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라디오
오프닝
음식은 단순히 허기를 달래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음식으로 추억이 생기는 경우도 있고, 추억으로 남는 음식도 있습니다. 맛있는 음식에 추억이 더해지면 그게 바로 소울 푸드가 되는 건가 봅니다. 당신은 있으신가요? 당신만의 소울푸드가.
음악
-악뮤 (후라이의 꿈)
사연
식탐이 있는 건 아닙니다. 미각이 발달한 것도 아닙니다. 그저 배고프면 뭐라도 먹으며 배가 차면 그걸로 됩니다. 뭐가 먹고 싶다고 하는 말은 대부분 밥이 하기 싫은 핑계를 대고 싶은 때는 쓰는 말입니다.
그런 제가 가끔, 아주 가끔씩 정말 먹고 싶은 메뉴가 있습니다. 바로 칼국수입니다. 집에서 차를 타고 20분을 가야 하는 곳인데 그 칼국수는 먹고 싶다 생각이 들면 그 주에는 꼭 먹어야 할 정도로 한 번 생각나면 먹어야 끝납니다. 먹는 거에 큰 관심이 없는 제가 20분씩 차를 타고 가서 먹는다는 건 엄청난 겁니다. 그 칼국수는 그럴만한 맛입니다. 추억이 서려 있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맛으로 가는 곳입니다.
오픈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딱 3시간만 하는 곳입니다. 한 여름에 콩국수를 2달 팔고, 그 외에는 칼국수 단일메뉴입니다. 김치와 깍두기뿐인 반찬이지만 사장님 내외분께서 직접 담근 김치를 얹어 먹으면 말이 필요 없습니다. 오로지 채수로 국물을 내시고, 바지락을 듬뿍 넣은 칼국수는 외형상 화려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곳은 언제나 줄을 서서 대기하다 들어가고, 일찍 갔어도 먼저 오신 분들이 많으면 재료 소진으로 발길을 돌려야 합니다.
오늘이 한 달 만에 세 번째 방문이었습니다. 점심 장사만 하시기에 평일에는 못 가고, 일요일은 휴무이시기에 토요일만 갈 수 있습니다. 한 달 전에 방문했을 때는 재료 소진으로 먹을 수 없었고, 그다음 주에 갔을 때는 개인사정으로 임시 휴무였습니다. 이곳을 다닌 지 5년 만에 처음 보는 임시휴무였습니다. 지난주에는 친정에 다녀오느라 패스했고요. 재료소진으로 먹지 못하는 경우가 없게 10시 반에 나섰습니다. 한 달에 세 번째 방문하는 곳이었습니다. 오픈 전이었지만 역시나 대기하시는 분들이 계셨고, 주말 이른 점심이었지만 가게는 금세 꽉 찼습니다. 브런치로 먹을 음식도 아닌 칼국수인데요.
깁스를 한 채로 앉아 있으니 사장님께서 칼국수를 가져다주셨습니다. 보자마자 "드디어 먹네. 한 달 만에 먹는데 감격스럽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인심 좋으신 사장님께서는 "이 다리를 하고 와서 먹을 만큼인가? 그저 감사하네."라고 하셨는데 한 달 만에 세 번째 방문이라고 하시니 "어이쿠!"라고 하시며 웃으셨습니다.
그렇게 7000원짜리 칼국수 한 그릇을 먹기 위해 절뚝거리며 집을 나섰지만 후회가 되지 않았습니다.
아니 , 오히려 칼국수가 입에 들어가니 통증이 사라지고 행복함이 밀려왔습니다. 그렇게 음식이 주는 힘이 강력하다는 걸 또 한 번 느꼈습니다.
코로나 시절 아이와 갈 곳이 없어서 그리 높지도, 낮지도 않은 산을 등반하고 내려와 그저 배고파서 보이는 칼국수집에 들어가서 먹은 것이 벌써 햇수로 6년 전입니다. (해가 바뀌어서) 배가 고파서 맛있었던 것인지 정말 맛있던 것인지는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저 면을 좋아하지 않고 입 짧은 아이가 맛있게 많이 먹는 거에 감탄을 했습니다. 그렇게 아이가 잘 먹는다는 것만으로도 우리 가족에게는 또다시 갈 이유가 충분했습니다.
허겁지겁 먹었지만 정말 맛있었습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일주일 정도 지나 또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에는 등산을 하지 않고 먹고 올라가자고 하고 일찍 나섰습니다. 허기가 강할 때가 아니었는데도 맛있었습니다. 찐 맛집이라는 걸 그때 알고, 그때부터 한 달에 2번 정도는 방문을 하는 곳이 되었습니다.
그때는 5000원이었는데, 직접 담근 김치에, 많이 달라고 하시면 추가 요금 없이 면을 많이 주시는 사장님의 넉넉한 인심으로 집 근처라면 주 5회는 왔다고 말할 정도로 우리 가족은 모두 맛있게 먹었습니다.
6년이 지났는데도 고작 2000원이 올라 7000원인 칼국수에 오늘 하루 행복했습니다. 김장김치를 직접 담그시고, 땅에 묻어 그날그날 장사할 것만 가지고 오셔서 손님들 상에 내어주시는 사장님의 노고에 비하면 너무도 적은 금액을 받고 계시는 듯합니다. 저희 가족이 먹은 김치만 해도 칼국수 가격보다 더 먹고 나온 듯한 기분이 들 정도입니다.
그렇게 먹은 칼국수 한 그릇에 행복이 밀려왔고, 포만감도 오래갔습니다. 한 2주 정도는 버틸만한 힘이 생겼습니다.
음식으로 행복하다는 걸 느낄 수 있도록 사장님, 오래오래 장사해 주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음악
-H.O.T (행복)
클로징
가격을 떠나 맛으로 다시 찾는 집은 저희 가족에게는 많지 않습니다. 그런 가게를 6년이라는 시간 동안 계속 다니고 있다는 걸 확인하니 새삼스럽습니다. 가성비 따지는 제가 20분을 차 타고 가서 대기해서 먹는다고 하면 이미 말 다한 것입니다. 그런 칼국수 집이 있어서 오늘도 행복했습니다.
오늘도 수고 많았고, 내일은 오늘보다 더 큰 행복을 만드세요.