 이 감정을 거둬야 하는 걸 알면서도 치밀어 올라오는 화 때문에 오늘은 아무것도 먹지를 못했습니다. 지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건 당연히 모를 그 사람이 정말 밉네요.
음악
-빅마마 (체념)
클로징
미움이라는 감정에 압도되어 손해 보는 건 결국 그 사람도 아닌 저라는 건 잘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제가 안쓰럽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해결이 안 되는 건 안되나 봅니다.
오늘도 수고 많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많은 행복을 만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