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건 참겠는데 커피는 못 참겠다

-읽는 라디오

by 하쿠나 마타타

오프닝

아프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당연했습니다. 당연했기에 소중함 조차도 몰랐습니다. 그런 소중함을 알려주기 위한 시간이라고 생각하니 가진 것이 많았던 사람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당연하다는 건 그리 많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가진 것들이 더욱 소중해집니다. 이 소중한 것들을 오래 기억해야 하는데 그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노력은 하면서 살아야겠습니다.


음악

-아이들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

(여자)아이들 -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 [가사/Lyrics]



사연

다리를 다치고 나니 집안에서 돌아다니는 것마저 힘이 듭니다. 화장실 가는 것도 힘들어서 가뜩이나 잘 마시지 않는 물은 더 마시지 않습니다. 강제로 다리를 뻗고 자야 하기에 잠도 푹 들지 못하고 계속 깹니다. 가만히 있어도 통증이 있습니다. 통증은 참을 수 있습니다. 참을 수 없는 건 다른 겁니다.

참지 못하는 건 커피입니다.


집에서 내려 마시는 커피는 저에게는 카페인의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2샷이 들어간 커피를 마셔야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데 커피를 사러 갈 수 없다는 것이 가장 견디기 힘든 상황입니다.

남편과 아이는 아침에 나가기에 사다 줄 수 없습니다. 배달을 시킬 수도 없습니다. 커피 한 잔만은 배달이 되지 않고, 최소 금액을 맞추려면 최소 3잔은 주문해야 하는데 그것도 여의치 않습니다.


다리가 멀쩡할 때는 나가기가 귀찮은 적은 있어도 커피를 마시고 싶은 생각이 더 크기 때문에 대부분 나갔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도 간절히 나가고 싶은데 나갈 수가 없습니다. 목발 짚고 나갈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주문한 뜨거운 커피를 목발을 짚고 들고 올 자신이 없다는 말이 정확하겠지요. 이래서 다리를 다치고 가장 힘든 것이 통증이 아니라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토록 밋밋한 일상이 소중한지를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던 나의 일상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 당연하지 않은 일상 속에 많은 행복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도 깨닫습니다.

아프고 싶어서 아픈 사람은 없겠지만 다시는 아프고 싶지 않습니다. 내 몸을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건지 이제야 제대로 알게 되었습니다.

몸이 불편하신 장애인들을 보면 단순히 많이 불편하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 '많이'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름은 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다 아는 건 아닙니다. 제가 정확히 말할 수 있는 건 몸이 불편하지 않는 사람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라는 겁니다.


병원에서 잠깐 탔던 휠체어도 아주 낮은 턱에도 걸려 충격이 있었고, 그 충격으로 다리는 더 아팠습니다. 휠체어를 타는 사람들이 오는 곳이라고 규정지어진 곳도 이런데 다른 장소는 어떨까 싶어 겁이 났습니다. 시각장애인 유튜버인 김한솔 님의 영상을 보면서 많이 느꼈는데 실제 경험한 건 그 이상이었습니다.

국거리를 사러 나가지 못해서 며칠째 라면을 끓이고, 라면을 먹지 않는 아이는 그저 계란국만 끓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하나하나가 다리가 아프기 전까지는 알지 못하던 것입니다. 그저 당연한 것이라고만 여겼기에.


부끄럽습니다. 제가 가진 것에 대한 소중함을 알지 못하고 불평만 했던 날들이.

이제라도 알게 되었다는 것은 다행이다 싶습니다. 이 마음을 가지고 일상을 대하면 감사할 일들이 많을듯합니다. 그 소중함을 잊지 않고 기억한다는 것이 더 중요하겠지요.


오늘도 카페인의 기능을 못하는 커피를 내려 마시면서 다리를 내려다봤습니다. 앞으로 최소 한 달은 이런 불편한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에 한숨이 나오기는 하지만 더는 길어지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음악

-악뮤 (다리꼬지마)

AKMU (악동뮤지션) - 다리꼬지마 | 가사 (Synced Lyrics)



클로징

몸이 건강한 것만으로도 가진 것이 많다는 걸 알고 감사해야 합니다. 제가 아파보고 나니 그게 정말 맞습니다. 이 소중한 걸 잊지 않고 살아야겠습니다.

오늘도 마시지 못한 커피에 미련이 남지만 내일은 주말이니 남편에게 부탁을 해서 마시고 힐링해야겠습니다.

오늘도 수고 많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큰 행복을 만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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